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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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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의 건너편, 북극을 주목하라

등록 2005-01-13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얼음 녹으면서 엄청난 기후변화 예고…해류 체계의 균형 유지하는 ‘컨베이어’ 붕괴될 수도 </font>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복잡한 상호작용을 한다. 남아시아 해역을 초토화한 쓰나미 역시 복잡하게 얽힌 피드백 시스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일일이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구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규모 재난이 잇따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환태평양 화산대 인접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동안 북극의 얼음은 녹고 있었다. 북극의 해빙(海氷) 표면적이 급격히 감소하고 그린란드 빙상이 흘러내리며 알래스카 빙하가 녹는 것은 기후 온난화에 따른 현상이다. 이미 지난 30년 동안 해빙이 덮여 있는 전체 지역이 3%나 줄었다.

동토층 녹아내리며 지반 침하

지구 남반구를 쓰나미가 휩쓴 상황에서 북극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북극이 기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댐의 배수로가 수위를 조절하는 것처럼 극 지방이 지구의 열 평형을 조절한다. 많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한 열대 지역에서 바람과 해류를 이용해 열을 극 지방으로 보낸다. 극 지방으로 날아온 열(햇볕)은 대부분 눈과 얼음을 통해 우주로 반사된다. 문제는 극 지방의 눈과 얼음이 줄면서 열을 덜 반사하게 되면서 지구 온도의 상승을 주도한다. 열 저장고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구 시스템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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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육지의 14%를 차지하는 영구동토층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북부 알래스카를 비롯해 북부 캐나다와 시베리아 지역, 알프스산맥, 티베트 등에서 해빙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지역의 건물들은 심각하게 기울었다. 일부는 마치 언덕 아래로 떨어질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오랫동안 얼음 상태로 있던 동토 지역이 녹아내리면서 물이 들어차 지반이 침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얼어 있던 지반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발생한다. 러시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북극의 하천 유역이 7%나 증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지구 동토층 네트워크’(Global Terrestrial Network for Permafrost) 같은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이 발족하기도 했다. 여기에 속한 영국 카디브대학 지질학자 찰스 해리스는 “지반의 온도가 10년 동안 0.4도나 증가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된다”고 밝혔다. 20세기 100년에 걸쳐서 진행된 변화가 21세기에는 25년 만에 벌어진다는 것이다. 영구동토층의 활성층 경사면이 이탈되면서 도로나 가옥이 침하하고 철도나 파이프라인 같은 사회 기반시설이 파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영구동토층 프로젝트로 티베트를 가로지르는 칭하이∼신장 철도는 지반 침하에 대비한 공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북극의 지표면 얼음이 녹으면서 군락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북극 기후의 온난화 영향을 밝히려는 온난화 실험에서 툰드라 식물이 사라지고 관목들이 자라는 것으로 예측됐다. 수목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면 지구적 탄소 순환도 영향을 받는다. 알래스카와 러시아 툰드라 지역에 동결 상태의 토탄으로 저장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도 있다. 지구 전체 탄소격리량의 4분의 1가량을 가두고 있는 탄소 저장소 북극이 거대한 탄소 발생의 진원지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수목이 우거진 종들이 늘어나는 등 군락의 변화에 따라 탄소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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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북극의 변화 가운데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해빙이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1972년부터 이뤄진 인공위성을 이용한 조사에 따르면 10년마다 3%의 해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수함에서 측정한 얼음 두께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얼음의 두께가 40%나 얇아진 것이다. 지금의 해빙 속도가 이어진다면 2080년쯤에 북극에서 얼음은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북극의 해빙은 이미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기에 녹더라도 빙하처럼 해수면을 상승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양 생태계는 치명적인 위험에 놓인다. 이미 해빙을 서식처로 삼은 북극곰이나 바다표범, 해마, 고래 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구촌에 재앙의 씨앗을 뿌릴 것인가

북극의 해빙과 빙하 그리고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어업 생산성이 높아지고 석유나 가스 개발이 쉬워지는 등 이점도 예상된다. 심지어 러시아 쇄빙선은 관광객을 태우고 북극 일대를 유람하기도 한다. 얼음이 두꺼웠던 10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탐대실일 뿐이다. 머지않아 북극 지역에 사는 400만명이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한다는 북극기후영향평가협회(ACIA)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북극 일대에서 수렵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자외선 증가로 암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이런 위협이 지구적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극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복잡한 해류 체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컨베이어’(Conveyor)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컨베이어는 지구의 열과 수분을 운반하며 기후를 조절하는 구실을 한다. 미국 콜롬비아대학 지구관측소 월러스 브레커 교수는 “염분이 바닷물을 순환하도록 하는 ‘열염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이 파괴되어 해류 순환이 멈출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빙하가 녹아 북극 바다의 염도가 떨어지면 아프리카 남단에서 올라온 바닷물이 아래로 가라앉지 않아 해류가 멈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구 규모의 풍량 변화와 대기 먼지량의 변동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기후변화 예측 모델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 국지적인 현상을 통해 지구 시스템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해류 순환이 멈추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아직은 북대서양 일대의 바닷물 염도가 다른 지역보다 7%가량 높은 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지구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적 재앙이 국지적 현상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남아시아의 쓰나미도 다른 재앙의 전조 현상일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해빙과 빙하가 지금 북극에서 흘러내리고 있다. 그것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지구촌 곳곳에 재앙의 씨앗을 뿌릴 수도 있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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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나기 전에…</font>

[숨은 1mm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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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다양한 전조 현상이 있다. 예컨대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공기 중이나 지하수에 함유된 라돈 함량이 급격히 늘어난다거나, 진도 3.0 정도의 작은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5년 이내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미세한 지형 변화를 파악해 후속 지진을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대륙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지구를 덮은 여러 판의 성질이 서로 달라 지각 변화에 대해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지진을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빠른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순식간에 구조물이 기울거나 붕괴하는 상황에서 발빠르게 대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서 떨어진 지역에서라면 동물의 움직임을 통해 나름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남아시아 해안 전역을 강타한 쓰나미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동물을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실제로 남아시아에서 코끼리를 비롯한 동물은 대형 재난에 휩쓸리지 않았다. 타이와 스리랑카 해안의 동물이 내륙을 향해 줄달음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동물은 쓰나미가 닥쳐오는 상황을 어떻게 알아챘을까. 간단히 말하면 인간보다 지각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이다. 코끼리만 해도 초저주파 통신을 통해 서로 교신을 하며 수십km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도 반응할 수 있다. 쓰나미 상황에서는 파도에 의해 뭍으로 전해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비둘기의 경우 후각으로 상황을 파악하거나 대기 압력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발달했다. 철새나 꿀벌도 자장의 진동을 단박에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동물은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박쥐만 해도 일종의 초음파 레이더를 이용해 진동의 변화를 감지해낸다. 육상동물은 발바닥을 통해 땅에서 나오는 진동을 느끼기도 한다. 지진 때 동물이 이상행동을 하는 것은 갈라진 암반의 틈새에서 발생한 기체 입자가 신경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해 심리적 불안을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이런 동물의 행동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라서 전조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진의 전조가 불확실한 탓에 온갖 속설이 난무하기도 한다. 일본의 지진예지협회는 지진에 대처하려면 구름에서 지구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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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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