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氣uP! | 기독교방송]
<font color="darkblue">광고 급감에도 큰 폭의 매출 증가 이룩한 기독교방송… 공연·문화 사업으로 수익선 다변화하기도</font>
▣ 글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기독교방송(CBS)은 지난 연말 전 직원에게 기본급 50%를 특별상여금(정규 상여금 700%에 +α 성격)으로 지급했다. CBS가 경영성과에 따라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었다. 언론계 전반이 초유의 불황을 맞아 구조조정 등으로 진통을 겪는 것과 비교해도 관심을 끌 만했다.
공연·문화 사업 ‘질’을 높이다
CBS는 2003년 620억원의 매출에서 2004년 700억원(잠정) 정도로 12.9%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따라서 100억원가량의 ‘내용상 흑자’를 낼 수 있었는데, 연봉계약제로 전환한 간부사원의 퇴직금과 희망자들의 퇴직금 중간정산에 69억원을 지출했다. 채무도 일부(12억5천만원) 상환함으로써 466%(2002년), 428%(2003년)에 이르던 부채 비율을 400% 이하(2004년 잠정)로 낮췄다. 그 결과 최종 회계 처리는 10억원 안팎 흑자로 처리될 듯하다고 이 회사 박호진 기획부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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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대불황은 광고 급감에 따른 것이다. CBS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광고매출은 500억원 정도였는데, 연말까지 최종 집계하면 2003년에 비해 5억원가량(1%)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다만 다른 언론사에 비해 감소 폭이 적은 편이다.
매출 증가의 견인차는 수익선 다변화, 구체적으로는 공연·문화 사업이었다. 사업부문 매출이 2003년 70억원선에서 2004년 10월 말 기준으로 109억9천여만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연말 기준으로는 2배가량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이정식 사장은 “공연·문화 사업의 횟수를 늘렸을 뿐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 중심으로 질의 변화를 꾀했다”고 말했다.
공연·문화 사업의 예로는 지난해 9월4~5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백 투 더 퓨처’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했던 포크 페스티벌이 꼽힌다. 안치환, 강산에 등의 가수가 출연했는데, 6200장의 입장권을 팔아 각종 경비를 제하고 1억7천여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금강산 관광도 신규 사업이었다. 현대아산으로부터 영업권을 일부 따내 관광객을 모은 다음, 기존 관광 프로그램에다 ‘해금강변 기도회’ 성격을 붙였다. 여름에는 매달 500여명의 관광객을 모았다. 금강산 마라톤 대회도 열었는데 대회 참가자들도 관광요금을 내고 가는 것이었다.
이 밖에 잠실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뮤지컬 공연, 성악가 조수미 초청 공연, 복음성가 가수 박종호 콘서트 등의 공연·문화 행사를 연간 70여 차례 기획해 모두 표를 팔았다. 심지어 이 회사 기획조정실은 연말 ‘창사 5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백두산·금강산 사진 전시회를 연 다음, 전시한 사진을 일반인에게 팔아 2천만원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공연사업단 △스포츠마케팅 담당 사업부 △교계협력단 등의 부서를 신설했다. CBS투어라는 여행사도 자회사로 만들었다.
목회자 사장에서 공개 경쟁으로
이 사장은 “과거의 CBS는 다른 언론사들과 마찬가지로 공연·문화 사업을 하더라도 초대권 등으로 참가자를 채우고 대신에 기업으로부터 협찬금을 받아 수입을 올리는 방식이었다”며 “그러나 언론사의 위세를 과시해 협찬금을 걷어내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대신에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구매할 만한 질을 갖춘 행사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에서 경쟁하는 쪽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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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들이 대체로 이 사장의 취임 이후에 나타났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사장은 2003년 6월 공개채용 방식을 통해 첫 사원 출신 사장으로 선출됐다. 권호경 목사가 전임 사장으로 재임 중, 노조가 10개월에 걸쳐 사장 퇴진 요구 파업을 벌이던 끝에 경영진이 바뀐 것이었다. 김종욱 노조위원장은 “방송을 모르는 목회자가 ‘교단 정치’를 통해 사장으로 내려오던 시대를 끝내고, 사원 출신 사장 시대가 열린 것은 분명히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1979년 기자로 입사해 청와대 출입기자, 워싱턴 특파원을 맡는 등 내내 잘나갔다. 그러다 정치부장을 끝으로 한직인 청주CBS 보도국장으로 밀려났다. 이어 청주 본부장이 되어 지방방송사 살림을 도맡아야 할 상황에서 외환위기가 터졌다. 또 대전CBS가 그때 설립되면서 충청권 광고 시장이 줄었다. 월간 5천만~6천만원에 이르던 광고가 200만원까지 떨어지는 비상한 상황에 빠졌다.
이에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각종 공연·문화 행사를 만들어 티켓을 판매하는 사업에 나섰다. 심지어 방송사 로비 빈 공간에서 ‘땡처리 의류’를 팔도록 하고 업자들에게서 공간사용료를 받아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꾀한 몇년이었다. 그 결과 청주CBS 경영이 정상화됐다. 2003년 6월에 2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그가 사장에 선출(재단 이사회)된 것도 이런 실적이 평가된 결과라고 그는 기억했다.
‘단기 경영’에 한계가 있을 수도
사장이 된 뒤 첫 작품이 <노컷뉴스>였다. 애초에 여느 언론사가 흔히 하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 개념으로 시작했는데, 지방 신문사들이 의외로 호감을 표시하면서 현재 20개 지방지와 뉴스 제휴 계약을 맺었다. 지방 신문은 <노컷뉴스>를 인용 보도하고, 대신에 CBS의 광고를 실어주는 형식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노컷뉴스>를 제공하는데, 포털사이트에 모인 각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 가운데선 <노컷뉴스>의 접속률이 특히 높다고 한다. 이 사장은 “CBS는 반독재 민주화운동 시절의 향수를 가진 50~60대가 애호하는 반면 10~30대에겐 외면당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노컷뉴스>가 인기를 끌면서 라디오 방송도 젊은 청취자를 넓히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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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방송은 노조가 장기 파업을 벌이던 2002년에 0.6%까지 떨어졌다. 그러던 것이 그의 취임 이후 한때 최고 5.8%까지 회복됐다고 이 사장은 밝혔다. 그는 취임 초기 “과거 CBS 뉴스의 명성 회복”을 외쳤다.
CBS의 경영이 호전되고 있다면, 그것은 ‘권위에 기대던 시대에서 콘텐츠의 질로 승부한다’는 키 센텐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언론기업이라고 해서 위세를 믿고 안주하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이야기다. 이 사장은 “언론사의 힘을 믿고 무리하게 사업을 하려 해도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언론사도 수용자와 고객을 향해 좋은 상품을 내놓아야 생존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CBS는 마침, 방송이라는 주력사업보다는 공연·문화·교계 등 부대 사업을 통해 나름의 불황 우회책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가 갖는 브랜드 효과가 힘을 발휘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김종욱 노조위원장은 “주력 사업인 방송 분야에서 광고시장 위축이 대세를 형성한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이를 어떻게 타개해나갈지에 대한 비전이 아직 없는 것 같다”며 ‘사업 다각화’ 위주의 ‘단기 경영’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폈다. 그는 “이를테면 뉴 미디어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진출만 해도 장사가 되는지 어떤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선 노사의 고민이 비슷한 것 같다. 이 사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DMB가 자칫하면 몇년간 돈만 들어갈 공산이 크다”며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다른 방송사들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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