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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홍정욱의 ‘무노동 무임금’

등록 2008-06-26 00:00 수정 2020-05-03 04:25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홍정욱 의원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 26명이 18대 국회의원 ‘첫 월급’ 지급일인 6월20일 세비 전액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해 결식아동을 돕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개원이 안돼 일을 하지 못하니 월급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반납하는 세비는 1인당 약 720만원으로 모두 1억8천만원 남짓한 금액이다.

홍 의원은 화려한 경력과 매끈한 외모, 세련된 매너로 4월9일 총선 직전부터 한나라당 안팎에서 거물 신인으로 꼽혀왔던 인물이다. 세비를 반납한다는 발표가 있던 6월20일 이 그에게 대뜸 ‘일회성 쇼’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어차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이 됐든 일을 하지 못한 것이 죄송스러워서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한 것인데요, 그것이 ‘이벤트’로 보인다고 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유사한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을 함께 제출한 사실도 감안해주셨으면 합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앞으로도 국회 개원을 의도적으로 거부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입각해 자동적으로 세비가 삭감되도록 하는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통합민주당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쇼’라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유은혜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 달 내내 국민을 배신한 것에 대한 반성이 고작 한 달 세비라니 값싼 양심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일하지 않고 차마 세비를 못 받겠다는 고매한 인품과 양심으로 어떻게 국민들에게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말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홍 의원은 ‘무노동 무임금’이 원칙이라면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등원 거부한 기간의 세비도 물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그렇게 따지면 17대 국회가 아니라 16대, 15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단정한 뒤 “국회에 들어오지도 않고 있는 민주당이 꼬투리를 잡기 위해 구사하는 레토릭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에게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비효율도 정치의 일부분이라는 걸 배우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도 그 부분에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요, CEO 리더십이라는 것이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하다 보니 여론 수렴 등 기타 많은 요소를 두루 감안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짧게나마 정치를 경험하며 비효율이라는 것도 정치의 필요불가결한 부분이라는 것, 그리고 인내와 겸손 등을 배우고 있습니다. 뭐,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네요. 잘 좀 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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