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공평했다. 2008년 촛불이 타오르며 ‘오프라인’ 공안 정국을 만든 이명박 정부는 탄압의 균형을 맞추려는 듯 곧장 ‘온라인’에도 손을 뻗쳤다.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를 잡아들인 검찰은 MBC <pd> 방송작가의 개인 전자우편 내용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공안몰이’에 나섰다. 그 탓에 ‘사이버 망명’이 유행을 탔다. 사람들은 검찰이 마음대로 뒤져볼 수 있는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사이트 대신 외국에 서버를 둔 구글 지메일로 전자우편 계정을 옮겼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구글 특수’였다.
혐의 무관한 전자우편 압수하지 않을 의무
그러나 검찰이 7년치 전자우편을 뒤진 사실이 언론 등에 알려지자 비판이 쏟아졌다. 검찰이 신청해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는 “전교조가 주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거나 도와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이메일”이라고 적혀 있었을 뿐이다. 검찰은 건국대와 13개 포털업체에서 보낸편지함·받은편지함·임시보관함·삭제편지함 등의 내용을 8차례에 걸쳐 모두 4만1300여 쪽 분량을 받아갔다.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주 교수는 “검찰의 광범위한 압수수색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정현식 판사는 “국가가 주 교수에게 7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서 전자우편의 송수신 기간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검사는 이를 집행하며 적정한 시간을 정해 범죄 혐의와 명백히 무관한 전자우편을 압수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주 교수와 함께 소송을 낸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의 손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2009년 서울 용산 참사 당시 불법집회를 주동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넉 달치 전자우편을 압수당했다. 재판부는 “내용을 보기 전까지 범죄 관련성을 알 수 없는 점에 비춰,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전자우편이 압수됐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박 이사의 기본권 제한은 불가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수사 뒤 30일 안에 압수 사실 알려야
그동안 당사자에게 사전 통지 없이 이뤄지던 전자우편 압수수색은 2009년 “수사 뒤 30일 안에 압수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뒤늦게 통신비밀보호법에 추가됐다. 온라인 공안 정국이 남긴 상흔처럼 말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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