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인터넷에서 확인한 날로 진화하는 섹스관광… 의지 없는 경찰, 적발된 해외성범죄 한 건도 없어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콘돔을 입은 비행기가 하늘을 난다면?
이 비행기의 이름은 ‘어글리 코리안’(추한 한국인)이다. 장무수(47)씨가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이하 여성인권센터)에서 주최한 공모전에 출품한 포스터의 그림이다. 장씨는 “비행기는 남성의 성기, 콘돔은 섹스를 의미한다”면서 “섹스 관광을 일삼는 한국 남성들이 동남아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말했다.
흥정법 알려주는 ‘친절한’ 여행 사이트
여성인권센터는 지난 6월25일부터 7월27일까지 ‘해외 성매매 관광 방지를 위한 홍보 UCC 공모전’(이하 공모전)을 열었다. 동영상, 사진, 카툰, 포스터, 표어 분야에 모두 67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한 UCC 동영상 작품은 ‘旅行’(여행)을 ‘女行’(여행)이란 한자로 바꿔 꼬집었다. 또 다른 동영상은 ‘성매매 관광을 하는 남성들이여, 각성하고 반성하라’는 랩을 배경 음악으로 깔았다.
여성인권센터 허나윤 정책홍보팀장은 “해외 성매매 문제가 너무 심각해 이런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고 밝혔다. “섹스 관광을 여행 문화의 하나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성매매가 범죄라는 사실을 환기하려는 목적이 크다.”
지난해 1160만 명 이상이 해외여행을 했다. 20년 전인 1986년 45만5천 명에 견주면 25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이다. 국가별 출국 현황을 보면 타이와 필리핀이 각각 109만 명, 45만 명으로 3위와 5위를 차지한다(2006년 기준). 해외 여행이 증가하면서 한국 남성들이 타이와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에서 주요 성매매 구매자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성매매 관광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성매매 관광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섹스 관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사이트에는 7월31일 이런 글이 올라와 있었다. “24시간 밀착 가이드 구함.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를 8월 말에 2주일 놀러갈 예정입니다. 어떤 가이드인지 짐작할 거라 생각합니다. 가능하신 분은 얼굴, 몸매를 확실히 볼 수 있는 큰 사진과 비용을 첨부해서 메일로 보내세요.”
온라인에서 ‘흥정’을 하고 나면, ‘섹스의, 섹스에 의한, 섹스를 위한’ 일정표에 따라 ‘관광’을 즐기게 된다. 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중국 선양 3박4일 여행 일정표’를 보자.
△1일차: 석식 후 ‘한국 북창동식 밤문화 탐험’ 뒤 숙소로 이동해 미녀와 동침. △2일차: 오전 전신 마사지, 오후 시내관광, 석식 후 터키탕이 합쳐진 밤문화 탐험(2:1 가능). △3일차: 중식 후 쇼핑 및 안마, 석식 후 현지인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밤문화 탐험….
한 ‘친절한’ 타이 여행 사이트는 ‘고르고, 흥정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마음에 드는 아가씨가 있으면 팬티에 붙어 있는 번호를 매니저에게 이야기해서 부른 뒤 술을 마시며 2차 가격을 흥정하세요. 숏타임(짧은 시간 동안의 성관계)은 1500바트(한화 4만~5만원), 호텔로 데려와 다음날까지 있을 경우 3천바트 수준입니다. 비싸게 굴거나 까다롭게 구는 ‘겉절이’(성매매 여성)가 있으면 1시가 될 때까지 기다리세요. 업소가 2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1시 이후에는 가격이 떨어집니다. 그때 ‘떨이’로 사면 돼요.”
마약, 인신매매로 확대재생산
한국 남성 관광객들에게 ‘떨이’ 취급당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삶은 어떨까?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7~10월 타이와 필리핀에서 한국 남성들의 성매매 실태를 조사했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116명의 현지 여성을 심층 인터뷰한 김경애 내일여성센터 이사장은 “‘한국 남성들이 성노예처럼 대하며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X-등급의 포르노 영화를 가져와 틀어 보이며 그런 행위를 하라고 강요하고, 술에 취해 욕하고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무분별한 성매매 관광은 국가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뿐만 아니라 마약, 인신매매 등 각종 범죄를 확대재생산한다. 해외 성매매 실태를 조사해온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실의 이강원 보좌관은 “몇몇 인터넷 카페에서는 ‘해외에서 (마약)환각파티’를 위한 ‘환각클럽회원’을 모집하는 광고와 마약, 최음제를 판매·배달한다는 광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이런 불법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횡행하고 있을까.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한국인들의 해외 성매매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법과 현지 법에 따라 ‘이중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9월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해외 성범죄 적발 건수는 한 건도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외 성매매를 파악할 수 없고, 수사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성매매 관광에 대한 자료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이찬진 변호사는 “사법 공조나 인터폴을 이용해 충분히 성매수자들을 체포할 수 있다”며 “경찰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외국은 성매매 관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해외 아동 성매매 가해자로 비판받았던 오스트레일리아는 해외 25개국에 31개 지부를 설립해 오스트레일리아연방경찰(AFP)이 현지 사법 당국과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 아시아, 태평양, 남아메리카 국가들과 성범죄 퇴치를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해외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오스트레일리아인은 모두 66명(2006년 9월까지)으로 이 중 3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외국 항공사 ‘성매매근절’ 비디오 틀기도
여행 문화를 바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도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책임여행’이 각광을 받고 있다. 여행지의 역사·문화·종교·자연 등을 존중하며 여행하는 것으로, 섹스 관광을 절대 하지 않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특히 동남아 섹스 관광의 ‘원조’ 격인 유럽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 이에 대한 반성이 활발하다. 성매매 관광을 떠나는 이들이 줄었다는 명시적인 지표는 볼 수 없지만, 최대한 ‘신규 유입’을 억제하는 효과는 낳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인식의 전환에는 ‘에팟’(ECPAT)과 같은 국제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의 활발한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에팟은 ‘아시아 아동 성매매 여행 근절’(End Child Prostitution in Asian Tourism)의 알파벳 약자로, 1996년에 탄생했다. 현재 67개국 73개 단체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여행사와 항공사 등에 ‘성매매 관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왔다. 1999년 이후부터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오스트리안에어 등 대형 항공사들은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는 비행기에 ‘성매매를 하지 말자’는 동영상을 틀어주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럽과 미국에서는 책임여행을 전문으로 내건 여행사들도 생겼다.
우리나라의 책임여행은 어떤 상황일까? 대표적인 ‘무책임여행’인 성매매 관광에 대해서 큰 여행사나 항공사조차도 문제의식을 공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성인권센터의 허나윤 팀장은 “몇몇 대형 항공사에 ‘성매매 관광 방지 UCC 공모전’에 협찬을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공모전에 여행상품권을 협찬한 여행사 ‘노랑풍선’의 황만수 기획팀 대리는 “성매매 관광이 기승을 부리면 여행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돼 여행사로서도 큰 손해”라면서 “더 많은 여행사들이 적극 개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의 역사·문화를 다룬 책 (그린비 펴냄)를 출간한 작가 유재현씨는 “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한 번도 ‘성매매 관광’이 제약받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허리 아래로는 얘기하지 말자’는 정서가 있는데 굉장히 비겁한 태도이다. 우리 안의 어떤 의식이 섹스 관광을 정당화하고 부추기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그는 고도산업화로 인한 스트레스 등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와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모습을 보며 느끼는 ‘인종주의적인 우월감’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섹스 관광이라는 ‘성적인 공격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밑천 드러낸 문화적 품격
‘동남아를 관광하는 한 남자가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간다. 가방 안에는 벌거벗은 성매매 여성들이 웅크리고 있고, 꽉 닫힌 가방 위에는 의기소침한 슈퍼맨이 무기력하게 앉아 있다.’
이번 공모전에 출품된 또다른 포스터의 내용이다. 꽉 닫힌 가방은 성매매 관광이라는 무책임여행을 일삼는 우리의 의식 수준을 상징한다. 국부가 늘고 여행객이 늘어도 문화적 품격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일상에서 벗어난 공간에서 사람이든 문화든 ‘밑천’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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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우 인턴기자·한국외대 신방과 4학년 777hyunwoo@hanmail.net
인터넷 카페에서 밤문화, 황제관광 등의 검색어를 치면 관련 클럽과 글들이 몇십만 개가 뜬다. ‘원정 성매매’ 알선 업체들이 관광여행을 빙자해 온라인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업체는 여행 일정표를 제시하는데, 현지인 통역 겸 가이드가 따르고 공항에서 픽업을 해준다는 것은 보통의 관광여행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환락의 밤을 보낼 곳” “현지 여성과 밀착 데이트” “마사지를 겸한 여흥” 등 옵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상당히 체계화·조직화돼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중 ‘중국 남성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에 연락을 취해보았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임을 밝히지 않았다.
인터넷 카페에서 보고 전화했습니다.
처음이세요? 2박3일, 1인당 59만원이고요. 비행기표만 끊어오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논스톱으로 알아서 해드립니다.
제가 중국어를 못하는데.
밀착 가이드를 붙여드립니다. 조선족인데 한국말 잘해요. 당연히 여성이죠.
일정표를 볼 수 있을까요?
현지에 저희 업소가 많아요. 여성분들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고를 수 있습니다. 처음이시면 저희가 마담을 룸에 넣어드립니다. 룸에서 호텔로 이동할 때 차량도 제공하고요. 전 일정 식사도 제공합니다.
다른 관광은 없나요?
….
업소에서 여성들 만나다가 그곳 경찰에 적발되지는 않습니까?
무슨 말씀을. 경찰 절대 안 옵니다. 중국은 관련 법도 없어요. 한국하고는 달라요. 여기 골프 치러 오는 분들도 90%는 ‘밤문화’를 즐깁니다. 자유롭게 놀다 가니까 가신 분들이 두 번, 세 번 또 옵니다. 안심하세요. 몇 분이나 오시죠?
추가 비용은 어떻게 됩니까?
‘공식적인 옵션 비용’은 없어요. 성수기니까 빨리 결정하세요. 일단 호텔비 5만9천원만 계좌에 먼저 입금해주세요. 현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저희만 믿으세요.
현재 이 사이트는 ‘80년생 이전, 남성’만 가입된다. 여성은 가입 단계에서 ‘튕겨져’ 나온다. 하루에 몇십 건씩 ‘밤문화’ 여행 관련 문의가 올라온다. 전화 문의도 많다고 한다. 업자는 중국에서는 마치 ‘자유로운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것처럼 ‘호객’했지만, 중국에서도 성매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업자의 말만 믿고 갔다가는 쇠고랑을 찰 수 있다. ‘어글리 코리안’에서 ‘밝히는 코리안’으로 무책임 여행의 표본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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