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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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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는 왜 늘 물먹는가

등록 2005-09-09 00:00 수정 2020-05-03 04:24

허리케인의 방패막이가 됐던 늪지가 무분별한 개발로 망가져
예측 모델 등 해결방법 논란 많으나 자연을 되살리는 게 열쇠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그날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거대한 해일은 뉴올리언스를 비켜가는 듯했다. 이때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게 빌미가 되었을까. 폰차트레인 호수를 막은 제방이 터지면서 대홍수의 물살이 도시를 뒤덮었다. 미국판 ‘쓰나미’였다. 도시의 80%가 잠기면서 온통 물바다로 변해버린 것이다. 카트리나의 정면 공격은 하늘의 도움으로 피할 수 있었지만 해수면보다 낮은 도시의 근본적 결함은 간접적 공격에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뉴올리언스의 주요 도로는 거대한 물살에 속수무책으로 끊겼지만 수개월 뒤면 복구될 수 있다. 문제는 허리케인이 직접 공격해 뉴올리언스를 순식간에 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허리케인을 막아내려는 아이디어

도대체 허리케인이 무엇이기에 도시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것일까. 북태평양 동부, 대서양 서부, 멕시코와 카리브해에서 발생해 북아메리카로 불어오는 허리케인은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의 열대성 저기압이다. 태풍은 북태평양 서부나 남중국해에서, 사이클론은 인도의 벵골만에서 발생한다. 이들 열대성 저기압은 습한 공기 중에서 습기가 응결하는데, 이 덩어리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커다란 폭풍을 만들어내고 소용돌이를 이루게 된다. 주로 해수면 온도가 27도 이상인 해상이나 수평 방향의 풍속차가 크고 상층과 하층의 풍속차가 적은 환경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런 허리케인은 상습 재해구역의 약한 고리를 일시에 끊어버리기 일쑤다. 뉴올리언스는 멕시코만과 미시시피강, 호수로 둘러싸여 있어 매년 허리케인이 닥칠 때마다 피난처를 찾아야 하는 도시다. 마치 둑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있는 것처럼 해수면보다 3m가량 낮은 지대에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작은 폭풍에도 침수될 위기에 놓이기 일쑤다. 게다가 멕시코만이 완충작용을 하고 있는 미시시피강의 삼각주도 해수면보다 낮기 때문에 24분마다 1200여평의 땅이 유실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대규모의 허리케인이 다가오면 속수무책으로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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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뉴올리언스에 관한 대재앙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200여만명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해마다 맨해튼 크기의 면적이 사라지는 탓에 폭풍 해일의 통로가 생겨나 삼각주가 물에 휩쓸려 도시에 거대한 물폭탄이 들이닥친다는 것이다. 이미 1965년 허리케인 ‘벳시’로 인해 최고 3m의 해일이 도시를 강타해 일부 지역의 2.5m 이하 건물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1998년에도 허리케인 ‘조지’는 도시를 삼킬 기세였는데 마지막에 진로를 바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만일 도시가 아주 작은 각도로 허리케인의 진행 방향에 들어갔다 해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게 틀림없다.

최근 허리케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한 기업은 초대형 관을 만들어서 허리케인의 중심에 꽂아두고 공기를 태풍의 바깥으로 뽑아내 허리케인을 흐트러뜨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제안에 대해 국립해양대기국 허리케인 연구분과장 휴 윌로비는 “만일 110km 안팎의 엄청난 크기의 관을 20노트(1노트는 1시간에 1852m를 가는 속력)로 움직일 수 있다면 허리케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간의 대역사로 기록될 만한 유동형 구조물을 제작하려는 회사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핵폭발을 이용해 허리케인을 날려버리는 방안도 곧잘 등장한다. 그만큼 허리케인의 위협이 절박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풍우 허리케인을 잡으려다 방사능 허리케인으로 인한 재앙이 더 심각하기에 비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진다. 일부에서는 비를 흡수할 수 있는 분말을 비행기에서 뿌려 구름을 약화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아이디어는 실제 실험으로 이여졌는데 빗방울의 강하 속도를 높이는 역작용을 보였을 뿐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전문가의 검토 과정에서 대부분 폐기되지만 언젠가는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허리케인을 무력화할 수도 있다.

지금의 과학기술로 허리케인을 잠재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예측 모델을 개발하거나 상습 재해지역의 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기상 서비스로 허리케인을 예측하는 데 쓰이는 모델은 폭풍우의 강도를 알아내는 데 해양 동역학을 고려하고 있다. 폭풍이 불 때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을 고려해 강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하지만 허리케인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변수들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폭풍 형성 이면의 메커니즘을 분석해 허리케인의 급속한 팽창까지 고려한 예측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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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허리케인 예측 모델로 피해를 줄인다 해도 뉴올리언스가 사라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그것을 막는 방법은 허리케인이 도시를 삼키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어벽을 치는 것이다. 뉴올리언스 일대의 늪지는 염분이 많아져 바람과 물을 막아주던 식물들이 자취를 감췄다. 정유회사들이 수백km에 이르는 강바닥을 파서 선박과 파이프 라인을 위한 수로를 뚫으면서 침식과 부식이 끊임없이 이뤄진 대가다. 이 지역을 다시 거대한 늪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허리케인의 재앙을 막는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늪이 높은 지대의 물을 흡수하고 울타리였던 섬들을 다시 연결해서 해일을 차단하는 것이다.

어디든 뉴올리언스 신세가 될 수 있다

현재 뉴올리언스의 재해대책 관계자들은 ‘해안 2050’ 계획을 수립해 5등급 허리케인에서 도시를 보호하려고 한다. 허리케인의 폭풍우가 멕시코만을 향해서 불 때 호수의 둑이 무너져 도시를 쓸어버리는 사태를 막으려는 것이다. 이는 배수전환 시설을 짓고 방패막이 섬을 회복해 퇴적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종의 ‘모조 자연’을 조성해 허리케인을 흡수하려는 계획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책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분지의 바닥에서 펌프질을 하며 사는 것을 피하는 것은 도시를 떠나는 것뿐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언제까지 여름의 불청객 태풍의 공포에 휩싸여야 할까. 해일을 동반해 초당 100m에 이르는 속도로 진격하는 허리케인이 사람의 목숨을 삼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국내에서 가장 강한 태풍으로 기억되는 ‘매미’(2003년 9월)의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60m였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같은 등급의 태풍에도 피해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데 있다. 만일 습지나 늪지 등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이 이어진다면 어디든 뉴올리언스 신세가 될 수 있다. 자연의 재앙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대책은 자연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태풍 잡는 레이더

태풍 잡는 레이더

[숨은 1mm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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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태풍을 정확하게 예측·연구하는 국가태풍센터가 설립된다. 오는 2008년에 제주도에 들어설 국가태풍센터는 태풍을 예보하고 태풍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성산포 기상관측소에 반경 500km를 감시할 수 있는 최첨단 기상 레이더가 들어선다. 이를 계기로 기종과 운영체계가 제각각이라 관측자료 통합이 어려워 체계적인 태풍 예측 등에 어려움을 겪던 우리나라 기상대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상 레이더는 태풍이나 일기 예보에 널리 쓰였다. 지금까지 널리 쓰인 기상 레이더는 1~10cm 파장의 마이크로파를 원추형 빔 형태로 송신 안테나에서 발사한다. 이 마이크로파가 대기 중의 물이나 얼음, 다른 입자 등과 충돌했을 때 일부 반사되는 파장을 수신해 빗방울까지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만일 빔의 방향을 수평·수직 방향으로 바꿔 반사파를 측정하면 빔 속에 있는 강수 입자의 강도까지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게 도플러 레이더다. 이 레이더는 강수 입자가 빔 방향으로 움직일 때 송신 전파의 주파수와 반사파가 도플러 효과에 의해 달라지는 차이를 이용해 반사물의 속도를 측정한다. 여러 대의 도플러 레이더를 연계해 운용하면 구름 내부의 3차원 속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 이를 이용하면 대기를 눈으로 볼 수 있기에 태풍이나 토네이도의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대기가 레이더에 확실히 잡힌 셈이다.
요즘은 텔레비전 일기예보에서도 도플러 레이더를 이용한 영상이 등장한다. 그런데 도플러 레이더에도 취약지대가 있다. 대류권을 탐지하려고 빔을 위로 방사하기에 지상에서 가까운 지역을 관측하기 어렵고, 수평 편파만 방사해 입자들의 수직 규모를 파악하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는 게 미국 국립집중폭풍우연구소에서 개발하는 편광 레이더다. 이 레이더는 이중 측정으로 강우와 얼음 입자, 구름의 크기와 밀도 등에 관한 정보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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