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토론회 연 ‘토지+자유 연구소’…토지제도의 공공성을 위하여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삼성 비자금 파문’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임박이란 소식으로 온 나라가 들끓던 11월5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대한출판문화협회 4층 대강당에서는 조용한 가운데 모임이 하나 열렸다. ‘토지+자유 연구소 창립 기념 정책토론회’.
통일 전후 토지 문제 대안 마련
토론회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께 드문드문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 법무부 장관·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승규 법무법인 로고스 고문…. 토지공개념 제도와 토지임대부 주택제도 도입을 앞장서 주장해 온 토지정의시민연대를 이끌어온 김윤상 경북대 교수(행정학),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부동산통상학부), 현재인 예수원 원장도 자리를 같이했다.
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은 전강수 교수는 토론회 초반 “시민운동(토지정의시민연대 활동)에 덧붙여 좀더 구체적인 연구와 바로 지금 적용할 수 있는 치밀한 정책 설계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튼튼한 이론 연구를 위한 것”이라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통일 전후 토지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대안을 설계해 남과 북 모두를 설득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는 이유도 들었다.
토지+자유 연구소를 만든 또 하나의 실마리는 ‘자유기업원’이었다고 전 교수는 밝혔다. “1997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도로 설립된 자유기업원은 빈부격차가 심해져도 고용이 불안해도 모든 걸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시장만능주의’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처음 이런 주장은 이상하게 들렸지만, 그게 어느새 학계와 언론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전 교수는 “시장을 존중하는 게 바른 길이라 믿지만 토지제도만큼은 철저하게 공공성의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밝혀 자유기업원식 논리를 깨나가는 걸 주요 과제로 삼을 뜻을 내보였다.
연구소 이름으로 채택된 ‘토지+자유’에는 ‘인간은 토지가 없으면 자유가 없다’는 평등지권(平等地權)의 뜻이 담겨 있다. 전 교수는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 즉 토지불로소득의 환수 비율을 높여서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더 시장경제에 부합하며 ‘토지+자유’를 구현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토지+자유 연구소에 정식 멤버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취지에 공감해 이날 토론회에 나온 김승규 고문은 축사를 통해 “법무부 시절부터 북한의 토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통일을 앞두고 북한의 토지제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북한의 경제를 부흥시키고 빈부차를 줄이며 발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는 방인성 성터교회 담임목사, 전강수 교수, 김윤상 교수,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 등과 함께 이사로서 연구소를 이끌게 된다.
10년 동안 연구보고서 100권 발간
연구소는 이날 창립과 더불어 연구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100권 정도의 수준 높은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기로 한 게 일례다. 프레드 해리슨의 〈The Power in the Land〉 같은 해외 도서들을 번역하는 일이 그 일환이다. 연구소는 통일 뒤 북한 경제체제의 개혁 방안 연구, 해외 선진국의 부동산 제도 연구도 주요 사업으로 꼽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소가 지향하는 패러다임에 동의하는 인재들을 발굴해 연구자, 시민운동가로 키우고 좌·우파를 아우르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집필하는 사업도 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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