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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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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부자 감세가 지역경제 망친다”

2010년 전망 연쇄 인터뷰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감세한 20조원이면 일자리 100만 개 만들 수 있어”
등록 2009-12-30 16:58 수정 2020-05-03 04:25

2009년 12월23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 만난 홍헌호 연구위원은 “2010년에 4대강 사업과 부자 감세 등으로 지역경제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는 ‘서민 시각의 경제사회정책 대안 마련’을 표방하는 연구소로, 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참여수석을 지낸 박주현 변호사가 소장으로 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시민경제사회연구소는 2009년에 줄곧 4대강 사업과 부자 감세가 서민경제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해왔는데.

=최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이들의 지역구인 50여 시·군·구를 대상으로 산출한 ‘감세와 4대강 사업이 지방재정 감소와 일자리 감소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자료를 뿌렸다. 정부의 각종 지방교부금 배분액 자료, 2009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 자료 등을 취합해 시민경제사회연구소가 작성한 것이다. 2008년과 2009년 세제 개편으로 향후 4년간 지방교부금·지방교육보조금·국고보조금 등 5대 지방지원금이 총 49조9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예결위 의원들에게 자료를 뿌린 것이 효과를 거두었는지, 오늘 국회에서 소득세·법인세 최고 구간에 대한 감세가 2년 유보됐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240여 시·군·구별로 모두 작성해 뿌릴 계획이다.

-전국 시·군·구 지역경제가 감세와 4대강 사업 때문에 망가지게 된다는 논리의 근거는 뭔가.

=감세와 4대강 사업이 강원 홍천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 감세로 인한 지방교부금 등 지방재정 감소는 4년간 총 2850억원에 이른다. 이는 홍천군 가구당 4년간 124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일자리의 경우, 정부 기준으로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지출해 35만 개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1억원 지출에 1.59개 일자리를 만드는 셈이 된다. 즉, 4년간 2850억원의 지방재정이 감소하면 4년간 4500개(토목사업 일자리)∼1만3천 개(사회적 일자리)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홍천군에서는 애초에 정부의 지방하천 재해예방 사업 투자에 따라 일자리 1800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지방 하천 투자가 대폭 축소되면서 이것마저 잃게 됐다. 이렇게 4대강 사업과 부자 감세 등으로 인해 내년 지역경제는 망가지게 될 것이다. 거꾸로 정부가 정책을 바꿔 만약 4대강 사업 예산 22조원 중 18조원을 지방교부금으로 배분하면 향후 4년간 광역시에서는 가구당 22만∼68만원, 도 지역에서는 가구당 31만∼405만원의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정부는 2010년 복지 예산 규모가 사상 최고치라고 하는데.

=지방교부금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연간 15% 이상씩 증가했다. 국세 수입이 10%가량씩 증가하면서 이 재정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명목금액으로 내년 복지 예산과 지방재정 보조금 지출이 과거보다 1∼2% 늘어 사상 최고라고 하지만, 그동안 해마다 10%가량씩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대폭 감소한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퍼센트는 명목금액을 기초로 한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해마다 늘어나던 지방재정이 실질적으로 감소하면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부자 감세가 서울·수도권보다는 지역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향후 4년간 72조원 정도 감세로 인해 지방재정은 18조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강원도의 경우 4대강 사업비가 4200억원 정도인데, 애초에 예정됐다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삭감된 지방 하천 개량사업 투자비는 10년간 총 1조2900억원에 이른다. 그 차이만큼 투자비에서 마이너스가 발생하고, 자연히 지역 주민들의 소득과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정부가 낭비적인 사업을 벌여서 지역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얘긴가.

=정부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35만 개를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1조원 지출로 일자리 1만6천 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최근 자료를 보면, 1조원의 건설 투자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2천 개에 불과하다. 토목사업을 통해 지역경제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겠다는 건 거짓말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무릇 경제정책은 ‘기회비용’ 측면에서 봐야 한다. 감세하고 수조원 퍼부어서 ‘좁쌀만 한’ 일자리라도 만들어졌다고 볼 것인가, 아니면 이 돈을 사회복지 지출 등 다른 대안에 사용할 경우 소비·투자·고용에서 훨씬 나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한 탓에 돈은 돈대로 쓰고 서민과 지역경제 편익은 거의 없게 된다고 보는 것이 맞는가.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지역 주민의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2009년 11월10일 광주 남구와 전남 나주시 경계 지역에서 4대강 사업의 본격 착공식을 앞두고 한 건설업체가 공사하는 모습을 농민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지역 주민의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2009년 11월10일 광주 남구와 전남 나주시 경계 지역에서 4대강 사업의 본격 착공식을 앞두고 한 건설업체가 공사하는 모습을 농민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경제가 빠른 회복을 보이면 저소득층에도 그 효과가 골고루 퍼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 아닌가.

=더블딥이 올 가능성은 적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중남미 경제형으로 가고 있다. 즉, 대기업은 실적이 성장하고 있지만 이것이 적하 효과(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소비와 성장이 저소득층·중소기업·지역경제에 골고루 퍼지게 된다는 것)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하면서 지역경제를 빠르게 악화시키고 있는 꼴이다. 사실 감세의 나쁜 영향은 농어촌 지역에 집중된다. 감세로 지방교육 보조금 등이 줄면서 지역의 가계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감세로 인한 20조원을 보건복지 쪽에 투입하면 연봉 2천만원짜리인 100만 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기업들한테 법인세를 감세해주고 있지만 기업마다 현금을 쌓아둔 채 투자를 하지 않아 고용이 증가하지 않는다. 반대로 감세를 하지 않고 사회보장성 복지 지출을 늘리면 이 돈으로 저소득층이 소비를 늘리고 이 돈이 실물경제에 곧바로 굴러다니면서 경제를 활성화하게 될 것인데, 대기업과 부자 감세로 오히려 지역경제를 망치고 있는 격이다.

-지역 주민들의 소득이 악화된 건 금융위기 때문이 아니라는 얘긴가.

=사람들은 금융위기 때문에 자신의 소득과 일자리가 나빠졌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사실 세수 감소는 곧바로 계산하기도 힘들고, 감세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도 정부는 금융위기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면서 후세대가 내야 할 혈세를 마음껏 끌어다 쓰면서 수치상의 성장률만 높이고 있다. 앞으로 서민과 지역 주민들은 50조원이 넘는 재정적자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2010년은 경제가 성장하지만 지역경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주민들이 체감해가는 해가 될 것이다.

-지금 지역경제의 핵심 현안이 기업형 슈퍼마켓(SSM) 진출이다. 어떻게 보는가.

=대형마트는 수도권보다 지방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크다. 100평대 매장으로 인구 1만∼2만 명의 작은 도시에서도 영업할 수 있는 것이 기업형 슈퍼마켓이다. 현재 지역에 700여 개 되는데 앞으로 진입 규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초기 단계에서 3천 개 가까이 늘면서 지역 영세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악화시킬 것이다. 2007년 대형마트 고용인원 자료로 따져보면 대형마트 1개가 들어설 경우 지역 고용이 315명 늘어나는 대신 1천 명 이상의 재래시장 상인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지역경제와 관련해 쌀값 안정도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원조 비율이 선진국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외원조 비율을 선진국 평균(GDP 대비 0.44%)의 3분의 1로 늘리면 약 7천억원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돈이라면 56만t의 쌀 추가 수매가 가능하다. 가구당 40kg들이 쌀 14포대를 추가 수매하게 되는 것인데, 이럴 경우 100만 명의 쌀농가가 가구당 70만원 정도씩 쌀 추가 수매에 의한 소득 효과를 보게 된다. 쌀 중심으로 대외원조 비율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조계완 기자 ky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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