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경영권 다툼 논란 뜨거운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과 차남 강문석 대표…비타500이 박카스 위협하며 사이 벌어져, 실질적 전선은 ‘형제 사이’</font>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1월22일 오전 10시15분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 ‘(일반서식)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라는 제목을 단 공시 한 건이 떴다. 보고자는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였으며, 의결권 공동 행사 계약에 따라 유충식 동아제약 부회장의 지분 2.60%를 자신 쪽으로 옮겨 신고한다는 게 주내용이었다. 증권거래법(제200조)은 본인과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해 상장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와 그 뒤 1%포인트 이상 변동할 때마다 금감원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강 대표의 동아제약 지분은 3.73%이다.
1월25일 “좋은 분위기에서 오해 풀었다”
유 부회장의 지분 이동 공시는 증권가와 재계에 숱한 화제를 뿌렸다. ‘박카스’ 브랜드로 유명한 제약업계 1위 동아제약의 경영권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강 대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기도 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차남으로 2005년부터 동아제약 경영권에서 배제된 뒤 아버지와 불편한 관계에 빠졌다는 소문이 재계 안팎에 널리 퍼져 있던 터였다. 여기에 강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던 유 부회장이 아들 쪽으로 돌아섰다는 사실이 보태져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유 부회장은 1961년 입사해 전무, 부사장, 사장을 거쳐 2003년 1월부터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40여 년 동안 줄곧 동아제약에서 잔뼈가 굵은 셈이다. 창업자 2세인 강 회장의 부하 직원이자 동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동고동락해온 사이다. 유 부회장의 지분 이동으로 아들인 강 대표 쪽의 지분(특수관계인 포함)은 10.93%에서 14.71%로 늘어났고, 강신호 회장 쪽 지분은 본인 5.2%와 넷째아들 강정석 동아제약 전무 0.5% 등을 합쳐 6.94%로 떨어졌다.
아들인 강 대표 쪽은 아버지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을 일단 부인했다. 강 대표의 의중을 전한 수석무역 관계자는 “(아들 쪽의 지분 확보는) 동아제약을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것일 뿐 아버지를 경영 일선에서 몰아내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의 지분 구조를 보면, 대주주 일가와 관계사에 자사주까지 합해도 20%를 약간 웃돌 정도로(1월12일 현재 23.7%) 취약해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칼 아이칸이 KT&G를 공격할 때 동아제약도 ‘사냥감 후보’였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 관계자는 “강 대표는 아버지로, 또 경영자로 강 회장을 존경한다”며 “우호 지분을 넓히려는 순수한 뜻이 외부에 잘못 알려졌다”고 했다. 강 회장도 1월25일 아들인 강 대표를 만난 뒤 “좋은 분위기에서 예전의 오해를 많이 풀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거나, ‘아들 쪽의 승리로 굳어졌다’는 식의 언론 보도는 섣부른 억측이었던 것일까?
강 대표는 1987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지 5년 만인 1992년 기획조정실장을 맡았을 즈음 경영 전략을 놓고 아버지인 강 회장과 약간씩 이견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20개를 웃도는 계열사 정리를 비롯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게 강 대표의 주장이었고, 여기에 강 회장은 선뜻 수긍하지 않았다. 그런 중에도 구조조정 작업은 강 대표의 주도로 이뤄졌고, 이는 외환위기의 파고를 무사히 넘기는 디딤돌이었던 것으로 제약업계에 알려져 있다. 강 대표 쪽은 “외환위기 때 크게 어렵지 않았고, 지금도 제약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당시 구조조정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한다.
구조조정을 둘러싼 이견을 보였을 당시만 해도 아버지와 아들은 경영 전략에서 약간의 견해차를 보였을 뿐 불화를 겪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2003년 부자 사이가 벌어지는 계기 하나가 불거진다. 동종업계인 광동제약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비타500’이 동아제약 박카스의 아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일이다. 강 회장은 이를 중대한 사안으로 여겼다고 한다. 박카스는 동아제약 전체 매출(5천억원)의 30%에 이를 정도로 상징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박카스의 점유율 하락을 질책했고, 강 대표는 박카스 한 품목의 매출 증대보다 연구·개발(R&D)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혁신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는 얼마 뒤 강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결국 회사를 떠나는 빌미가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듬해인 2004년 강 대표는 동아제약 대표이사 사장에서 물러나 ‘대표이사’ 꼬리를 뗀 부회장으로 밀려났고, 1년 뒤엔 부회장 자리에서마저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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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약간 넘는 취약한 지분 구조
구세대와 신세대의 경영철학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쳐지는 부자 사이의 이런 마찰음에 복잡한 가족사가 보태지면서 사태는 한층 꼬였다. 강 회장은 강 대표가 동아제약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4남인 강정석 전무를 영업본부장과 동아오츠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강 전무는 강 회장과 둘째부인 최아무개씨 사이의 아들로, 강 대표의 이복동생이다. 강 회장의 첫째부인이자 강 대표의 어머니인 박아무개씨는 지난해 강 회장과 이혼했다. 이런 복잡한 가족사와 강정석 전무의 부각이 강 대표에겐 부담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와 증권가의 해석이다. 강 대표가 애초 1%대에 머물던 동아제약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사실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버지와 아들은 1월25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포옹’(강 회장의 발언)함으로써 화해에 이르렀음을 회사 안팎에 과시했다. 같은 날 강신호 회장이 전경련 월례 회장단 회의에서 다음 회장으로 사실상 재추대됐다는 점도 동아제약 집안 갈등을 완화할 요인으로 꼽힌다. 양쪽의 지분을 합쳐도 20%를 약간 넘을 정도로 취약해 집안 다툼은 ‘공멸’로 이어진다는 객관적 정황도 갈등이 봉합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낳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동아제약 집안 다툼의 실질적인 전선은 ‘아버지와 아들’이라기보다 ‘형제 사이’로 보고 있다. 갈등 해결이라기보다 봉합이라고 여겨지는 게 이런 사정 때문인데, 그 진상은 3월 중에 열릴 동아제약 주주총회에서 좀더 분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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