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전자투표시스템 오류로 전당대회를 일주일 연기한 민주노동당에서, 지난 한 주 동안 가장 속이 탄 이는 누구였을까.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 여러 밤을 하얗게 새는 동안 가슴은 숯검정이 된 김학규(39) 선관위원장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죄송할 뿐”이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민노당은 이전에도 전자투표를 치러봤지만 이번처럼 중앙·지방에 걸친 대표단을 선출하는 복잡한 투표는 사실 처음이었다. 당 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원장을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중앙 대의원·시지부 대의원 등을 뽑아야 했고 투표방법도 찬반·선호 등 여러 가지여서 당원 1명이 많게는 40곳까지 기표해야 할 정도였다. 시간도 빠듯했다. 5월6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투표방법이 구체적으로 결정된 뒤 한달도 안 되는 기간에 전자투표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팅도 해야 했다. 무리한 일정은 낭패로 다가왔다. 당초 투표 시작일인 24일에도 시스템이 위태위태하자 김 위원장은 투표일을 하루 더 늦추기로 했다가 25일에 이르러 선관위와 각 선거대책본부를 모아 다시 일주일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하고야 말았다. 투표일이 늦어진 데 대해 선관위가 사과성명을 낸 뒤 당 지도부도 잇따라 따로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인터넷 시스템 오류로 투표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은 따갑다. 제3당이라는 무게만큼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일까. 기대 수준만큼 질책도 매서웠다.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 “컴퓨터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당운영 시스템이 문제”라는 수위 높은 비난도 들었다.
김 위원장은 6월2~5일 투표를 치르고 난 뒤 6월6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시스템 문제와 관련된 경과보고를 하면서 다시 한번 당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할 예정이다. 그는 “당원직선제라는 민노당 고유의 원칙이 매끄럽게 운영의 묘로 연결되지 않았다. 원칙을 지켜나가는 와중에 벌어진 실수로 봐달라”고 부탁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김병기, 비위 폭로에 ‘적반하장’ 맞대응…당내 “원내대표 영이 서겠나”

검찰의 ‘김건희 디올백’ 무혐의 결론, 특검이 뒤집을 듯

믿고 샀는데 수도꼭지 ‘펑’…쿠팡 책임 없다는 ‘판매자로켓’에 소비자 끙끙

김병기, 이번엔 지역구 보라매병원에 ‘가족 의전·특혜’ 요청 정황

미국 서부에 ‘대기천’ 폭풍 강타…LA 주민 6백만명 대피령

대중음악평론가 김영대 별세…향년 48

홍준표, 통일교 특검 두고 “국힘 정당 해산 사유 하나 추가될 뿐”

12월 26일 한겨레 그림판

우원식 “본회의장에 의원 2명뿐…비정상적 무제한 토론 국민에 부끄럽다”

쿠팡의 ‘수사방해’…용의자 특정하고 진술서 받아 ‘일방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