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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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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짭짤해졌다

등록 2004-11-19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생활가전 우위를 바탕으로 정보통신 사업 폭발적 성장… 3분기 영업실적 사상최대 매출 </font>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산업정책연구원(이사장 조동성)이 지난 11월10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브랜드가치를 조사해 발표했다. 브랜드가치는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해당 기업의 국내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을 종합해 산출하는데, 조사결과를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LG전자가 포스코를 제치고 지난해에 견줘 5위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이 조사에서 LG전자의 브랜드가치는 지난해 2조3329억원에서 올해 3조1845억원으로 높아졌다. 국내 기업의 브랜드가치는 1위 삼성전자(21조7796억원), 2위 SK텔레콤(8조1935억원), 3위 현대차(6조5013억원), 4위 KT(5조4640억원) 등의 순이었다.

“브랜드가 아닌 기술력으로 승부”

‘LG전자 파워’가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LG전자의 3분기 영업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라고 할 만하다. LG전자는 3분기에 사상최대 매출(6조1125억원·수출 4조8711억원 및 내수 1조2414억원)에 영업이익 3554억원, 순이익 3044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에 견줘 매출은 24.3%, 영업이익은 92%, 순이익은 36%가 증가하는 놀라운 실적을 거둔 것이다. 3분기에 2000억∼25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시장의 당초 예상을 깨고 3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정도로 LG전자의 수익성이 대폭 향상된 원천은 무엇일까?

LG전자의 사업부문은 △생활가전(DA·Digital Appliance) △디지털 디스플레이·미디어(DDM) △정보통신(IC)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뉜다. 냉장고·에어컨·세탁기·진공청소기 등 생활가전 부문부터 보자. DA부문 3분기 매출액은 1조4114억원, 영업이익은 768억원을 기록했다. 생활가전 부문 매출은 계절을 많이 타기 때문에 상반기에 수익성이 좋고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매출이 줄어들게 마련인데, LG전자는 1분기(2096억원), 2분기(1721억원)에 이어 3분기까지 계속 안정적인 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전체 매출액의 10% 정도인 생활가전 부문에서 지난해 3·4분기 연속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2·3분기에 다시 연속 적자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11.9%, 2분기 10.0%, 3분기 5.4%를 기록했다. LG전자 홍보팀 박형일 부장은 “LG전자는 생활가전 시장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생활가전 부문의 전세계 주요 업계 평균이익률은 5∼10%인데 올해 LG전자가 거둔 평균 영업이익률 8% 정도는 세계 1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LG전자에 따르면, 국내 냉장고 시장은 LG전자 디오스와 삼성전자 지펠이 45%씩 양분하고 있고, 드럼세탁기 시장은 LG전자가 65%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에어컨 역시 4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LG전자 휘센이 국내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쪽은 또 진공청소기와 전자레인지도 삼성전자를 앞서고, 디지털 TV는 삼성전자와 엇비슷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생활가전 부문의 경우 LG전자가 삼성전자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전자는 경쟁업체들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할 때 트롬 드럼세탁기를 내놓아 시장을 선도하고, 우리나라 주거구조에 맞게 소음을 크게 줄인 양문형 냉장고를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으로 치고 나가 생활가전 부문에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LG전자쪽은 “삼성전자는 시장에서 삼성이란 브랜드가치를 앞세우지만 LG전자는 기술력으로 승부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생활가전 부문 연구인력을 상당수 줄였지만, LG전자는 가전 분야의 기술력을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문이 없는 LG전자는 생활가전 부문을 키워왔고 이것이 결실을 보고 있는 반면, 반도체에 주력해온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생활가전에서는 LG전자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3세대 휴대전화기 시장 공략

그러나 LG전자의 깜짝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한 쪽은 이동통신 단말기를 비롯한 정보통신 사업부문이다. LG전자의 정보통신 부문 매출액은 1분기 1조7889억원, 2분기 2조1301억원, 3분기 2조4673억원 등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564억원, 2분기 1375억원, 3분기 2300억원으로 대폭 늘고 있고 정보통신 영업이익률도 1분기 3.2%, 2분기 6.5%, 3분기 9.3%로 놀라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 사업부문의 올 1∼3분기 총순이익은 1조3826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6628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정보통신 부문의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성장세가 갈수록 뚜렷하다. 그동안 캐시카우(Cash Cow·주요 수익원) 역할을 해온 생활가전 분야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데다 휴대전화기를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부문의 급성장이 가세해 안정적인 사업구조(Business Portfolio)를 갖추게 된 것이다.

박형일 부장은 “3분기에 정보통신 부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를 돌파해 사상 처음으로 3대 사업부문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며 “이것이 LG전자가 놀라운 실적을 낸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2002년 1분기의 경우 LG전자의 매출 비중은 DDM 43%, DA 36%, 정보통신 20%였는데, 이제 정보통신이 주력사업으로 부상한 것이다. 정보통신 부문이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함에 따라 상반기에 매출이 성장하는 생활가전과 반대로 하반기에 매출액이 성장하는 정보통신 부문이 양대 축을 이뤄 지속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 LG전자는 생활가전 비중이 높아 하반기에 접어들면 이익이 나빠지는 패턴을 보여왔는데, 이제 사업의 중심이 정보통신으로 이동하면서 이런 구조에서 탈피했다고 볼 수 있다.

정보통신 부문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은 휴대전화기 수출이다. LG전자의 이동단말기 판매는 올 3분기에 분기별 사상 최대인 1180만대를 달성해 전년 동기(760만대) 대비 5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동단말기의 영업이익도 2150억원으로 전년 동기(808억원) 대비 166% 늘었다. 이는 3세대(3G) 휴대전화기인 W-CDMA(비동기식 이동통신)와 GSM(유럽식 디지털 이동통신) 단말기 수출이 대폭 증가한 데 힘입은 것이다. LG전자는 미국 최대 GSM 사업자인 싱귤러사와 유럽 메이저 GSM 사업자인 허치슨 및 오렌지사에 이어 지난 11월8일 스페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텔레포니카 모빌레스에 잇따라 3G 휴대전화기를 수출해 시장에서 선두업체로 부상하고 있다. 올 3분기 GSM 단말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3%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LG전자는 이미 2000년부터 W-CDMA 시스템과 단말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3G에 승부수를 던졌다. 카메라폰 시장에서 경쟁업체에 밀렸던 LG전자가 3세대 휴대전화기 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로 도약하고 있는 것인데, 이처럼 고부가가치 휴대전화기 수출이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영업이익률에서 삼성전자 맹추격

이동단말기는 판매량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에서도 놀랄 만한 실적을 거뒀다. LG전자의 이동단말기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3%대에서 3분기에 9%대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41%를 기록하고 있지만 휴대전화기 부문에서는 3분기 영업이익률 13.4%를 기록해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LG전자가 휴대전화기 영업이익률에서 9.4%로 치고 올라 삼성전자를 따라붙고 있는 형국이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애널리스트는 “LG전자를 보면 매출에서 휴대전화기 비중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부품을 저가에 대량 조달하게 돼 영업이익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자산업은 반도체의 연관 사업부문 파급효과가 큰데, LG전자가 반도체 없이도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강윤흠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그동안 가전사업을 계속 붙들고 헤쳐나오면서도 동시에 휴대전화기 사업에 주력했는데, 이제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LG전자에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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