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심수 고려대 교수(기계공학부)는 지난 6월9일 열린 저탄소차협력금제도 공청회장에서 국내 자동차업계를 향해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입자상물질 규제 등을 통해 수입차가 못 들어오게 막아놨다가 2004년부터 수입 디젤 승용차의 시판을 허용했다. 그런데 국내 자동차업계가 그동안 수입차와 경쟁할 수 있는 연비가 좋은 차량은 개발하지 않고, 저탄소차협력금으로 역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젤 승용차도 규제 때문에 개발을 못한 게 아니라 국내 업체가 생산을 하다가 중단했다. 차 가격이 비싸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고 가격을 낮추면 이익이 적다는 것이 이유였다. 디젤차를 생산하지 않으면 가솔린차를 사겠지 하는 배짱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런데 지금 수입 승용차의 70%가 디젤차다.”
국내 자동차업계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박 교수는 현대자동차 엔지니어 출신이다. 1984년 입사해 현대차의 첫 독자 엔진인 알파 엔진과 여러 양산 엔진을 개발했다. 1997년 고려대 교수로 옮겼고, 2011년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을 지냈다. 그를 지난 6월13일 서울 안암동 연구실에서 다시 만났다.
-산업연구원은 프랑스의 ‘보너스-맬러스 제도’가 프랑스 자동차산업을 후퇴시켰다고 주장한다.
=맞지 않는 얘기다. 프랑스 자동차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것은 차종 다양화를 하지 못하고, 전세계에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지 못한 글로벌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의 약화 때문이지 보너스-멜러스 제도 탓이 아니다.
-보너스-맬러스 제도에 의한 이산화탄소 저감이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실제 프랑스 A~C 세그먼트(140g/km) 차량의 판매 비중이 2007년 50% 수준에서 2011년 81%로 증가했다. 제도 시행 이전에 이산화탄소(자동차 부문)가 연평균 1.6g/km 감축됐는데, 제도 시행 첫해에 6g/km 감축됐고 이후 연평균 4.1g/km 감축되는 효과를 보여줬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시행하면 국내 자동차업계가 과도한 규제를 받는다는 주장이 있다.
=전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쪽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국내 규제를 피한다고 해도 2020년, 2025년 전세계적으로 강화되는 규제에 국내 업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유럽과 미국, 일본도 2020년과 2025년에 이산화탄소 기준이 강화되고, 최근 수년간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가 차를 살 때 연비를 중요한 항목으로 보고 있다. 중·대형차에 대한 미련을 계속 가지고 있다가는 유럽과 일본의 경쟁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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