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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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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안에 실질적 민영화”

등록 2007-01-20 00:00 수정 2020-05-03 04:24

보험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는 기업은행 강권석 행장…제약은 많고 경쟁은 똑같이 해야하는 ‘국책은행’의 굴레를 벗어나야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은행권은 구조조정 태풍의 중심부였다.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들 역시 민간은행에 견줘선 덜했지만, 변화의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민영화 과정을 밟으면서 민간은행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으며, 한편으론 국책은행이란 보호막이 이제 굴레로 작용하는 현실을 맞고 있다.

기업은행이 올해 들어 새 기업이미지통합(CI) 상징물을 채택하고 보험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고 있는 건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 강권석(57) 기업은행장으로부터 국책은행이란 딜레마, 민영화 방안·일정, 종합금융그룹 실현 방안과 함께 현재 국내 은행권의 최대 이슈로 떠올라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강 행장은 행정고시 14회 출신으로 옛 재무부 자금시장과장, 옛 재정경제원 생명보험과장,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거쳐 2004년 3월부터 기업은행장으로 일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건전한 방향의 수익구조

외환위기 10년을 맞는 해다. 그동안 일부 은행이 문을 닫는 등 금융권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에 비해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들은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에 있었던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그건 언론에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고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국책은행마다 사정은 다르다. 이익의 원천을 따져봐야 한다. 산업은행이 최근 수익을 내는 건 영업이익에서 내는 게 아니고, 과거에 투자한 데서 생겨난 투자이익이 상당 부분인 걸로 안다. 대우조선, 대우건설 등 과거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위해 투자한 부분…. 기업은행의 경우 예대 마진이 줄어드는 중에도 수익을 내고 있다(기업은행은 지난해 1조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비용을 줄여 수익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트 다운(비용 절감)은 자산건전성을 높여 손실률이 낮아진 데서 나온다. 또 비이자 수익, 곧 수수료 부분에서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 아주 건전한 방향의 수익 구조로 가는 것이다.

수수료 과다에 대한 지적이 많지 않은가?

=미국 은행들의 비이자 수익 비중은 40~50%에 이른다. 한국 은행들은 10% 수준이고, 기업은행은 그보다 낮다. 그런데도 수수료를 많이 받는다고 야단을 친다. 그것도 언론에서 오해하는 것이다. 수수료는 거래 편의를 제공하는 직접 서비스에 대한 대가다.

기업은행 고객인 중소기업들은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 기업은행 형편과 달리…. 그 괴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가 300만에 이른다. 그중 제조업은 11%인 33만 개이고,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업체는 그것의 3분의 1인 11만 개 수준이다. 기업은행 대출자산 포트폴리오(분포)를 보면 65%가 제조업 부문에 가 있다. 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수출은 좋은 편이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 부문은 불황이 아니었다.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삼는 기업은행은 (좋은) 수익성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외환위기 뒤 리스크 관리 기법이 발달돼 자산건전성이 좋아졌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5~7%로 자산증가율보다 낮아도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다.

외환위기 10년 동안 기업은행의 변화를 요약한다면?

=신용평가 모델을 은행들 중에서 가장 먼저 개발해 앞선 평가 시스템을 갖췄다. 외환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가 잘 정착돼 선전화돼 있다. 기업은행은 1994년에 상장돼 민영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민간은행들과 똑같이 경쟁하는 체제로 들어가 있다. 전에는 옆에 (기업은행) 지점이 있어도 (민간은행들이)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무척 중요한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

5년 안에는 민영화될 듯

그래도 여전히 정부 지분이 많이 남아 있는 국책은행 아닌가?

=정부의 직접적인 지분은 51%, 산업은행·수출입은행 지분까지 합하면 66%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해 15.7%(지난해 말 종가 기준 1조2400억원어치)를 팔려다가 중단했다. 그걸 팔았다면 지분은 35% 정도가 되고, 뒤이어 중소기업은행법을 폐지하면 완전 민영화가 된다.

국책은행으로 남아 있는 데 따른 긍정적 효과도 있는 것 아닌가?

=신용등급을 높게 받는다는 점에서 유리한데, 실제 영업에는 큰 차이가 없다. 사실 양쪽 면에서 어렵다. 국책은행으로서 제약을 받는 동시에 시중은행과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인건비 부분에서 정부의 예산 통제를 받아 시중은행들처럼 마케팅 비용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또 경영 판단을 할 때 정부 금융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때문에 민영화돼야 한다. 시중은행들이 다 덤벼들어 너나 없이 중소기업 금융을 취급하고 있다. 정부 지분이 35%가량으로 떨어지고 나면 중소기업은행법을 폐지할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본다.

민영화 시점은 어떻게 보는가?

=5년 안에 되지 않을까 싶다.

정부 지분 매각은 올해도 추진되는 것인가?

=지난해엔 정부 예산에 포함돼 있었는데, 올해는 들어가 있지 않다. 정부의 목표가 있을 것이다. 올해 세수 전망을 봐가며 팔 수도 있고…. 중소기업은행법을 폐지하기까지는 3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법을 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 지분이 떨어지는 시점은 1~2년 안에 올 것이고, 완전 민영화는 3~5년 정도 걸리지 않겠나.

기업은행의 장기 비전을 종합금융그룹으로 제시하고 있다. 왜인가?

=은행 경영을 해보니 은행이야말로 ‘규모의 경제’가 잘 적용되는 분야다. 전산투자가 매년 2천억원가량 이뤄진다. 은행 규모와 무관하게 투자돼야 한다. 또 직원이 만지는 숫자가 1천만원이든 100억원이든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은행의 비이자 수익을 올려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비이자 수익을 거두려면 상품을 다양화한 종합금융을 해야 한다. 고객들이 은행 가서 돈 찾아 증권사 가서 주문하고, 수익증권 가입한다고 투자신탁사로 다니길 원치 않는다. 한 창구에서 다 서비스를 받는 ‘원스톱 서비스’ 하려면 (종합금융)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그러면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게 되는가?

=지난해에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다가 가격이 안 맞아 중단했다. 보험사 인수를 먼저 추진한 건 지난해에 시작된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또 증권사와 달리 인수 비용이 싸다. 라이선스(보험 면허)만 있으면 조그만 보험사라도 기업은행의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올해 다시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나?

=적정한 물건(보험사)이 있으면 계속 인수를 추진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진행 상황 봐가며 대응

연초 우리은행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단행해 금융권 안팎에 화제를 뿌렸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인 이슈로, 국책은행이 해결에 앞장섰어야 할 문제 아닌가?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법의 실제 시행은 7월로 잡혀 있다. 진행 상황을 봐가며 대응해도 늦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팍’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는 은행 경영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별도의 팀이 만들어져 있다. 여기서 여러 방안이 나올 것이다. 그걸 봐가며 대응해야 한다. 몇 달 먼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은행식의 정규직화 방안’에선 은행 쪽 부담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들었다(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한 정규직화 방안에서 3천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되 직군을 구분해 임금을 차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신분이 안정되는 수준일 뿐이라고 하는데 그걸 단행하기 어려운가?

=(기업은행의) 비정규직 비율은 25%, 숫자로는 2200명가량 된다. 대부분 텔러(입출금 전담 창구 직원)들이다. (정규직화한다고 해서) 당장 큰 부담은 아니다. 문제는 정년이다. 59살, 60살까지 가는데…. 은행 생산성과 개개인 생산성이 정년 때까지 가느냐(유지되느냐)가 제일 큰 딜레마다. 10년 뒤면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정년을 45살 정도로 묶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정규직화할 수 있다.

우리은행이 너무 앞서갔다는 말인가?

=그 은행 사정을 모르니 코멘트(말)할 처지는 아니고,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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