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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와 함께 내리막길로

등록 2004-11-11 00:00 수정 2020-05-03 04:23

[지구촌경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로 미국 경제 위축…약한 달러 정책 유지할 것

▣ 왕윤종/ SK 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2004년 미국 대선에서 애초 예상대로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결과 부시 대통령이 케리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번 선거는 부시를 둘러싼 네오콘(신보수)들의 일방주의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이 미국 유권자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우방국가들 사이에서도 확산된 가운데 치러졌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고조됐다. 그러나 미국의 유권자는 비록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힘의 미국을 선택했다. 부시 2기 정부는 이러한 유권자의 선택에 힘입어 기본적으로 노선을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세계 경제의 판도도 큰 변화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성장세 꺾이며 유가 안정될 것

부시의 재집권을 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보수 성향의 친기업적 부시 정권이 대내적으로 감세정책과 규제완화, 대외적으로 약한 달러 정책으로 미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대로 부시 정부가 경제정책을 펴나갈지라도 미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다. 클린턴 정부 시기에는 적어도 재정수지에서 균형을 이루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부시 정부는 재정수지의 만성적 적자를 가져왔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는 하강 국면을 겪고 있다. 고유가가 중요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고유가는 미국이 자초한 것이다. 우선 현재의 고유가에서 적어도 10달러 정도는 지정학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이라크의 석유 생산이 원활히 재개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동의 유전에 대한 테러 공격 가능성이 유가 불안을 가져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유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미국 석유 메이저들과 국제 투기자본이 유가 하락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고성장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음모론적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유가는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30년 만의 세계 경제성장률이 5%에 달하는 최고의 호황으로 올해를 평가하고 있지만 부시 2기의 세계 경제는 경기가 위축되는 국면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클린턴 민주당 정부 시절 강한 달러 정책과 달리 부시 2기 정부는 약한 달러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더 이상 지탱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한다. 그야말로 위험 수위를 이미 넘은 상태이다. 미국의 선택은 달러화의 약세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줄이려고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을 겨냥해서 이들 국가의 환율이 평가절상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다. 완만한 환율 조정만으로 효과가 없을 경우 달러화의 폭락도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보수 혁명, 연금제도 개혁

미국의 월가가 부시의 재집권을 환호하면서 주가 상승으로 화답했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자본소득과 배당에 대한 세금감면 등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감세정책은 군사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재정을 더욱 궁핍화시킬 것이다. 부시 정부는 악화일로에 있는 연방정부의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연금제도를 개인연금제도로 민영화하려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오너십 소사이어티’(ownership society)를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시도되는 연금개혁은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과 함께 미국 보수주의 혁명의 양대 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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