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리기]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고대 그리스의 명의 히포크라테스가 2400여년 전에 가르친 바 있는 말 가운데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것은 “규칙성은 건강의 징조이며, 불규칙성은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생리작용에는 기능이 오르내리는 기복의 율동이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19세기 말에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심리학 교수 헤르만 스보보다와 독일 의사 빌헬름 플리스 박사가 ‘신체리듬’과 ‘감성리듬’의 존재와 주기를 밝혔으며, 1920년대에 알프레드 텔처는 ‘지성리듬’을 찾아냈다.

이 세 가지 리듬을 ‘바이오리듬’이라 부른다. 신체리듬은 23일의 주기를 갖고 근육세포와 근섬유를 지배하며, 심리적으로도 공격성·진취성·저항력·일에 대한 의욕 등에 영향을 미친다. 감성리듬은 28일의 주기를 갖고 교감신경계를 지배하며 기분·비위·감수성·육감 등의 정서나 감정의 에너지에 직접 관여한다. 지성리듬은 33일의 주기를 갖고 뇌세포 활동을 지배하고, 갑상선호르몬 분비의 주기에 따라 두뇌 작용에 파동이 생겨 일어난다. 이 리듬은 이해력, 판단력, 분석력, 논리적 구성력 등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 몸에는 이렇게 긴 리듬 외에 비교적 짧은 리듬도 많이 있다. 체온, 혈압, 호르몬 분비, 세포분열 등의 생리적 현상이 하루 중 특정한 시간대에 따라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리듬이 설정돼 있다. 동양의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 몸의 12개 장부가 하루 중 특별한 시간대에 2시간 정도씩 그 기능이 더 활발해지는 리듬을 갖고 있다. 새벽 3~5시는 폐, 오전 5~7시는 대장, 7~9시는 위, 9~11시는 비장, 오전 11~오후 1시는 심장, 오후 1~3시는 소장, 3~5시는 방광, 5~7시는 신(콩팥), 저녁 7~9시는 심포(心包), 9~11시는 삼초(三焦), 저녁 11시~새벽 1시는 담, 1~3시는 간의 기능이 각각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동서양 의학은 우리 몸에 일정한 생체리듬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정한 병이 더 잘 생기거나 증상이 더 악화되고, 회복이 더 잘되는 시간대가 따로 있고, 같은 약을 먹어도 약효가 더 잘 나타나는 시간대가 따로 있음을 임상에서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각 장기나 물질이 지니는 특유한 리듬을 분석하여 이를 진단과 치료에 응용하려는 파동의학의 연구열이 고조되고 있다. 자연리듬, 생체리듬, 생활리듬, 심신리듬간의 조화가 곧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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