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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하이브리드 차가 온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내달 국내 첫 출시… 높은 가격대와 기름값 절감액의 함수 따져봐야
등록 2009-06-25 15:31 수정 2020-05-03 04:25

하이브리드(Hybrid). ‘잡종’이란 뜻이다. 경계를 허물고 장르를 넘나드는 이들이 뜨는, 바야흐로 잡종의 시대다. 그리고 수많은 하이브리드 가운데서도 가장 각광받는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대가 7월 대한민국에서도 활짝 열린다.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현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7월8일(예정) 출시된다. 기아차의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도 7월 말~8월 초 뒤따라 출시된다.

왼쪽부터 투싼 연료전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모하비 연료전지차. 사진 현대·기아차 제공

왼쪽부터 투싼 연료전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모하비 연료전지차. 사진 현대·기아차 제공

독창성 없는 ‘반쪽’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차량은 간단하게 말하면 엔진과 모터를 모두 사용해서 바퀴를 굴리는 차다. 보통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가 들어 있고, 이 모터가 바퀴를 돌리는 것을 도와주기 때문에 엔진의 효율이 높아진다. 덕분에 연료 소비가 20~30% 가까이 줄어들어 당장 눈앞에 닥친 환경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친환경차’다.

우선 다음달 등장하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기본적인 성능을 살펴보자. 이 차는 1.6ℓ 감마 LPI HEV 엔진과 무단변속기를 장착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14마력의 엔진과 출력 15kw의 모터가 결합한 것으로, 함께 움직일 경우 최대 134마력의 힘을 낸다. 사용하는 연료는 LPG고 공인 연비는 17.8km/ℓ다.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은 보통 가솔린 엔진보다 효율이 7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솔린 연료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비가 22.2km/ℓ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기름값을 기준으로 하면 경제성은 더욱 돋보인다. 가솔린 기름값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연비는 36.2km/ℓ나 된다(휘발유 1557.77원/ℓ, LPG 765.03원/ℓ. 석유정보망 6월 첫쨋주 기준). 현재 가솔린을 쓰는 1.6ℓ 자동변속기 아반떼의 연비는 15.2km/ℓ이니, 기름값이 절반도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휘발유값이 내리고 LPG값이 오른다면 이 격차는 크게 줄어든다. 포르테 하이브리드의 자세한 제원은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았지만 아반떼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기술이 독창적이거나 진보한 것은 아니다. 이 차는 모터의 힘만으로 달리는 기능이 없는, 엄밀하게 말하면 반쪽짜리 하이브리드다. 이른바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불리는 방식인데, 차를 멈출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충전지에 넣어놓았다가 차가 출발할 때 모터를 돌려 구동을 도와주는 개념이다. 시동이 멈춰 있을 때는 엔진을 아예 꺼서 연료 소비를 더욱 줄였다. 이런 방식은 이미 혼다가 10년 전에 자사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인사이트’를 내놓으며 구현한 기술이고 그나마 ‘풀하이브리드’(모터만으로도 달리는 기능을 가진 차)인 도요타 방식보다는 한 세대 전의 기술로 평가받는다. 간단하게 말해서, 예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와 비교할 때 기술적으로 니켈수소 타입이 아닌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썼다는 것 말고는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차다.

그럼에도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의미는 적지 않다. 우선 이 차에는 국내 최초의 ‘양산형 친환경차’라는 타이틀이 달리게 된다. 현재 하이브리드(일본)와 고효율 디젤엔진(유럽) 양쪽 방면으로 발전하고 있는 친환경차 개발 경쟁에서 한참 뒤처져 있던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이제야 속도를 높여 그들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차가 이 차를 개발하면서 쌓은 기술적인 발전도 적지 않다. 특히 구동력을 보조하는 모터,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배터리의 고전압을 모터로 공급·제어하는 인버터, 배터리의 고전압을 오디오나 헤드램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직류변환장치 등 하이브리드 차량의 핵심인 4가지 전기동력 부품을 독자 개발하거나 국산화한 점은 앞으로 더 발전된 하이브리드 차량, 더 나아가 완전한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이 수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LPG를 자동차 연료로 쓰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는 친환경차 분야에서 수입차에 밀리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이미지 개선과 하이브리드 차량 대량생산의 노하우 쌓기 역할을 주로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국내 성공 여부는 가격에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에 1만 대 가까이 팔리는 원모델 아반떼의 상품성이야 이미 익히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성능에 대한 의구심을 없애줄 만큼 경제성이 높다는 것만 확실해진다면 수요는 상당할 것이란 얘기다. 현재 예측되는 가격은 2천만원대 초반이다. 트림(차량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 아반떼보다 500만원 정도 더 비쌀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취득세 40만원, 등록세 100만원을 각각 깎아줄 계획이기 때문에 이것까지 고려하면 가격 차이는 40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현재 기름값으로 계산하면 얼마 만에 본전을 뽑을 수 있을까? 국내 승용차가 평균적으로 1년에 2만km 정도를 운행하므로 아반떼 휘발유 모델의 공인 연비로 계산하면 1년 유류비는 205만원가량 된다. 그럼 하이브리드 차량은? 86만원 정도다. 차이는 119만원. 즉, 4년 이상을 몰면 아낀 유류비가 차량 가격차 이상으로 높아져서 충분히 본전을 뽑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소 연료전지 차량 시장 선점 효과

하지만 현대·기아차 쪽에서는 이런 가격으로 차를 출시한다고 해도 팔수록 손해만 커진다고 밝히고 있다. 워낙 연구개발비가 많이 든데다 대당 생산단가도 예정된 출시 가격보다 더 높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를 합쳐 3만 대 정도로 판매를 제한할 계획이다.

산업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은 세계 정상급 업체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큰 파이다. 하이브리드차는 2012년까지 전세계에서 연간 200만 대가 넘는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언젠가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확실한 주류가 될 완전 전기차나 수소 연료전지 차량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술적으로 그 두 가지 차량으로 가는 과도기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환경적으로도 그 효과는 지대하다. 20만 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이 운행된다면 연간 화석연료 사용량은 중형차 4만 대를 굴릴 수 있는 7만kℓ가 줄어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1만t이나 감소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국내에 하이브리드 시대를 연 뒤 이르면 내년에 중형급(쏘나타급) 하이브리드 차량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 차는 현대·기아차 고유의 기술로 만든 명실상부한 최초의 ‘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종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회사 쪽은 기대하고 있다. 이 차는 친환경차 최대의 격전장인 북미에 수출되면서 현대·기아차의 선봉장 구실을 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그 뒤에도 2012년 연료전지차 양산 시작, 2013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양산 시작 등으로 ‘친환경차 드라이브’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형섭 기자 한겨레 경제부문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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