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기업 인수한 금호아시아나·두산·STX 등 후유증… 경제 전반의 불안으로 확대되나
▣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빚을 당겨서 기업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 두산, STX 등 주요 그룹사들이 유동성 위기설, 부채 비율 증가 등 인수·합병(M&A)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최대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하이마트를 인수해 산업계를 놀라게 한 유진그룹, 명지건설·남광토건 같은 건설사들을 잇따라 사들인 대한전선 등 중견 그룹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랜드는 아예 홈에버를 인수 2년 만에 재매각하기도 했다. 사활을 건 인수합병 경쟁에서 이겼지만,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한 까닭에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승자의 저주’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자산매각 계획 속속 내놓아
한때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8월25~26일 이틀간 채권시장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다. 지난 7월31일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유동성 확보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채권시장에 자구 노력의 실천 의지를 거듭 밝히기 위해서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12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들에게 풋백옵션(옵션 만기일에 주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을 걸었다. 풋백옵션 행사가격, 곧 투자자들에게 최소한도로 보장한 주가가 주당 3만4천원인 데 반해 최근의 주가 수준은 1만3천원을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에, 내년 말 만기가 돌아오는 풋백옵션에 따라 투자자들의 주식을 되사주려면 4조1천억원이 필요하다. 금호아시아나는 주식시장 기업설명회 때, 내년 말까지 핵심 계열사의 유휴자산을 처분해 4조5740억원 안팎의 현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세계 최대의 중소형 건설장비 업체인 ‘밥 캣’을 51억달러에 인수한 두산그룹은 애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자금 조달의 어려움, 세계 경제의 불안, 기존 사업에 대한 역량 강화 등의 이유로 막판에 불참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 업체 아커야즈를 인수한 STX그룹의 STX조선은 올 상반기 말을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478%에 이르러 1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STX는 8월18~19일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상반기의 304%에서 157%로 낮췄다. 유진그룹도 지난 5월 3천억원대 자산매각 계획을 내놓았고, 대한전선도 최근 공장 용지를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레버리지 바이아웃’ 방식의 문제
최근 M&A 후유증에 시달리는 그룹사들의 대부분은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으로, 외부에서 차입금을 끌어와 기업을 인수한 케이스들이다.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낮은 시중금리보다 높은 투자수익을 바라는 금융사들이 돈줄이 됐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금융기관들이 부실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신용경색과 고금리 현상이 나타났다. 빚내서 다른 회사를 산 기업들은 금리부담도 커지고 돈을 새로 빌리기도 힘들어진 것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기업분석센터장은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3불 국면’ 그러니까 경기와 업황과 기업실적이 모두 불확실한 오리무중 상태가 됐다고 본다”면서 “이에 따라 외부 차입금 규모가 큰 기업들은 대형 그룹사라 하더라도 리스크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M&A 후유증으로 켜지기 시작한 ‘경고등’이 한국 경제 전체의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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