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에서 상생 경영자로. ‘갈갈이 삼형제’의 ‘느끼남’ 이승환(35)씨를 기억하시는지. 지금은 사업가. 벌써 4년차다. 그는 최근 가슴 뿌듯한 날을 맞았다. 지난해 단 1곳의 폐점도 없이 200번째 점포를 열었다. 그와 손잡은 개인 점주들도 170여 명으로 늘었다. 무슨 대단한 일이냐 싶지만, 사연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벌집삼겹살’이란 품목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이 2005년. 처음에는 솔직히 ‘돈’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점포를 열겠다고 찾아온 이들을 만나면서, 전국의 점포를 찾아다니면서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가게 하나가 전 재산인 분들을 만나면서, 절대 망하는 일은 없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험은 빨리 찾아왔다. 지난해 벽두부터 유가가 폭등해 삼겹살 수입원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그의 사업체에서는 100% 원산지 표기를 한 네덜란드산 삼겹살을 쓴다. “이때 본사에서 원가 상승분을 상쇄하고 매장 공급가는 최대한 올리지 않는다는 결심을 했죠. 수입가가 40% 넘게 오르는 동안 공급가는 6%만 올렸다. “8월에 겨우 유가가 진정되나 싶었더니 외환이 오르더군요.” 9월 외환 폭등 이후 지금까지 납품가를 그대로 유지했다. 매달 3억원 이상 발생하는 환차손은 고스란히 본사가 부담했다. 이씨는 “솔직히 프랜차이즈 본사 4년 하면 떼돈을 버는 게 상식인데, 유가손과 환차손을 다 막고 나니 벌었던 돈도 다 사라졌어요. 후회하지 않아요. 원칙을 지켰고, 점포들을 지켰으니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점주들이 본사로 찾아와 본사 직원들 회식을 시켜주거나, 차떼기로 선물을 보내오는 일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 쪽 점주 한 명이 그날 하루 매상액인 500만원을 모두 들고 와 본사 직원들과 ‘광란의 회식’을 벌이기도 했단다. ‘올해도 폐점이 없을 자신 있냐’는 질문에는 그도 살짝 끝을 흐린다. 실물경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볼 겁니다. 점주가 있어야 본사가 살고, 본사가 살아야 점주도 사는 거니까요.”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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