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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는 어디로

등록 2004-11-25 00:00 수정 2020-05-03 04:23

[지구촌경제]

<font color="darkblue">아시아 통화들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고정환율제에 묶여 있는 위안화가 이슈로 </font>

▣ 왕윤종/ SK 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원화가 연일 강세 행진을 벌이고 있다. 외환위기 때만 해도 환율이 폭등하는 것을 걱정했는데, 이제는 원화가 너무 가파른 속도로 폭락하는 것에 걱정이 앞선다. 물론 최근의 원화 강세는 다른 아시아 통화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원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중국 위안화만이 유독 달러에 고정되고 있어 위안화의 향방이 관심사로 재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시장 경쟁력 더 커져

10월 초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 앞서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중국 재정부장 진런칭이 초청됐고, 이 모임에서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동 회의에서는 유가 급등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졌을 뿐 중국의 환율제도 변경에 관한 논의는 크게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유연한 환율제도를 도입하는 데 아직도 많은 시일이 더 필요하다는 종전의 입장이 재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스노 재무장관은 미 제조업계의 요구에 따라 중국이 더 유연한 환율제도를 채택할 것으로 강도 높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IMF는 세계경제전망 반기보고서에서 지금이 바로 위안화의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기에 최적의 시점이라고 한층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부시는 달러 약세 정책을 지지하면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키기도 했다.

중국은 1994년 관리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한 이후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까지 약 4년간 5% 이상의 평가절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일일 변동폭 0.3% 내에서 달러당 8.28위안으로 환율을 고정하고 있다. 사실상 일일 변동폭은 무의미하며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위안화는 달러화에 고정돼 있다.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에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그만큼 중국은 미국 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더욱 발휘하게 된다. 물론 중국과 경합하는 상품이 별로 없는 국가들은 그다지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의 빠른 추격을 방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중·일 공동 대응 논의해야

최근 아시아 통화의 강세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수지 적자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2003년에 무려 1240억달러로 전체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를 줄이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위안화의 평가절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이 중국에 강도 높은 평가절상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꿈틀거리고 있지 않다. 그 결과 일본의 엔화와 우리나라 원화가 상대적으로 달러 약세 정책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되는 형국이다. 중국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더 유연한 환율제도로 이행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충격을 감안해 중국은 버틸 때까지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로 내년 상반기에 미국 등 서방국가의 환율절상 압력을 부분적으로 수용해 중국 정부는 10% 이내로 평가절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미온적 대응이 다른 아시아 통화에는 더욱 평가절상의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한·중·일 3국의 외환 당국자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미국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공동 대응을 할지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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