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여름 더위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다 보면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차라리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이라 여길 만하다. 그렇다고 더위에 맞설 방법을 찾지 않을 수는 없다. 조상 대대로 마르고 닳도록 들어온 여름철 더위 탈출법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무더위를 열로 잡는다는 것이다. 여름철에 추어탕이나 삼계탕, 보신탕 등을 보양식으로 먹는 것도 이열치열의 효과에서 비롯됐다. 정말로 이열치열은 자연의 변화에 따르면서 더위를 잡는 것일까.
여름철에 인체는 여러 변화에 휩싸인다. 온도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때문에 주위 온도가 높아지면 인체는 체온 조절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무더위가 지속되면 열이 체내에 쌓여 체온이 올라간다. 이때 피부의 실핏줄에 열을 담은 피가 몰린다. 만일 정상 체온인 37도를 넘게 되면 신진대사에 필요한 효소나 단백질이 파괴되어 뇌 혈압이 떨어지는 등 인체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킨다. 이때 실핏줄과 땀샘을 자극해 인체의 열을 다스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체가 체온을 유지하려고 땀을 배출한다. 피부의 말초혈관들이 확장돼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문제는 피부가 뜨거워질 때 몸속은 차가워진다는 것이다. 깊은 우물물이 한여름엔 시원하게 느껴지고 한겨울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평소보다 서너배나 많은 땀을 내보내면서 차가워진 몸을 보호하는 데 이열치열의 지혜가 필요하다. 따뜻한 국물이나 고칼로리 음식으로 땀을 내보내고 몸속은 데워서 인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냉면을 먹을 때 열을 내는 겨자를 넣는 것도 이열치열의 효과를 보인다.
이열치열로 땀을 내는 것은 얼음찜질보다 효과적이다. 땀을 내는 기화(氣化) 현상은 얼음을 이용하는 용해(溶解)보다 7배 이상의 열량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훨씬 많은 열량으로 열이 발산·증발되도록 하는 셈이다. 이열치열은 역동적 에너지와 인체의 조화를 꾀하는 것으로 동양적인 동종요법이라 할 수 있다. 이열치열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는 뜨거운 탕을 비롯해 오미자·대추 등 열을 내는 음식, 땀을 내는 운동, 따뜻한 물로 샤워, 긴 옷 차림, 일광욕 등이 있다. 냉방 장치에 의지해 인체 시스템의 부조화에 빠지기보다는 뜨거운 국물로 인체의 정상적 작동을 꾀하는 게 당연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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