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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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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물에 생기를 넣는다

등록 2004-09-03 00:00 수정 2020-05-03 04:23

[숨은 1mm의 과학 | 물의 정화와 재사용]

지구에 존재하는 물에서 민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2.5%(35M㎦)이다. 민물 가운데 빙하가 3분의 2나 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수와 호수, 강 등의 물은 전체의 0.76%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라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번 사용한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수처리장에 들어간 물에서 이물질과 모래 등 입자성 물질을 제거하고 미생물로 처리한 뒤 중력을 이용해 미생물을 분리한 하수는 다시 하천으로 방류한다. 이렇게 방류하는 물이 국내에서만 연간 36억톤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물을 재사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물을 재사용하는 방법 가운데 대표적인 게 멤브레인 결합형 생물공정(MBR·Membrane bio-Reacto)이다. 미생물로 방류수에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한 뒤 미생물을 멤브레인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아예 정수장에 설치할 수도 있다. 호수나 하천의 물도 멤브레인 정수장을 거치면 꿈의 수돗물로 거듭난다. 한동안 멤브레인 정수장 건립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지만 요즘은 기술혁신으로 비용을 크게 낮췄다. 만일 방사성 폐기물이나 배터리, 형광등 등을 제작하는 데서 나온 폐수라면 나노다공질 세라믹을 써서 물에서 수은을 제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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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한 물을 재사용하는 데는 자연 상태의 토양과 지하수층을 이용하는 토양대수층 처리(SAT·Soil Aquifer Treatment)도 있다. 방류한 물을 토양에 주입한 뒤 토양층을 통과하는 오염물질이 토양 미생물의 먹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펌프나 우물 관정처럼 기본 설비만 있으면 되기에 경제적인 하수처리 방법으로 꼽힌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장마 때 넘치는 물을 저장해 처리한 뒤 가뭄 때 공급할 수도 있다. 이렇게 처리한 물은 완벽하게 정화되지 않아 식수로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재처리된 물이 다시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연계에 떠도는 수많은 화학물질이 식수원에 들어가게 마련이다. 이를 사람이 하나하나 모니터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물벼룩이나 물고기 등을 이용해 생물학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어류의 먹이가 되는 갑각류에 속하는 원생동물인 물벼룩은 수질을 평가하는 데 쓰일 뿐만 아니라 세균과 조류를 먹어치워 수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물벼룩은 올해 여름 녹조류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 낙동강 등지의 취수장에서 수질오염을 막았다.

도움말 주신 분: 김인수/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 환경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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