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난자 제공의 윤리학

등록 2004-05-13 00:00 수정 2020-05-03 04:23
[숨은 1mm의 과학]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해 가 지난 5월6일 ‘윤리적 문제’를 거론했다. 는 ‘한국의 줄기세포 스타들이 윤리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인터넷판 머리기사를 통해 “황우석 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한 여성 가운데 2명이 연구실 소속 연구원”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황우석 교수는 “영어가 서툴러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 연구의 국제 윤리지침은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여성의 난자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로부터 난자 제공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황 교수는 한양대병원을 통해 난자 기증자 16명한테서 242개의 난자를 얻어 이 가운데 하나로부터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당시 난자 기증자 선발과 기증 과정에 관련된 내용은 비공개 원칙에 따라 밝히지 않았다.

사실 생명공학 연구에서 난자 공급에 관한 윤리적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인간의 난자를 과학연구에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생리주기마다 한개 혹은 두개의 성숙한 난자를 생산한다. 문제는 연구에 난자를 사용하려면 난자의 수를 늘리기 위해 체외수정의 경우처럼 난자생성 촉진제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약물은 드물게나마 난자 과자극 증후군을 일으켜 간 손상이나 신부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배란 촉진제로 인해 난소암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도 마취를 통해 이뤄지기에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황 교수의 연구에서도 기증자 1명이 평균 15개의 난자를 제공했다. 인공수정을 위해 생식용으로 난자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치료용 복제를 위한 정상적인 난자 제공을 통제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대가를 이유로 줄기세포 분화 과정에서 엄청난 수의 난자와 여성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