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을 딛고 개발한 초소형 위성, 발사체 문제로 궤도 진입 실패… 새로운 우주시대를 열어갈 소형 위성의 꿈은 한누리 2호로 다시 시작된다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지난 8월7일 한국항공대 우주시스템연구실의 지상국에서 인공위성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컴퓨터에는 ‘한누리 1호’(HAUSAT-1) 인공위성 궤적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석·박사 과정 연구원이 일본이 쏘아올린 피코위성(초소형 위성)의 궤적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한누리1호 개발 과정에서 통신 분야를 담당한 시스템 매니저 문병영(박사 과정)씨는 “지금쯤 위성의 궤적을 살피면서 초기 운용 상태 점검을 마무리하고 전지판을 펴는 등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아무리 발사체의 소프트웨어 오류에서 발생한 실패라 해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사 방법을 찾아 동분서주
불과 10여 일 전까지만 해도 우주시스템연구실은 피코위성 운용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국내 대학 연구실로선 처음으로 초소형 위성을 직접 설계·제작·조립해 성능 시험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한누리 1호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러시아 로켓 ‘드네프르’(Dnepr)에 실려 우주로 발사될 때 장영근 교수를 비롯한 10여 명이 우주시스템연구실의 컴퓨터로 유료(900달러) 인터넷 생중계를 지켜봤다. 지난 7월27일 오전 4시43분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드네프르가 화염에 휩싸여 하늘로 치솟는 순간 실패를 직감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발사 30여 분이 지나도록 전파 신호는 흔적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위성 운영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실패한 발사 ‘기회’를 잡은 것만 해도 ‘행운’이었다. 한누리 1호 개발이 국제 초소형 큐브셋 프로젝트로 지난 2002년 과학기술부 핵심 우주기술 개발사업의 하나로 1억9500만원을 지원받았을 때 위성 발사는 꿈도 꾸지 않았다. 이때부터 10여 명의 연구원들이 위성 제작에 들어갔는데 ‘맨땅에 헤딩하기’식의 도전을 되풀이했다. 위성체 개발 ‘노하우’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부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개월 동안 머리를 싸매기 일쑤였다. 그래도 2년가량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우주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를 비롯해 태양센서·패널 전개장치 등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국내 우주 개발사에 기록될 만한 작은 결실이었다. 10㎤의 정육면체 모양에 무게가 1kg에 지나지 않는 초소형 위성을 개발한 것이다. 초소형 위성은 대개 2t을 웃도는 방송통신용 위성에 견줘 ‘꼬마’ 축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워낙 위성의 크기가 작다 보니 기능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초소형 위성 수십 개를 한데 모으면 ‘골리앗 위성’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누리 1호 개발을 주도한 장영근 교수는 “초미세 전자기계(MEMS) 기술의 발달로 초소형 위성의 기능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저비용으로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만큼 관측용이나 군사용으로도 활용도가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의 서리대학은 소형 위성을 개발하는 SSTL사와 함께 핵심기술을 확보해 위성체와 기술을 수출하고 있고 미국 항공우주국과 공군은 나노 위성 개발 프로젝트를 스텐퍼드대학 등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초소형 인공위성이 초미세 기술의 극치로서 잠재적 가치가 높은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누리 1호 비행모델의 발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장 교수는 발사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워낙 크기가 작은 위성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발사체를 수소문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큐브셋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을 통해 4만달러의 비용을 들여 소형 위성 15개 가운데 하나로 발사할 길을 열었다.
자금 때문에 러시아 발사체 이용해야
그것이 한누리 1호의 발사 실패로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실 장 교수팀은 한누리 1호의 발사체로 드네프르가 결정되는 데 별다른 구실을 할 수 없었다. 우주 발사체 사고의 80%가 러시아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요행수’를 바라야만 하는 처지였다. 대부분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용으로 만들어진 러시아 발사체는 인공위성 발사용으로 개조된 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녹이 생기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 발사체를 이용하기엔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단 위험을 감수한 뒤 위성 기술을 확보하고 전문인력을 키웠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했다.
결국 드네프르는 발사 뒤 85초가량 하늘로 치솟다가 엔진이 정지되고 말았다. 한누리 1호는 발사장 남쪽 25km 지점에 떨어져 형체를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다음날 러시아 플레세츠크 발사장에서 호루니초프사의 발사체 ‘로콧’(Rockot)에 의해 지구 상공 685km에 진입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KOMPSAT-2)의 성공을 위한 액땜으로 여기기도 한다. 무려 7년여 동안 2633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한 아리랑 2호는 발사 실패에 대비해 180억원짜리 보험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한누리 1호는 실패에 대한 보상이 없었다. 설령 보험금을 마련한다 해도 보험사에서 가입을 거절할 게 뻔했다.
아직까지 한누리 1호를 싣고 우주를 향했던 드네프르의 엔진이 멈춘 이유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드네프르가 우주 공간에서 폭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발사체 드네프르가 벨로루시의 인공위성 ‘벨카’(Belka), 한누리 1호 등 소형 인공위성 15개와 함께 떨어진 지점의 반경 50km가 기름에 오염되고 말았다. 이는 드네프르의 공중 폭발이 발생하지 않아 생긴 현상이다. 이에 따라 발사 실패의 원인으로 발사체에 관련된 소프트웨어의 오류와 발사장 작업자의 기계 조작 미숙 등을 거론하는 분위기다. 러시아로선 실패의 원인 규명보다 기름 오염을 제거할 1천만달러를 마련하는 게 시급할지도 모른다.
이제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한 한누리 1호의 비행모델은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초소형 인공위성의 꿈은 시들지 않을 듯하다. 어쩌면 더욱 튼실한 열매를 위한 자양분을 공급받을 수도 있다. 이미 우주 궤도 진입이 주요 과제였던 한누리 1호의 후속 모델로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한누리 2호의 준비 모델을 거의 완성한 상태다. 한누리 2호는 무게가 25kg으로 동물의 활동 범위와 생태계를 살피는 동물 추적 시스템과 우주환경 정보를 획득할 전기 플라스마 탐침,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차폐 효과를 분석하는 방사선 피폭 센서 등을 장착해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KSLV-1’ 로켓에 실어 우주에 내보내려고 한다.
“아리랑 2호도 올드 기술”
“위성의 크기로 기술력을 자랑하던 시대는 지났다. 영국 기업들이 개발한 120kg의 소형위성 탑샛(Topsat)만 해도 해상도 2.5m로 이미지를 제공한다. 800kg의 무게로 해상도 1m를 자랑하는 아리랑 2호도 올드 기술에 가깝다. 이제 소형 위성이 새로운 우주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이같은 장 교수의 발언을 소형 인공위성 개발자의 희망사항으로 여길 수만은 없다. 현재 인공위성 선도기업들은 100kg짜리 위성으로 해상도 1m 이미지를 제공하려고 한다. 한누리 2호 개발자들이 발사 실패를 딛고 클린룸에서 준비행 모델의 성능 시험을 지속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누리 1호가 남긴 소형 위성의 꿈은 폭염에도 꺾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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