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음악으로 세계인에 다가서는 ‘시크릿 가든’
노르웨이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롤르 로블랜드와 아일랜드의 바이올린 연주자 피오누알라 쉐리가 결성한 시크릿 가든은 우리나라 팬에게, 그리고 한국 팬은 두 사람에게 각별하다. 연주음악으로는 흔치 않게 전 세계적으로 3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이들에게 가장 뜨거운 애정을 보여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이들이 한국에 왔다. 연주무대로는 세 번째이고, 프로모션 투어까지 포함하면 벌써 일곱 번째 내한이다. 시크릿 가든이 결성된 해가 1995년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한국 팬들에게 쏟는 애정도 한국 팬들의 반응 못지않은 것이다. 지난 2월 나온 다섯 번째 앨범 <once in a red moon>에 수록된 곡들을 연주무대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것도 바로 이번 한국공연에서다.
한국인과 그들의 아주 특별한 만남
“한국 팬들이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까닭을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작곡가 로블랜드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우리 음악의 감성과 한국인들의 감성이 다른 곳보다 더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시크릿 가든의 음악에 켈틱의 서정을 담아온 여성 바이올린 연주자 쉐리는 한국에서의 첫 무대 때 느낀 당황스러움을 털어놓는다. “객석이 너무 조용해서 반응이 없는 게 아닐까 긴장했는데 몇번 오면서 그게 한국인들의 예절이고 친절함이라는 걸 알게 됐지요.”
듀오를 결성하기 전 두 사람은 각자의 나라에서 인정받는 음악인으로 활동했다. 로블랜드는 노르웨이의 팝음악 작곡가로 이미 60회 이상 차트 1위를 기록한 바 있고, 클래식을 전공한 쉐리는 10년 넘게 아일랜드의 RTE 콘서트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활동을 하며 밴 모리슨이나 시너드 오코너 같은 쟁쟁한 뮤지션들과 스튜디오 작업을 해왔다. 이들이 “운명적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첫 대면은 94년 더블린에서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였다. 쉐리는 로블랜드의 음악에 매료됐고, 다음해 이들은 같은 팀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nocturne>을 들고 같은 무대에 다시 올랐다. 이후 각자의 음악활동을 모두 접고 시크릿 가든만의 음악을 만드는 데 몰두하였다.
두 사람은 이들의 음악이 뉴에이지라는 장르로 소개되는 걸 별로 탐탁지 않게 여긴다. “우리 음악은 뉴에이지 음악보다 전통음악과 가깝습니다. 두 사람의 음악적 배경도 그렇고요. 영국에서는 클래식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독일에서는 테크노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지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되는 게 우리 음악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듣기 편한 연주음악이라는 점에서 흔히 시크릿 가든의 음악은 뉴에이지 음악으로 묶이기도 하지만, 때로 이들의 음악은 월드뮤직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은 만돌린, 윌리언 파이프, 하프, 피들 등 전통악기의 음색을 연주에 풍부히 녹여넣기 때문이다. <children of the river>에서는 중국의 전통악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새 앨범에서도 아일랜드의 전통악기인 윌리언 파이프와 아일리시 하프와 스웨디시 하프를 연주했다. “우리의 음악적 뿌리는 전통과 매우 밀착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을 대변한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시크릿 가든 식으로 소화합니다. 중요한 건 진행형으로서의 내 삶과 감정이지요. 의도적으로 전통악기를 사용한다기보다는 작업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음악의 결을 찾다가 다양한 전통악기를 실험하는 편이에요.”
“모든 이들의 감성을 움직이고 싶다”
각자의 집이 있는 노르웨이와 아일랜드를 오가며 작업하는 이들에게는 사실 유럽 전체가 자신들의 작업실이다. 이번 앨범은 아일랜드에서 전부 녹음했지만, 노르웨이·스웨덴·영국·아일랜드 등을 돌아다니면서 녹음하고 연주한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전통에 기반을 갖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이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 팬들에게 우리가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요?”
이들은 한국에 여러 번 왔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아직 한국의 문화나 음악을 진지하게 접할 기회가 없는 게 아쉽다고 한다. 이번에도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한국의 문화와 만날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고, 공연 직후 북유럽행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것에 한번 더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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