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 노조와 컨설팅 계약 맺은 포도에셋투자자문… 노조원 가계 상담부터 조합기금 관리까지
▣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은행 영업점에 가면 프라이빗 뱅킹(PB) 센터라는 곳이 있다. 각종 통신기기와 사무기기가 갖춰져 있고, 차를 마시며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수도 있는 곳이다. 자산관리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도 해준다. 최고급 휴게소이며 임시 사무실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 고객이라고 해서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1억원 이상 예금을 하고 있는 소수의 고객만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무리 금융서비스가 발달했다고 해도, 돈 없는 사람이 좋은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최종 상담 땐 부부 함께 만나
데이콤 노동조합은 색다른 시도를 시작했다. 노조는 지난 6월 말 포도에셋투자자문과 자산관리와 운용에 대한 포괄적 제휴와 컨설팅 업무계약을 맺었다. 포도에셋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부의 재정팀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별도 법인으로 독립해 독자적인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다. 물론 고객은 주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이다. 포도에셋은 데이콤 노조와 계약을 통해 조합기금 운용 자문을 해주고, 조합원에 대한 경제 및 자산관리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 조합원이 원할 경우 가계운용에 대한 종합상담도 해준다.
지난 8월18일 수요일, 서울 용산 데이콤 본사의 노조 사무실 한쪽에는 상담실이 차려졌다. 이날은 포도에셋쪽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정기 상담을 하는 날이다. 데이콤 직원 이아무개씨는 그동안 상담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가계자산 운용에 대한 마지막 결정을 하러 왔다. 그는 “털어놓고 협의할 사람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상담은 가계의 자산관리에 대한 기초적인 진단부터 시작한다. 먼저 질문지를 통해 가계의 소득과 지출, 자산 및 부채 상태에 대한 파악부터 시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조언까지 해주지만, 이런 예비진단은 무료다. 더 구체적으로 가계의 자산운용을 점검하고 대안까지 마련해주는 상담은 5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준호 팀장은 “가계의 수지와 자산 및 부채 운용의 건전성을 파악하는 예비상담 단계와 대안을 마련하는 본상담으로 나뉘어 적어도 2~3차례 만남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대안을 마련하는 최종 상담 때는 가능한 한 부부를 함께 만난다. 이 팀장은 “부부 한쪽만 상담을 하면 가계 운용에 대한 지식은 키울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생활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국진 팀장은 기초적인 자산·부채 운용 원칙도 잘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안타깝다고 했다. 예를 들어 대출상품의 경우 만기 일시상환보다 원금 균등분할 방식으로 상환하면 이자를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할 때는 먼저 신용대출을 받고 나중에 담보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그는 충고했다. 노조 이기옥 총무부장은 “제안이 왔을 때 시험 삼아 내가 먼저 상담을 했는데, 연말정산에 대한 조언까지 많은 도움이 됐다”며, 컨설팅 계약을 추진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포도에셋쪽의 상담을 받은 데이콘 노조원은 70여명, 직접 만나 상담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상담을 한다.
“진작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
노조는 기금 운용에 대해서도 컨설팅을 받고 있다. 데이콤 노조가 보유하고 있는 기금은 12억원가량이다. 지금까지는 대개 은행에 넣어놓았을 뿐이다. 물론 컨설팅 비용으로 포도에셋에 월 20만원씩 내야 한다. 한현섭 노조위원장(공공연맹 위원장)은 “컨설팅 계약을 추진할 때 처음 있는 일이라 이견이 없지 않았지만 12억원에 대해 연 이자율을 0.2%포인트만 높여도 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 일단 1년간 해보기로 했다”며, 조합원 상담도 “5만원의 상담료로 평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매우 싸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을 한 사람들은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며 “진작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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