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자원 공급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국제 석유시장에 ‘공급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 에너지감시그룹(EWG)는 10월22일 원유 생산이 매년 7%가량 줄면서 2006년 하루 8100만 배럴에 이르던 생산량이 2020년에는 하루 5800만 배럴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958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을 감안하면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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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일’ 시대 종말엔 대부분 동의
초고유가 시대를 맞아 이른바 ‘피크오일’(Peak oil)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석유자원 공급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연구위원은 “이미 피크오일에 도달했다는 주장도 있고, 2040년까지는 석유 생산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며 “에너지정보국(EIA)은 이르면 2020년, 늦으면 2030년에 피크오일이 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석유 전문가들은 ‘이지오일’(Easy oil) 시대는 끝났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석유 생산지가 소비 지역과 가깝고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쉽게 뽑아 내는 이지오일은 이제 지구상에서 더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 3분기에 전세계적으로 하루 석유 생산량은 8500만 배럴인데, 이 중에서 이지오일을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국의 하루 생산량은 3500만 배럴이고, 러시아 등 비OPEC 국가들의 생산량은 하루 5천만 배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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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세계 국가들은 접근하기 쉽고 품질도 좋은 석유를 다 캐먹고 나자 이제 오지·극해·심해저 등으로 영역을 넓혀 석유 개발·탐사에 나서고 있다. 바위 밑에 있는 오일도 찾아 파내고, 원유를 찾아 수심 1천m, 2천m까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새로운 땅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품질도 좋지 않고, 특히 생산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멕시코만이나 시베리아에서 원유를 끌어올리는 비용은 중동 산유국의 생산원가에 비해 10배 정도 높다. 이달석 연구위원은 “하루 100만 배럴 생산되는 좋은 광구는 새로 찾기 힘들다”며 “자원민족주의 강화로 탐사·개발·생산의 경제성을 무시한 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전세계 국가들이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마구 매입하면서 원유 단가도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동 산유국들은 비OPEC 국가들의 유전에서 생산되는, 높은 원가 비용에 맞춰진 석유 가격에 자국의 석유를 판매해 막대한 초과이윤을 얻고 있다. 굳이 막대한 설비를 투자해 자국의 유전을 추가 개발할 유인이 별로 없는 것이다.
재래적인 이지오일이 아닌, 대표적인 하드오일로는 모래와 기름이 섞여 있는 캐나다 오일샌드를 들 수 있다. 오일샌드에서는 하루 300만 배럴가량의 석유가 생산되고 있다. 한국은행 신원섭 팀장(해외조사실)은 “오일샌드에서 뽑아내는 석유는 가공비용까지 합쳐 한계생산비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이다. 배럴당 70달러가 넘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이런 지역의 원유도 경제성이 있기 때문에 채굴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유 탐사·개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 생산비용도 점차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지오일이 아닌 지역의 경우, 30년 전에는 원유 탐사의 성공 확률이 1∼3%에 불과했지만 요즘 석유 메이저들의 시추 성공 확률은 15% 수준이라고 한다. 품질이 다소 나쁘고 생산비용이 더 들더라도 심해저·오일샌드 등에서 채굴이 계속되고 세계 경제의 석유의존도도 역시 차츰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크오일에 따른 고유가 현상 지속’ 주장은 과장된 것일까.
“한계비용 이하로 떨어지긴 어려워”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심해저에서 채굴되는 원유는 가공해 상품화하는 데까지 한계비용이 배럴당 약 60달러 정도인데 이것이 국제 원유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며 “어떤 의미에서 유가가 이런 한계비용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복영 연구위원은 “절대적인 피크오일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고 석유 생산량이 계속 증가한다 해도 석유 수요가 연평균 3% 증가할 때 공급 능력이 이보다 훨씬 낮은 비율로 증가한다면 고유가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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