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에 패션과 개성을 불어넣는 현대카드의 새로운 브랜드 전략
차·쇼핑·여행 등 알파벳 브랜드 별로 맞춤형 서비스 제공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도대체 M은 뭐고, S는 뭐야? 요즘에는 W라는 것도 나오던데?” ‘인생을 즐겨라! Player’s License.’ 광고 속의 ‘현대카드W’는 인생은 축제라고 말한다. 현대카드 회원은 400만명. 현대카드를 갖고 있는 고객은 과연 M, S, W를 다 알까. 현대카드의 브랜드 상품으로는 T, U, I, K, A, C도 있다. 모두 9가지다. W는 ‘축제’라고 말하는데 그럼 M은 뭐고, T는 뭐야? 지갑에 현대카드를 넣고 다니는 고객조차 아리송하다.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현대카드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파격적인 광고에다 ‘알파벳 마케팅’이라는 전혀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카드·미니카드의 등장
2001년 설립된, 신용카드업계 후발주자 현대카드는 2002년 1월 ‘현대M카드’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 구매 할인 혜택 등 자동차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선보인 이 상품은 자동차를 부각시키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피를 유행시켰으나 브랜드 인지도 증가에는 실패했다. 800종에 이를 정도로 이미 포화상태가 된 국내 카드시장에서 새로운 카드를 갖고 싶다는 필요를 만들어내야 했다. 현대M카드는 2003년 5월 대변신을 단행해 ‘현대카드M’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카드사가 ‘삼성 知&美카드’ ‘LG Lady카드’ 등 개별 브랜드를 중간에 배치하고 있을 때 현대카드는 후방 배치로 바꿨다. 현대카드보다 ‘M’을 더 강조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M도 없으면서… 쯧쯧” 하고 혀를 차며 소비자들한테 ‘당신은 왜 이것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도대체 M이 뭐기에 저런 말을 하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현대카드는 ‘낯설게 하기’ 전략에 들어갔다. 일상의 모습을 일그러뜨려서 낯설게 만드는 것인데, ‘부디 잘 키우십시오 M’ 광고편에서는 산부인과에 누워 있는 ‘남자’를, ‘M으로부터 미니가 유행…’편에서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남자’들을 등장시켰다.
현대카드의 고정관념 깨기는 계속됐다. 무채색의 평범한 기존 카드와 달리 현대카드는 업계 최초로 손바닥에 놓으면 손금이 훤히 비칠 정도의 ‘투명카드’를 내놓고, 이어 가로 6.6cm·세로 4cm로 기존 카드 크기의 57%에 불과한 ‘미니카드’를 내놓았다. ‘미니M’ 카드는 휴대전화에 걸 수도 있는 보조 브랜드 카드다. 여기에 다양하고 강렬한 원색 컬러 디자인으로 고객들한테 어필했다. 단순한 결제 기능 외에 패션과 개성을 카드에 넣어 현대카드라는 물건 자체를 갖고 싶은 소유욕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현대카드의 ‘신용카드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시는 2004년 1월부터 전개한 알파벳 마케팅이 그대로 보여준다. 현대카드는 ‘26가지 새로운 생활’이라는 테마 아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알파벳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카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고객마다 자동차 구매·쇼핑·휴대전화 이용·항공기 탑승 등 각각 자신의 소비 지출과 관심이 달라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분야도 차이가 있는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별로 타깃을 차별화해 시장을 세분화하는 전략이다. 알파벳만 바꾸면 카드 브랜드를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다. 기존 카드사가 고객을 ‘일반’과 ‘골드’로 나누고 쇼핑·교통·놀이공원·영화·공연·외식·스포츠 할인 혜택과 포인트 적립 부가서비스를 모두 똑같이 제공하는 반면, 현대카드는 고객의 성향에 따라 꼭 필요한 서비스만 제공하는 맞춤형 카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적립 포인트나 캐시백, 카드별로 달라
카드 브랜드별로 M(Multiple/Motors)은 자동차와 생활에 특화된 카드로 현대·기아차를 구입할 때 M포인트로 200만원까지 결제할 수 있고, 이미 쌓여 있는 포인트가 없으면 현대카드를 발급받으면서 먼저 50만원을 할인받고 나중에 적립 포인트로 갚아나갈 수 있다. S(Shopping)는 백화점 쇼핑 때 이 카드를 사용하면 1천원당 최대 10포인트의 S포인트를 적립해준다. T(Telecom)는 이동통신 요금 할인 전용카드로 매달 통화료를 캐시백해주고, I(Interest)는 우체국 예금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또 A(Asiana)와 K(KAL)는 국내 항공사 단골고객이 주요 타깃으로 카드 사용금액에 따라 파격적인 항공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주고 있다. 대학생 전용카드인 U(University)는 이용이 저조한 주유·정비 서비스가 없는 대신 인터넷 쇼핑과 콘텐츠 구매에 이용할 수 있는 U포인트를 제공한다. 최근 출시된 W(Weekend)는 여행·레저에 특화한 카드로 여행상품을 구매하면 캐시백해주고 적립 포인트로 제휴 여행상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M, S, W 등 카드마다 포인트끼리 상호 교환해 사용할 수는 없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재명, ‘대장동 증인 불출석’ 과태료 처분에 이의 신청
‘증거 능력’ 엄밀히 따진 헌재…윤석열 쪽 ‘불복 논리’ 차단했다
‘탄핵 불복’ 이장우 대전시장, 윤석열 파면 뒤 “시민 보호 최선” 돌변
‘승리의 날’ 일상 되찾은 시민들의 환호…“파면은 끝 아닌 시작” [영상]
“주가폭락에 퇴직연금 증발 중…트럼프는 골프 중” 부글대는 미국
전광훈 집회 나온 윤상현 “대통령, 검은카르텔 세력에 희생”
‘윤석열 파면’에 길에서 오열한 김상욱 “4월4일을 국경일로”
윤석열, 박근혜보다 관저퇴거 늦어질 듯…“이번 주말은 넘겨야”
“이제 전광훈 처벌을”…탄핵 기각 대비 유서 썼던 목사님의 일갈
“헌재 8적” “이재명 죽여야”…‘현실부정·막말’ 도 넘는 윤 지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