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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편견덩어리 차별주의자

사피야 우모자 노블의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등록 2019-08-05 11:19 수정 2020-05-03 04:29

2010년 가을, 미국의 디지털미디어 연구자인 사피야 우모자 노블(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정보학 전공 조교수)은 딸애가 좋아할 만한 놀잇감을 찾아보려고 구글을 검색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흑인 소녀’란 단어를 입력하자 곧 ‘달콤한 흑인 소녀 성기닷컴’이라는 포르노 사이트가 최상단에 뜬 것이다. 객관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구글의 알고리즘 작동 방식에 의문을 품게 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구글 같은 검색엔진들의 성별·인종 편향을 파헤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노윤기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는 사피야 우모자 노블의 이런 문제의식을 망라한 책이다. 검색엔진에서 벌어지는 차별적·반인권적 실태를 고발하고, 검색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밝힌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은 21세기 ‘디지털 시민’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 즉 비판적 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파한다.

일찌감치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라 평가받으며 흑인 대통령도 배출한 미국이지만, 한때 구글맵에선 ‘검둥이 집’(N*gger House)을 치면 백악관이 나오고, 일반 구글 검색에서 미셸 오바마를 입력하면 ‘유인원’이 등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흑인 여성은 왜 그토록’이라는 문장을 입력하면 ‘화를 내는가/ 목소리가 큰가/ 매력적인가/ 게으른가/ 귀찮은가’ 등이 자동완성 문구로 등장하는 반면, ‘백인 여성은 왜 그토록’이라고 치면 ‘예쁜가/ 아름다운가/ 쉬운가/ 완벽한가’ 등이 뜬다. 이처럼 편향적인 정보가 쏟아지는데도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구글이 중립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 믿는 경향이 짙다. “알고리즘의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기능이 일정한 연산과 기계적 실행을 통해 이뤄지며 페이지가 연결되는 과정 또한 하이퍼링크 장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는 자동화야말로 ‘검색엔진 최적화’를 실현한다고 믿게 만든다. 그러나 지은이는 “구글은 공공도서관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구글은 필요에 따라 시시각각 하이퍼링크 페이지를 변화시키는 ‘광고 알고리즘’을 구사하면서, 특정 페이지를 최상단에 표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대량의 하이퍼링크 작업을 실행하는 구글 폭격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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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널리 쓰이는 지역 상점 리뷰 앱인 ‘옐프’도 별로 다르지 않다. 미국의 한 대학가에서 흑인 전용 미용실을 30년간 운영해온 캔디스는 인터넷에 의한 상업 환경의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실례다. 친밀감을 바탕으로 영업했던 그는 점차 ‘인포머셜’(정보+광고)을 보고 미용실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옐프에 가입했다.

소비자 리뷰 정보를 제공하는 옐프는 “모든 게 무료”라고 했지만 광고비로 월 수백달러를 내지 않으면 검색 순위를 하위로 내렸다. “인간의 존엄성을 대체할 수 있는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절망하는 캔디스 사례를 들며 지은이는 “정보민주주의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구글·옐프 같은 기업들에 대한 감시, 윤리적이지 않은 인공지능이 초래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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