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보 · 사람찾기 등 갈수록 역할 확대… ‘디지털 감시망’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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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용으로 개발된 GPS가 애초의 용도를 넘어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위치확인, 교통정보 등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빅 브라더’가 될 위험성도 커져간다. |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SK텔레콤 가입자라면 인천국제공항 라운지에서 간혹 ‘이상한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 서비스센터에서 전화를 걸어 고객을 안으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것이다. 똑똑한 기기가 ‘고객’을 알아보고 접대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서비스는 ‘휴대전화 위치 확인 서비스’인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동통신 사용자의 20%가량이 GPS 기능을 탑재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람·지도 찾기, 교통 정보, 표적 광고 등 위치 확인 기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GPS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집중 타격 등 군 작전에도 중요
현재 전세계적으로 3천여만명이 지구를 선회하는 24개가 넘는 미국의 시간·위치 식별 위성 ‘NAVSTAR’(Navigation Satellite Timing and Ranging)에서 보내는 신호에 따르는 GPS를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나 선박, 항공기 등의 자동항법장치로 널리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GPS 수신기가 자동차에 장착돼 안전운행 도우미 구실을 하는데 속도 위반 단속 카메라를 감지하거나 도로 정보를 얻는 데 쓰인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GPS를 이용해 길을 잃거나 위험에 빠진 자녀나 노약자의 정확한 위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네이트, 매직엔, ez-i 등)를 내놓기도 했다. 버스 도착 시각도 GPS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애당초 GPS는 군사적 용도로 개발됐다. 미 국방성이 1978년 최초의 NAVSTAR 위성을 발사할 때의 목적은 단순했다. 세계 각국에 흩어진 육·해·공 병사들이 정확하게 목표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NAVSTAR 위성 수가 24개(예비위성 3개도 있음)로 늘어나면서 상업적인 서비스 시장이 형성됐다. 지난해 전세계 GPS 장비 시장은 35억달러에 이르렀고, 2010년이면 연간 10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민간 신호를 누구나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휴대전화는 GPS 위성에서 보내주는 시간신호를 잡아 띄워준다. 이렇게 정확한 시간신호는 군사적으로 유용하다. 동시에 집중 타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 유도무기들은 GPS 수신 장치를 이용해 정확한 지점을 타격한다. 토마호크 미사일이 마치 가미가제(神風) 전투기처럼 악천후와 야음을 뚫고 목표지점을 찾거나, 항공기 투하 폭탄인 합동직격탄(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이 꼬리날개의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도 GPS 위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게다가 GPS 위성은 지상군의 이동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다국적 지상군은 이라크 전쟁에서 걸프전 때보다 네배나 빠른 시속 60km로 진격했다.
국가적 경쟁 체제에 들어선다
일반 사용자들이 GPS 위성 신호의 한계를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휴대전화나 차량에 부착된 GPS 수신기들은 완벽한 좌표가 아니어도 서버와의 교신을 통해 ‘전방 30m에서 우회전, 100m 전방에서 유턴’ 등의 음성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위치기반 서비스(LBS·Location Based Service)의 경우 GPS 위성으로부터 좌표를 받아 서버 데이터를 이용해 다중경로를 탐색한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팅크웨어’의 이재철 LSB 연구소장은 “현재의 GPS 위성이 미약한 전파를 내보내기에 터널이나 고가도로 등에서 신호가 끊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특수한 환경이 아니라면 위치정보에 심각한 오류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GPS 위성의 정밀한 서비스의 용도가 적은 것은 아니다. 군인들이나 측량사, 항해사, 과학자 등 전문 사용자들은 수cm 혹은 mm 이내의 오차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전문 사용자들은 이동하는 수신기와 특정 장소에 설치한 기준 수신기를 이용해 데이터를 보정하는 정확한 위치를 알고있는 지점(기지국)의 GPS 데이터와 이동하는 수신기(측지점)의 데이터를 비교해 공통되는 오차를 제거하는 D(differential)-GPS를 이용한다. 이렇게 해도 이온층 방해나 신호 강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에 ‘차세대 GPS’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GPS 위성은 진화를 거듭하며 국가적 경쟁 체제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밀한 위치 정보가 편리한 일상을 보장하는 ‘거대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탓이다. 누구나 GPS 수신기를 보유하는 날이 다가오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러시아와 유럽은 미국의 GPS 위성 독점 체제에 맞설 GPS 위성 서비스 체제를 서두르고 있다. 냉전시대 때 미군과 겨루려고 ‘그로나스’(GLONASS) 항법위성을 쏘아올린 러시아는 재가동 준비에 나섰으며, 유럽은 ‘갈릴레오’(Galileo) 위성 서비스를 2010년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들이 서로 연계하면 지금보다 훨씬 정밀한 위치 정보로 활용폭을 넓혀갈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현재의 GPS 기술은 무선주파 스펙트럼의 극초단파 부분에 있는 두개의 주파수대역(민간용-L1, 군사용-L2)을 사용한다. 일단은 이 두개의 주파수를 함께 사용하면서 이온층의 간섭을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용하려면 값비싼 수신기가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새로운 GPS 위성을 쏘아올려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신호를 내보내는 것이다. 성능이 향상된 GPS는 이온층 간섭을 배제하며 주변의 다른 위성방송 신호의 간섭을 봉쇄할 것이다. 여러 개의 주파수 신호를 수신하기에 일부 신호가 훼손되더라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위치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알린다
차세대 GPS는 항공조정 기술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예컨대 가시도가 0인 악천후 상태에서 비행기를 활주로에 정확하게 착륙시키거나 전투기가 요동치는 항공모함에 내려오는 것도 가능하다. 위치결정 오차가 거의 없기에 GPS에 의한 위치정보로 자동항법 시스템을 가동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능형 고속도로와 교통안전 시스템에도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네트워크의 통합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위한 3세대 GPS 위성은 2010년 무렵에 발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는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GPS 서비스가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다.
최근 GPS 수신기 대중화 추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GPS 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는 거대한 사회적 감시망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탓이다. 지난 6월13일 정보통신부는 ‘위치정보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조만간 국회에 상정한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사람 위치 찾기, 택배업자의 화물 추적을 비롯해 긴급구조 재난관리, 위치기반 전자상거래 등에 GPS 수신기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개인위치정보 보호를 위해 이용자에게 사전에 동의를 얻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프라이버시 침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마치 물품에 부착하는 ‘전자태그’(FRID) 같은 장치를 사람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GPS 수신기는 사용하기 나름이다. 보안전문업체 에스원이 지난 4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간 ‘애니가드’만 해도 GPS의 양날이 동시에 드러난다. 무게 47g에 명함 절반만한 전용 단말기로 이뤄지는 이 서비스는 GPS 위성 신호를 파악해 위치를 파악한 뒤 인근의 휴대전화 기지국에 정보를 전송한다. 이 정보를 에스원이 관리하면서 미리 설정해놓은 안전지대를 애니가드 소지자가 벗어나면 휴대전화로 보호자에게 알린다. 긴급상황에서는 에스원의 세콤 요원들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한다. GPS 위성이 자녀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쓰이는 셈이다.
사실 GPS 위성을 이용한 위치 확인 기능은 휴대전화로도 구현할 수 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GPS와 기지국을 이용해 위험에 빠진 자녀와 노부모 등의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PS 수신기가 내장된 휴대전화를 가진 가입자가 긴급 버튼을 누르면 미리 설정해둔 사람에게 위치정보와 지도를 전송하는 서비스(SKT-폰 보디가드, LG-알라딘, KTF-안심귀가 등)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GPS 수신기가 장착된 휴대전화에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돼 ‘디지털 감시망’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GPS 위성에서 나오는 위치정보로 누군가를 감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에 지능까지 부여할 수 있어
오래 전부터 정보기술은 감시망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에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어디서든 보이는 네트워크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직원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엿보고 싶어하는 고용주들은 정보기술을 감시망으로 사용하려고 안간힘을 쓰게 마련이다. GPS 수신 휴대전화는 누군가가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면 곧바로 확인하도록 서버 컴퓨터로 위치정보를 전송한다. 이메일 감시 시스템으로 사무실 업무를 감시했다면 GPS 수신 휴대전화로 행동 반경을 확인하는 것이다. 신규 제조 휴대전화에 GPS 수신기 장착을 의무화하면서 GPS가 사회적 감시망으로 작동할 날이 다가오는 형국이다.
앞으로 GPS 위성을 이용한 위치기반 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손가락을 한번만 움직이거나 한마디 말을 건네면 위치에 기반한 각종 정보가 쏟아지는 것은 이미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자동차 장비에 정보기술을 결합한 텔레매틱스(Telematics)의 근간으로 자동차에 지능까지 부여할 것이다. 만일 GPS 수신 오차의 범위가 mm 단위에 접근한다면 각종 무인 기계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GPS 위성의 장밋빛 미래는 머잖아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물론 GPS 서비스는 우리를 노려보는 거대한 위성 체제이기도 하다. 일상의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GPS 서비스가 우리의 행동을 옥죄고 사라질 공간을 봉쇄하는 감시망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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