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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된 아이디어] 배당금 주는 배 ‘선박펀드’

등록 2005-07-22 00:00 수정 2020-05-03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역사상 선박은 자본주의적으로 건조, 운영된 첫 상품이었다. 신대륙 발견과 원거리 교역을 활용해 유럽이 자본주의로 이행하던 15세기 당시 북유럽 상인들은 선박을 지분별로 나눠 소유하고 있었다. 선박 규모가 엄청나게 커져 선주들의 돈만으로는 건조, 운항이 불가능해지자 지분별로 나눠서 여러 명이 공동 소유하고, 지분 보유자는 매년 자기 지분에 해당하는 이익을 배분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선박펀드’ 금융상품이 등장했다. 선박펀드는 매회 출시되자마자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판매한 선박펀드가 벌써 30여개에 이른다. 아시아권 최초로 등장한 선박펀드는 지난해 3월 대우증권이 선보인 ‘동북아 1호’. 당시 161억원 공모에 무려 1300억원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뤘다. 그 뒤에 잇따라 선보인 후속 선박펀드(현재 ‘동북아 10∼14호’까지 판매됨)도 공모청약 경쟁률이 평균 10 대 1에 이를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동안 ‘동북아 선박펀드’ 시리즈를 통해 들어온 자금만 총 1조원이 넘는다.
선박펀드는 은행 차입금 및 일반 공모자금으로 선박을 건조한 뒤 해운업체에 장기간(대략 15년) 빌려주고 용선료를 받아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예컨대 ‘동북아 14호 선박투자회사’는 15년간 존립하는, 컨테이너 선박 1척만 소유하는 서류상의 회사다. 선박펀드의 배당수익은 대체로 연 6.0∼6.5%(비과세 혜택을 감안하면 연 7.5% 수익률)인데, 채권 이자처럼 3개월마다 고정적으로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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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펀드는 지난 2002년 선박투자회사법의 제정으로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조선 강국임에도 국내 해운업체들이 자체 보유한 선박은 많지 않다. 오히려 거대 해외 선주들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선박을 건조해 사들인 뒤 다시 현대상선 등에 빌려주고 거액의 달러 용선료를 챙기는가 하면, 국내 해운업체들이 외환위기 이후 부채 비율을 낮추느라 그나마 보유하고 있던 선박까지 팔아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해운업 발전을 꾀하기 위해 선박펀드 구상이 나왔다. 물론 여러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선박펀드 상품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게 덤벼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대우증권 프로젝트파이낸싱부 유상철 부장은 “다른 증권사들이 머뭇거릴 때 우리는 6∼7% 배당 수익을 주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대우증권 단독으로 투자 공모를 시작했다. 처음에 삼성증권, 한투증권도 우리와 같이 검토했으나 확신이 없어서 쉽게 동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으로서도 리스크는 있었다. 공모에 나섰다가 투자금이 모이지 않으면 대우증권쪽에서 공모 예정금액을 모두 떠안아야 했다. 유 부장은 “조선업계 동향, 향후 해운업 수출입 동향을 잘 판단해야 배당률 등 상품 가격을 매길 수 있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해 리스크를 분석하고 상품 구조를 기획, 설계했다”고 말했다. 처음 선보인 대우증권 ‘동북아 1∼2호 선박펀드’가 폭발적 인기를 끌자 ‘동북아 3호’ 공모 때부터는 다른 증권사들도 앞다퉈 참여했다.

선박펀드는 해운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배당수익과 원금이 보장되므로 수익률이 안정적이다. 또 선박펀드 투자회사는 모두 증시에 상장되기 때문에 만기 이전이라도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다. 특히 2008년까지 투자금액의 3억원까지는 비과세되고, 3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종합과세에서 제외되는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공모 가능 최저금액은 50만원인데, 1인당 평균 청약금액은 1억4천만원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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