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경제]
상시적인 공급 부족으로 유가 폭등이 구조화될 가능성
▣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유가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을 볼 때 유가가 배럴당 곧 44~45달러까지 오른 뒤 연내 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 법원의 재산매각 금지 명령에 따른 러시아 석유회사 유코스의 수출 중단 가능성으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9월물은 장중 한때 43.05달러까지 급등하며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원유가 첫 거래되던 지난 1983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가를 또다시 경신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32달러 안팎을 유지하던 WTI를 기준으로 볼 때 최근의 유가는 연초에 비해 32%(10달러) 이상 올랐다.
석유 비수기 유가 크게 올라
문제는 석유 비수기인 2분기에 유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4월1일에 34.27달러에 시작한 선물유가는 5월에는 38.21달러, 6월에는 42.33달러로 첫 거래를 시작했다. 비수기인 2분기 유가를 배럴당 24~25달러로 전망한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다. 최근의 유가 폭등은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 여건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 석유회사 유코스의 하루 산유량 170만 배럴은 전세계 석유 공급의 2% 정도에 불과함에도 유코스 사태가 석유시장에서 ‘태풍의 핵’으로 등장한 것은 시장의 전체 수급 여건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하루 50만 배럴 추가 증산에 나서기로 했으나 이미 산유국들의 석유 생산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인식 때문에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현재 하루 170만 배럴 원유를 대체하려면 전세계 잉여 생산 여력을 모조리 다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산유국들이 이제 더 이상 석유 생산을 늘릴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석유 성수기인 하반기 겨울철이 다가오면 유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2008년경이 되면 상시적인 공급 부족으로 유가 폭등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석유 탐사 기술은 충분히 발달해 지구상에 지금까지 찾지 못한 석유는 거의 없으며, 70년대 이후에는 규모가 큰 유전이 발견된 적이 없다. 그런 가운데 유전의 생산성은 둔화되고 있다. 대다수 유전들이 산출량을 늘림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는 종(bell) 모양의 생산분포를 보여준다.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부에서 석유 에너지는 40년 정도만 사용 가능하고, 세계 석유 생산은 아마도 이번 10년대(2001~2010년) 중 정점에 이를 것을 경고한 바 있다.
한국 1인당 석유소비량 너무 많다
그러나 석유 소비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 2위, 6위, 11위의 석유 소비 국가들인 중국, 인도, 브라질의 석유 수요 증대가 세계 석유 수요의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 석유소비량은 1992~2002년에 연평균 1.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에 중국은 연평균 10% 이상, 인도는 연평균 6% 이상, 브라질은 연평균 3.9% 이상씩 증가했다. 이들 국가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석유 수요의 증가는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원유 가격의 상승은 석유제품 가격을 상승시켜 이를 중간재화로 사용하는 모든 산업생산의 활동을 둔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나아가 물가와 이자율의 상승을 가져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킨다.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에너지 수요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전체 에너지에서 50%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입액의 21.4%에 달했고, 유가가 상승할 경우 국제수지의 악화를 비롯해 곧바로 경제상황의 악화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1인당 석유소비량은 2003년 기준 4.11TOE(석유환산t)로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높은 일본의 4.09TOE나 영국의 4.00TOE에 비교해 높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총소비량의 비율인 에너지 효율성 역시 일본의 3분의 1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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