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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세금 돌려받기?… 만화로 본 도서관 속 만화경

도서관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풍경 통해 공공성을 사유하는 ‘세금으로 산 책’
등록 2026-01-22 21:43 수정 2026-01-26 15:32
‘세금으로 산 책’ 3권에서는 도서관의 만화책 소장에 관해 깊이 따져본다. 시프트코믹스 제공

‘세금으로 산 책’ 3권에서는 도서관의 만화책 소장에 관해 깊이 따져본다. 시프트코믹스 제공


 

“도서관에서 한 달에 최대한으로 책을 빌린다 하면 얼마나 이득이야?” 일본 만화 ‘세금으로 산 책’(즈이노 원작, 케이야마 케이 만화, 시프트코믹스)에 담긴 뜬금없는 질문이다. 궁금해져서 근로소득자 평균 결정세액인 428만원(2023년, 국세청)과 대비해 따져보니 무척 흥미롭다. 같은 해 책 가격의 평균은 1만8600원(대한출판문화협회). 도서관마다 정책은 다르지만 월 20권을 빌린다고 치면 37만2천원. 연간 446만4천원을 아끼니, 세금을 모두 돌려받고도 이득이 남는다.

‘빌어먹을 이용자 도감’을 만든 사정

이렇게 신선한 시각에서 도서관과 관련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따져보는 것이 이 작품의 덕목이다. 가령 제목 ‘세금으로 산 책’은 공공도서관 소장 도서를 말하지만 맥락은 여러 갈래다. 일선 공무원처럼 공공도서관 사서들도 종종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잖아!” 같은 폭언을 듣곤 한다는 것이 한 맥락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산 책이니 그만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함의다. ‘세금으로 산 책’은 이 모두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그 책들로 만들어지는 세금의 새로운 가치와 한계까지 논한다. 세금으로 책을 사는 제도와 그것을 운영하고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생겨나는 연금술의 다채로운 면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스럽고 어려운 지점까지 세세하게 조명하는 것이다. “최대한 평등하게 책과 접할 기회가 있어야 해요. 모두 세금을 냈으니까 그럴 권리가 있다고요.” ‘세금으로 산 책’의 관심은 이를테면 이런 생각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향한다.

그런 만큼 이야기 시작부터 색다르다. 도서관에서 노란 머리 청소년이 책을 빌리려 하지만 제지당한다. 10년 전 초등학생 때 책을 반납하지 않은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같은 책을 구해서 도서관에 제출해 변상하는 것. 오랜만에 도서관을 다시 이용하려던 주인공에게 주어진 첫 난관인데, 다행히 그는 어렵게 난관을 통과하고 대출카드를 습득한다. 모두에게 열려 있을 것 같은 도서관에도 이처럼 나지막하나마 벽이 존재함을 가장 처음에 알려주는 방식. 도서관의 긍정적 역할에 집중하는 것보다 더 신선하고 설득력 있는 재현이다.

그 벽을 넘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청소년 이시다이라는 어찌저찌하여 도서관 아르바이트생이 되기까지 한다. 그렇게 그는 이용자이자 근무자로서 도서관이라는 세계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독자도 이시다이라와 함께 도서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종다양한 사건을 대리 체험한다.

사건은 실로 다양하다. 이시다이라가 직접 겪은 도서 변상은 장서의 분실로 인한 것이지만, 변상이 필요한 경우는 그것만이 아니다. 책장이 찢어지는 등 물리적 파손은 물론 책에 냄새가 배어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용자 과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도서관 진상들이 만드는 사건도 있다. 도서관에서 휴대용 전자기기를 잔뜩 충전하는 이용자는 약과다. 자신이 보려는 잡지가 제때 들어오지 않았다고 사서를 닦달하고 괴롭히는 이용자, 도서관 이용 수칙을 어기는 다른 이용자를 더 시끄럽게 나무라는 이용자, 사서에게 치근덕대는 이용자까지. “자신만 생각하고 남은 배려해줄 생각도 없고, 요구가 통하지 않으면 버럭 소리를 지르고 책을 집어 던지면서 ‘두 번 다신 안 온다’라며 막말을 내뱉”는 이런 진상 고객들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사서는 몸을 키웠고, ‘빌어먹을 이용자 도감’까지 만들었다.

도서관에 만화책 들이기가 어려운 이유

그렇다고 이 만화가 다루는 사건이 ‘빌어먹을 이용자’로 점철되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의 긍정적 시도도 균형감 있게 담아낸다. 가령 공공도서관에서 거리가 먼 곳에 있는 초등학교나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순회하는 이동도서관 제도가 그렇다. “최대한 평등하게 책과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너무 의미 있는 제도이지만, 그것을 실제로 운영하기 위해 들어가는 품은 사실 상당하다. 책은 무겁고 차에 책꽂이가 실리면 운전도 어렵다. 어디에는 가고 어디에는 가지 않을지를 정하는 것도 일이다. 평등의 실질적 구현은 고생스럽다. 그러면서도 가뭄에 단비처럼 책을 만나는 이용자들의 밝은 표정을 보는 일은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는 이들의 보람이다.

만화로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니만큼 도서관이 만화를 다루는 문제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다. 도서관에 만화를 들이는 것은, 만화평론가로서야 정말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도서관 운영 취지와 실제를 생각하면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이다. ‘세금으로 산 책’은 그것이 “만화책 같은 건 세금으로 사지 마” 같은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시간을 들여 논한다. 다각도 논의 중 내게 인상적이었던 지점 하나만 들자. 도서관에서 만화책은 인기 도서다. 이용자가 많으면 열화도 빠르고 분실 확률도 높아진다. 게다가 만화책은 대부분 소프트커버여서 내구성은 더 낮다. 그래서 사서 입장에서는 “만화책은 물리적으로 소장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만화책으로 인해 “수리, 교체, 변상의 무한 지옥”이 열린다는 점은, 도서관과 만화에 대해 다년간 궁리해온 내게도 새로웠다.

이러한 구체성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일본 도서관을 다룬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 도서관은 일본과 다른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만화 장서만 따져보아도 한국 도서관의 상황은 다르다. 한국 만화책은 소프트커버일지언정 더 내구성이 높은 편이고 판형이나 장정도 훨씬 다양하다. 특히 그래픽노블로 분류되는 만화는 대체로 하드커버이며, 도서관 사서들이 고려하는 도서의 질적 우수성 면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학습만화는 도서관 대출 최상위권에서 어린이들의 도서관 이용을 진작하고 있기도 하다. 전자도서 형태의 만화책이나 웹툰까지 생각하면 한국 도서관이 고민할 것이 더해진다. 책과 디브이디(DVD), 음반 등을 서비스하는 도서관에서 웹툰을 서비스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런 지극히 한국적인 고민까지 ‘세금으로 산 책’을 응용해 논할 수도 있겠다.

도서관 사서와 이용자에게 ‘강추’함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도서관에 대해 다루는 만화책인데 도서관에서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어 번역이 실물 책 없이 전자책으로만 나와 있는데, 전자도서관에서도 찾지 못했다. 실물 출간과 전자도서관 장서화를 촉구한다. 이만큼 구체적으로 고민의 장을 열어주는 작품은 도서관을 통해 널리 읽혀야 한다. 사서들은 물론, 도서관 이용 자격이 있는 모두에게 추천한다.

 

조익상 만화평론가·서원대 웹툰콘텐츠학과 교수

 

*만화의 칸과 칸 사이, 칸새에서 출발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6주마다 연재.

 

‘세금으로 산 책’ 1권 표지.

‘세금으로 산 책’ 1권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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