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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터넷 전화를 먹을 것인가

등록 2006-02-23 00:00 수정 2020-05-03 04:24

시외·국제 통화의 놀라운 가격, 스카이프 국내 진출로 선점 경쟁 불붙을 전망
2000년과 달리 통화품질 좋아지고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로 발신·착신 가능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부산 공장에 거는 시외전화가 공짜?” 서울에 본사를, 부산에 생산공장을 둔 의류업체 ㅅ사는 최근 해외 주문이 폭주하면서 전화요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평소의 3배가 넘는 시외 장거리 전화 이용량에다 국제전화 통화료까지 급증했다. 회사 총무팀은 고민 끝에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인터넷 전화는 전화선과 사내 교환기가 필요 없고, 구리 전화선 대신 인터넷선(LAN)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국에 퍼져 있는 공장·지점·사무소에 마치 구내전화처럼 공짜로 전화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전국의 사업장들이 한 건물 안에 있는 사무실처럼 된 셈이다.

헤드셋 쓸 필요 없는 IP폰

인터넷 전화(VoIP)는 음성을 인터넷 프로토콜(IP) 데이터 패킷으로 변환해 통화하는 것으로, 전국 단일통화요금 체계라서 시외전화의 경우 일반 전화에 견줘 최대 84%까지 통화료를 아낄 수 있다. 인터넷 전화는 발신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휴대전화처럼 시내·시외전화 요금이 똑같은 것이다. 국제전화나 휴대전화로 거는 통화료도 일반 전화보다 싸다. 2005년 8월 삼성네트웍스가 국내 최초로 발신과 착신이 모두 가능한 인터넷 전화 시대를 열었고, KT·하나로텔레콤·Sk텔링크 등 13개 사업자가 정보통신부의 허가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 인터넷 전화는 이미 2000년에 등장했다. 당시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는 ‘공짜 전화’라는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유행도 잠시, △잡음이나 통화 도중 끊김현상 등 통화 품질 문제가 나타나고 △발신만 가능하고 착신이 안 되는 반쪽 서비스에 그치고 △광고를 봐야만 통화가 되는 등 불편이 적지 않아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금세 멀어졌다. 그러나 이제 거의 모든 가정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고 인터넷 전화의 통화 품질도 크게 좋아지면서 다시 차세대 음성통신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 전화 착신번호(070)가 따로 부여돼 일반 전화나 휴대전화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전화는 크게 ‘웹폰’과 ‘IP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웹폰은 관련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아 설치한 뒤 별도의 전화기를 쓰지 않고 헤드셋을 이용해 통화하는 것으로, 새롬 다이얼패드, 네이버폰, 그리고 지난 2월14일 국내에 진출한 스카이프 등이 있다. 스카이프의 경우 휴대전화처럼 생긴 별도의 IP폰을 PC에 꽂아 헤드셋 없이 통화할 수도 있다. 반면 IP폰은 겉보기에 일반 전화기와 비슷한 인터넷 전용 전화기(IP폰)를 구입해서 랜선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전용 전화기는 현재 9만∼20만원대까지 나와 있다. 기존 일반 전화기에도 게이트웨이라는 장치를 꽂아 IP폰으로 쓸 수 있다. 웹폰과 달리 PC 앞에서 무거운 헤드셋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화상통화나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인터넷 전용 전화기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전화는 비록 PC가 꺼져 있더라도 걸려오는 전화를 중간 ‘서버’에서 감지해 다른 유선전화나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해 연결해준다.

‘070’으로 시작되는 개인번호 부여

현재 국내 인터넷 전화 서비스는 ‘070’으로 시작되는 11자리 식별번호가 따로 있다. 전화를 받기 위한 ‘070-7(혹은 8)×××-××××’라는 개인번호를 부여받는 것인데, 삼성네트웍스는 070-701×-××××, KT는 070-77××-××××, 하나로텔레콤은 070-76××-××××, SK텔링크는 070-74××-××××이다. 아직 서비스 초기라서 가입 고객은 많지 않고 대부분 법인고객들인데, 삼성네트웍스의 경우 기업고객이 2600여 곳(가입한 070 번호 2만4천 개)에 이른다. 동일 사업장이라면 대개 연번으로 이어진 수십, 수백 개의 070 번호를 받게 된다.

통화요금(표 참조)을 보면, 시내전화는 유선전화보다 비싸지만 시외·국제전화는 더 싸다. 인터넷 전화는 ‘국내전화’이므로 외국에서 ‘070’ 번호를 이용해 전화를 걸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 된다. 반면 국내에서 070 번호를 이용해 외국의 유선이나 이동전화로 걸 수는 있는데, 이때는 일반 유선전화 요금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싸다. 삼성070의 경우 인터넷 전화로 미국에 거는 기본요금이 180원/1분(일반전화는 288원/1분)이고, 중소·소호·벤처 할인요금으로는 146원/1분이다. 삼성네트웍스에 따르면 본사에 500명, 원거리 공장에 300명이 있고 지점·영업소 30곳에 직원이 각 20명씩 있는 기업의 경우, 기존 유선전화는 설비비·관리운영비·전화요금(4692만원)까지 포함해 한 달 5905만원인데, 070 인터넷 전화로 바꾸면 전화요금이 3803만원으로 줄어 관리비까지 합쳐 한 달 1597만원이 절감된다. 여러 번호를 가진 동일한 개인 또는 법인고객 간의 인터넷 통화는 공짜이기 때문이다. 삼성네트웍스 권영근 과장(인터넷전화사업팀)은 “인터넷 전화는 엑셀과 아웃룩 주소록에 기록된 전화번호를 단 한 번 클릭만 하면 전화가 걸리고, 수많은 고객을 상대로 하는 영업(텔레마케팅, 전국 지점을 가진 금융권 등)일수록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인터넷 전화의 통화 품질은 어떨까? 정보통신부 쪽은 “인터넷 전화의 통화 품질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사업자로 허가해주는데, 유선 시내전화에 맞먹을 정도로 다들 통화 품질이 대폭 좋아졌다”며 “인터넷 전화를 쓰는 소비자 중에서 통화 품질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통화 보안도 거의 완벽하다. 삼성네트웍스와 스카이프 쪽은 “자동적으로 모든 음성 데이터를 패킷 형태의 보안 알고리즘을 적용해 암호 처리했고, 전화를 받는 쪽에 음성 데이터가 도착해야만 즉시 모든 내용이 해독되므로 중간에서 음성 통화를 가로채더라도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두 개의 번호 갖는 시대 올 것”

물론 인터넷 전화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도 있다. 무엇보다 아직 ‘070’ 번호가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자신의 휴대전화에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가 찍히면 ‘060’ 광고성 스팸전화처럼 생각해 안 받는 일도 흔하다. 기업고객들도 기존에 쓰던 유선번호를 070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전화를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이 주로 기업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 권영근 과장은 “앞으로 무선 인터넷(와이브로)이 본격화되면 각자 휴대폰에 휴대폰 번호와 070 두 개의 번호를 갖고 쓰는 등 개인과 가정도 인터넷 전화로 점차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걸어가면서도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다는 것인데, 노키아는 이미 인터넷 전화와 휴대전화를 통합한 단말기를 내놓았다.

국내 인터넷 전화 시장은 2월14일 세계 최대 인터넷 전화 기업인 스카이프(www.skype.co.kr)가 국내에 진출함에 따라 선점 경쟁이 뜨겁게 불붙을 전망이다. 2003년에 사업을 개시한 스카이프는 고속 성장을 거듭해 전세계에 벌써 75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스카이프는 먼저 1500만 명의 국내 옥션 회원을 중심으로 물품 거래 때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 시장에 파고들 예정이다. 스카이프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간단히 회원으로 가입해 세계 어디든지 회원끼리 무료로 통화할 수 있고, 웹캠(PC카메라)을 설치하면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국제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즉 ‘82-2-××××-××××’를 눌러야 통화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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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요금으로 국제통화를

스카이프는 △인터넷에 연결된 회원끼리 무료 음성·영상 통화가 가능한 P2P 기반의 소프트웨어인 ‘스카이프’ △PC에서 유선전화·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스카이프 아웃’ △자신만의 스카이프 전화번호를 받은 뒤 유선전화·휴대전화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PC로 받을 수 있는 ‘스카이프 인’ 등 세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금은 스카이프 인·아웃 모두 선불제다. 스카이프 아웃의 경우 유선전화로 걸면 1분당 0.017유로(약 27원)이며, 이동전화로는 약 75원/1분이다. 국내에서 유선과 이동전화로 걸 때는 비싼 편이다. 스카이프 인은 정액 3개월짜리가 10유로(약 1만2천원)다. 또 5명까지 동시에 무료 통화가 가능한 다자간 통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지난 2월15일, 옥션 김진용 차장(스카이프사업본부)이 자신의 노트북PC를 인터넷에 연결해 상대방 회원의 아아디를 클릭하자 반대편에 있던 상대방의 PC에 ‘따르릉, 따르릉…’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통화 음질은 유선전화 못지않게 생생하고 또렷했다. 김 차장이 이어 PC 모니터에 떠 있는 스카이프 스크린샷 주소록에서 일본 도쿄에 있는 친구 아이디를 클릭했다. 통화는 끊김 없이 생생하게 이뤄졌다. 물론 모두 무료 통화다. 김 차장은 “그동안 게임방에 가서 친구들끼리 소리 지르면서 동시 게임을 했는데, 이제 스카이프에 들어와 회원이 되면 집에서 헤드셋을 끼고 친구들끼리 무제한 통화를 하면서 게임을 할 수도 있고, 해외에 원어민을 사귀어두고 무료 통화를 할 수도 있고, 화상으로 인터넷 원격 진료도 가능하다”며 “한국에 있는 사람이 미국의 스카이프 지역 전화번호를 구입하면 미국 내에서 거는 지역 요금만 내고도 국제통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카이프는 거대한 전화번호부 역할도 하기 때문에 회원이 자신의 정보(아이디, 거주 지역 등)를 공개할 경우 쉽게 원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고, 연락처 목록에 표시된 사용자가 바깥에 나가 있는지 자리에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130년 유선의 지배가 끝난다

혁명에 가까운 전화의 진화, 국내 인터넷 시장도 대폭 늘어날 듯

지난 2월14일은 전화 발명 1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876년 2월14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미국 특허청에 전화 특허를 출원한 뒤 전화는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전류를 이용한 음성 전달이 가능해지자 더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통화하려고 진공식 증폭기가 발명됐고, 이어 대륙 간 횡단 통화까지 가능해졌다. 장거리 통화를 가능하도록 한 진공관 기술은 초기의 컴퓨터 탄생에 중요한 기술적 바탕이 됐다. 음성 전송이 이뤄지자 영상 전송에 대한 욕구가 생겼고 이는 텔레비전 발명으로 이어졌다.
현재 지구상에는 10억 대의 전화가 있다고 한다. 지난 130년 동안 전화의 기술적 특징은, 일반 유선전화(PSTN)망 교환 기술이 자석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었을 뿐 그다지 변한 게 없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대대적인 ‘전화의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동통신과 인터넷 전화가 그것인데, 근대 유선 전화기 탄생 이후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최초의 인터넷 전화는 1995년 보컬텍(Vocaltec)사가 PC와 PC를 연결해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음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도입했다. 구리 전화선 대신 랜선을 이용하므로 통신요금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됐다. 2002년에 소프트뱅크가 인터넷 전화 서비스(BB Phone)를 개시한 일본(식별번호 050으로 시작)은 벌써 가입자가 1천만 명에 이른다. 일본의 최대 유선통신 업체인 NTT는 소프트뱅크의 강력한 도전을 받아 올해부터 기존 유선전화를 인터넷 전화 서비스로 교체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또 이베이·MS·구글 등이 인터넷 전화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는 데서 보이듯, 한 세기를 풍미한 기존 유선전화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곧 인터넷 전화 시대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전화는 음성과 데이터가 융합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단순한 전화기 그 ‘이상’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국내 인터넷 전화 시장이 2005년 10만 회선에서 올해 60만, 2009년 460만 회선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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