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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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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숙] 아이가 꼴등 성적표를 받아왔다면?

등록 2008-01-25 00:00 수정 2020-05-03 04:25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강추위가 몰아친 1월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101-3 한옥집 온돌방에 엄마 10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좋은 엄마가 되고픈 이들이 서형숙(49) ‘엄마학교’(http://blog.naver.com/unan)원장의 이야기 수업을 들으러 온 자리였다.

“아이한테 화가 날 때가 많죠?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달변의 서 원장이 수강생들을 둘러보며 강의를 시작했다. “하나는 욕심 때문입니다. (자식이) 나보다 잘 살았으면 하는 욕심 때문에 (모자라 보이면) 화가 나는 거죠. 또 하나는 두려움입니다. 옆집 아줌마, 옆집 아이랑 비교하면서 뒤처지는 것 같아 두렵고 그래서 화를 내게 되는 겁니다.”

화의 뿌리인 욕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뭘까? “아이는 삼라만상이 가르칩니다. 학교, 사회, 친구, 후배, 심지어 풀벌레를 통해서도 배웁니다. 엄마 혼자 가르친다는 압박감을 놓으면 잘 기를 수 있어요.”

이제 대학원생, 대학생인 딸과 아들을 만족스럽게 길러냈다고 자부하는 서 원장도 육아 초기에는 힘들어 화를 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곧 태도를 바꿨다. 화를 내봐야 떼쓰는 시간만 길어진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란다. 욕심이 문제를 키운다는 것도 일찌감치 깨달았다. “아이를 가졌을 땐 건강하게 태어나기만 하면 감사하겠다고 해놓고서, 태어난 뒤엔 빨리 뒤집으라고 하잖아요. 반에서 1등 하면 전교에서 1등을 하라고 닦달하고….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부부가 공동으로 목표를 잡았어요.”

둘째인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꼴등에 해당하는 50점짜리 성적표를 들고 왔다. 그러면서도 좋아라고 소리를 지르며 엄마한테 뛰어왔단다. “격려를 해줬어요. 반이라도 맞았으니…. 한 학기에 한 개만 더 맞으면 되겠다고 격려해줬지요.” 격려는 오래지 않아 좋은 성과로 돌아왔다.

육아 과정이 “달콤했다”고 기억하는 서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녹여 2003년에 , 2006년 9월엔 를 펴냈다. 계동 한옥에 ‘엄마학교’를 연 게 를 펴낸 즈음이었다. 엄마학교 강의는 매주 2시간씩 4주를 기본 단위로 진행된다.

“육아는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밥 짓는 법 배우듯이 엄마 되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아이 얼굴을, 눈을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남을 쳐다보면서 화내고 야단치지요. 아이들이 좀더 자유로워지면 모든 걸 더 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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