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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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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만 먹고살 순 없다!

등록 2004-04-09 00:00 수정 2020-05-03 04:23

푸틴 집권 2기의 러시아 경제… 빈곤 퇴치와 중산층 육성에 총력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1990년대 러시아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 침체로 1998년에는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국가 부도 사태(모라토리엄)에까지 이르렀다. 러시아는 체제 전환의 실패 사례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러시아의 미래는 암울하게만 보였다. 올리가르흐(신흥재벌)의 막대한 경제력 집중과 중앙과 지방간 갈등 심화는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71배에 달하는 러시아가 끝없이 추락할 것처럼 보였다.

신흥재벌의 정치자금 후원을 받고 있는 옐친 세력이 정치적으로 막강한 위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경유착은 러시아의 체제 전환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신흥재벌은 언론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집권 1기, 신흥재벌 견제

옐친의 지명 후계자로 1999년 총리에 이어 2000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한 푸틴 자신도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집권 이후 개혁 성향이 강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행정 관료와 전직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해 신흥재벌과 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옛 옐친 세력을 견제하는 데 성공했다. 즉, 러시아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신흥재벌이 더 이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과감한 경제개혁의 추진을 통해 지난 집권 1기 4년 동안 러시아 경제는 연평균 6%의 고도성장을 기록하게 됐다.

추락하는 러시아 경제가 회생의 길에 접어들게 된 배경에는 푸틴의 집권에 따른 정치적 안정, 경제개혁 조치가 주효한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가 유가 상승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집권 1기의 경제적 성과는 푸틴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배경으로 작용했고, 연립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을 구성해 의회의 지지를 확보했다. 그 결과 지난 2003년 12월 총선에서 여당이 전체 의석의 약 70%를 차지함으로써 푸틴의 집권 2기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04년 3월15일에 치른 대통령 선거에서도 푸틴은 70% 이상의 대중적 지지도를 확보해 집권 2기의 출범을 순탄하게 맞게 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빈곤 퇴치를 집권 2기의 최우선 과제로 발표했다. 푸틴은 3년 내에 최소생계비 이하의 인구를 반으로 줄일 것을 내각에 지시했고, 특히 세금 감면을 통해 빈곤 감소를 유도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노년층의 빈곤 감소는 세금 감면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퇴직 연령을 현행 55살에서 60살로 연장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가입 환경 조성

현재 사상 초유의 유가 상승으로 러시아 경제는 당분간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의 에너지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감안할 때 산업기반을 확충하지 않고서는 대외 여건 변화에 취약한 현 경제구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석유와 가스 부문에 편중된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중산층을 육성하는 정책이 집권 2기 푸틴 정부의 최대의 개혁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글로벌 경제에 충분히 통합되지 못한 러시아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과감한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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