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분양한다는 데니스 호프의 ‘김선달 정신’… 한국 대학생이 이어받아 장사 시작
▣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지난 1969년 7월20일은 인류 역사에 오래 기억될 날이다. 이날은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이글’호에서 달 표면의 먼지흙 속으로 그의 왼발을 내디딘 날이다. 인간의 달 착륙은 한국인들에게는 달의 계수나무 아래 토끼가 산다는 이야기를, 서양의 기독교인들에게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이야기를 의심하게 만든 일대 사건이었다.
땅값은 왜 이렇게 쌀까
이 역사적인 사건이 있은 지 11년이 지난 1980년 데니스 호프라는 미국인이 참으로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 “달의 소유권은 내게 있다.”
배우 출신으로 알려진 데니스 호프는 1980년 미국과 당시 소련 정부에 달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편지를 보냈다. 만약 반대 의견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했지만, 그는 양국 정부로부터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그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지구와 태양을 제외한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의 표면(땅)에 대한 자신의 소유권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그의 소유권을 큰 고민 없이 인정했다. 물론 조건이 하나 있었다. “다른 국가와 같은 다른 단체들에게 이 소유권 제기 주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장난처럼 들리겠지만, 데니스 호프는 결코 장난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소유권을 바탕으로 ‘달 대사관’(Lunar Embassy)이란 회사를 차렸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달에 있는 땅을 돈을 받고 분양하기 시작했다.
달 대사관(www.lunarembassy.com)에 따르면, 달의 땅값은 아직도 놀랍도록 싸다. 1에이커(약 1200평)에 19.99달러(약 3만원)밖에 하지 않는다. 여기에 소유권 증명 수수료로 10달러가 붙고, 달나라 세금 1.5달러가 더 붙지만, 달 대사관에서 기념품으로 파는 티셔츠 한벌 값에 불과하다. 땅을 산 사람은 구입증명서와 함께 땅의 위치를 표시한 달 지도를 받게 된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달에 있는 자신의 땅을 확인할 수도 있다.
달의 땅값은 왜 이렇게 쌀까? 달 대사관쪽은 “만약 비싸면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사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 땅을 갖고 싶은 누구라도 살 수 있게,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땅을 소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달 대사관에 돈을 내고 달에 땅을 장만했다. 땅 주인 가운데는 유명인사도 적지 않다. 영화 배우 톰 크루즈와 톰 행크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다.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몇평 장만했다. 지미 카터·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그 대열에 합류했지만, 역시 상상력이 풍부한 연예계 인사들이 많다. 이들을 포함해 전세계 달 대사관 지점을 통해 지금까지 달에 땅을 장만한 사람은 175개국 130만명에 이른다고 달 대사관은 주장한다.
“수익금은 우주에 대한 관심 확대에”
데니스 호프는 달만이 아니라, 화성과 수성에 있는 땅도 달과 비슷한 값으로 분양하고 있다. 그는 1997년 무인 우주탐사선이 화성을 탐사하려 하자 부지 사용료 청구서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보냈을 정도로 자신의 소유권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달을 포함해 지금까지 우주에 땅을 산 사람은 200만명을 넘어섰는데, 달 대사관은 앞으로 금성·목성 등에 있는 땅도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달 대사관쪽에 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데니스 호프는 2000년 한해에만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이 자신의 저작권을 베끼는 것을 막기 위해 7만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외국에만 있던 달 대사관의 지점이 국내에도 문을 열었다. 대학생 권장한(20)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9월15일 인터넷에 ‘문숍’(www.moonshop.co.kr)을 열고 달에 있는 땅을 예약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달 대사관과 계약을 맺어 한국 지점을 낸 것이다. 땅값은 1224평에 3만원이다. 물론 소유권 증명서는 미국에서 보내온다. 달의 땅을 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문숍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해 한때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 사람 중 달에 땅을 장만한 사람은 지금까지 100여명이다. 문숍에 홈페이지를 공식적으로 열기 전 권씨가 주변 사람에게 알음알음으로 판 것이다. 문숍쪽은 청와대에도 ‘일방적’으로 땅을 기증했지만, 청와대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권씨는 “어려서부터 우주소년단에 참여하고 로켓 발사대회에도 나가는 등 우주과학 마니아였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달에 땅을 사는 사람들은 출산을 앞둔 부부나 연인이 많다”며 “기분으로 사는 것 같다”라고 했다. 문숍쪽은 판매 수입의 일부는 계약에 따라 미국에 넘겨주고, 일부를 받게 된다. 권씨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수익금은 우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확대 등에 쓰고 싶다”라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소유권 주장 비웃어
달에 땅을 장만하는 사람들은 정말 기분으로 3만원에 종이쪽지 한장을 사는 것일까? 달 대사관은 소유권이 확실하다고 강조한다. 데니스 호프를 좇는 사람들은 1967년 ‘우주조약’의 허점을 데니스 호프가 노려 소유권을 획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주조약은 “어떤 정부도 달이나 행성 등의 천체 자원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라고 못박고 있다. 달 대사관쪽은 이를 “기업이나 개인이 천체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개발·이용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1984년 유엔의 달협정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우주, 달, 그외 천체의 개발·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 협정에 따르면, 개인도 달이나 그외의 천체에 대해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달 대사관쪽은 “유엔 가입국 가운데 6개국만이 이 협정을 지지하는 것은 데니스 호프의 달 소유권이 정당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을 웃어넘긴다. 이원규 변호사는 “소유권은 국가나 개인이 장악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만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달 대사관쪽이 주장하는 우주협약의 허점에 대해서도, “국가나 단체가 권리를 가질 수 없다면 개인의 권리도 당연히 생길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가들은 달 대사관쪽이 사람들에게 달의 땅을 파는 것이 사기가 아닌 것도 단순히 “낭만을 팔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만약 달 대사관쪽의 달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된다면, 달 대사관이 소유하지 않는 태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누군가가 전 인류를 향해 햇빛을 이용하는 데 따른 이용료를 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몇평 장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귀띔해줘야 할 게 있다. 다행히 달의 땅값은 아직 싼데다, 팔리지 않은 땅도 많아서 땅값이 당분간은 오를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달은 지구보다 작지만 바다가 없기 때문에 땅이 매우 넓다. 지구에서 보이는 표면만으로도 50억 에이커나 된다. 지금까지 4억 에이커가 팔렸다는데, 아직도 96억 에이커가 남아 있어서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1에이커씩 사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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