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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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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노라, 먹었노라, 낚였노라

XYZ기자 무늬오징어 낚시와 문어 해루질 성행하는 가을 제주 가다…

날로 먹으려는 얄팍한 꼼수 처절히 배신당하다
등록 2017-10-26 21:16 수정 2020-05-03 04:28
낚시 열풍이 심상찮다. 최근 연안을 중심으로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제주는 무늬오징어 낚시꾼들의 성지로 소문이 나며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낚시 전문잡지들이 앞다퉈 제주 무늬오징어 낚시를 표지이야기로 내세우는 배경이다. 가짜 미끼인 ‘루어’를 이용해 고기를 낚는 무늬오징어 낚시는 지렁이와 새우를 만지기 꺼리는 초보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갑오징어와 다른 식감과 감칠맛으로 먹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제주에선 이맘때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문어 해루질도 활발하다. 해루질은 물 빠진 갯벌에서 어패류를 잡는 행위로, 주로 밤에 횃불(랜턴 등)을 밝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이다. XYZ기자가 제주 가을 캠핑과 함께 낚시·해루질 여행을 다녀왔다. 이들은 과연 월척을 낚았을까? 웃기고 자빠진 XYZ의 가을 낚시·해루질 투어로 초대한다. _편집자
10월12일 자정 무렵, 제주 교래자연휴양림에서 XYZ기자가 사진부 정용일 기자의 지시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똥개 훈련하는 모습.

10월12일 자정 무렵, 제주 교래자연휴양림에서 XYZ기자가 사진부 정용일 기자의 지시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똥개 훈련하는 모습.

날로 먹을 줄 알았다.

여름 양양투어(제1172호 ‘어쩌다 양양 에라 바캉스’ 참조)에 이은 ‘XYZ 가을 낚시·해루질 여행’을 기획하면서 ‘이번에는 기사 안 쓰고 놀고만 올 수 있겠지’ 내심 설레었다. 사실 판사는 판결문 안 쓸 때, 검사는 공소장 안 쓸 때, 기자는 기사 안 쓸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하지 않는가. 원멤버인 (이혁재 닮은) Z기자 대신 뉴페이스인 (곽도원 닮은) 네오 Z를 영입해 새로 라인업을 꾸린 이유도 말 잘 듣는(줄 알았던) 네오에게 기사를 떠넘기기 위해서였다. 누구처럼 해외 꿀출장은 못 가도 국내 날출장이라도 가보잔 심산이었다.

꿈만 야무졌던 철부지의 분루기
제주 애월읍에 있는 일식당 ‘아루요’에서 X기자가 참치회덮밥을 먹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제주 애월읍에 있는 일식당 ‘아루요’에서 X기자가 참치회덮밥을 먹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결국 ‘택도 없는’ 꿈이었다. 꿀 같은 소리 하고 앉았던 꼴이었다. 선배의 기사 작성 지시(!)에 “네~” 할 줄 알았던 네오는 “네? 오 노~!”를 연발하며 개겼다. 어르고 달랬지만 끝내 씨알도 안 먹혔다. 결국 지금 가장 긴 메인 기사를 쓰고 있는 건 “나야 나~.” 짐 다 싸고 출장 정산 다 하고 메인 기사까지 쓰고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출장노예는 이제 그만~. 여행 특집이고 나발이고 더는 가지 않으리. Y야~ Z야~ 니들 빨던 꿀도 이젠 끝이다. 이 글은 꿈만 야무졌던 한 철부지의 분루기다. 미몽으로 그친 가을 제주 낚시 여행기. 이 악물고 시작한다. 네오야~, 아직 늦지 않았어~. 쓰던 거 넘겨줄게~.

10월12일 오전, 제주공항에는 부슬비가 내렸다. 렌터카 업체로 이동 중 편집장의 문자가 도착했다. “제주 출장팀, 커버스토리로 갈 수 있으니 그에 맞게 준비해주세요.” 반체제 세력인 YZ가 불만을 토로했다. “특집도 과분한데, 뭔 표지냐?” “노는 꼴을 못 보는구만~.” 그때까지 난 어차피 YZ가 기사 쓸 거니까 특집이든 표지든 상관없다는 생각에 옅은 웃음을 머금은 채 냉큼 “넵”이라고 답신을 보냈더랬다.(이런 스튜핏!) 차를 빌려 휴가차 고향 제주에 내려와 있는 후배 봄봄 기자를 픽업했다. 첫날은 제주 캠핑 체험.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교래자연휴양림으로 장소를 잡았다.

장비는 제주시 애월읍에 사는 고향 친구 심비홍(별명)이 빌려주기로 했다. 심형래를 닮은 외모 때문에 그가 주연한 황비홍 패러디 영화인 으로 불리는 심은, 명칼럼 ‘X기자 부부의 주객전도’에도 종종 소개된(제861호 ‘오바이트도 좋다, 똥만 싸지 마’ 참조) 주사 종결자. 그동안의 음주 추태 엽기 행각을 숨긴 채 2년 전 가족과 함께 제주에 내려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사실 렌털업체 이용도 고려했으나 어려운 회사 사정을 감안해 예산 절감에 앞장서는 간부 사원의 면모를 시전하기 위하여 심비홍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사장님~ 보고 계시죠?)

점심께 만난 심은 우리를 애월읍에 있는 일식당 ‘아루요’로 이끌었다. 아루요는 요리 오디션 프로그램인 우승에 빛나는 제주 유명 맛집. 식사는 대표 메뉴인 나가사키짬뽕과 가쓰동, 참치회덮밥, 오야코동, 술은 한라산 소주와 카스를 주문했다. 사장님은 먼 곳에서 손님이 왔다며 ‘고로케’와 더치커피 원액을 서비스로 내왔다. 한라산 소주에 더치커피를 타서 먹으면 맛이 끝내준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먼저 마시겠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서민들이란~.

한잔 받아서 향을 맡은 뒤 털어넣었다. 더치커피의 진한 맛이 한라산과 어우러져 깊고도 향기로운 술이 됐다. 평소 커피를 안 마신다던 Y마저도 맛있다며 연방 잔을 비웠다. 술이라면 양잿물도 마시겠구나~. 운전을 하기로 한 곽도원은 맛만 보겠다더니 잔에 혀를 넣어 적시고 있었다. 추저분한 짓은 다 하는구나~. 산달이 가까운 봄봄은 그저 입맛만 다셨다. 탐이 나 가지고 간 힙플라스크(스테인리스로 된 술병, 공항 검색대에서 수류탄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에 조금 따랐다. YZ는 양아치짓을 한다며 선배인 날 마구 구박했다(나중에 싸간 거 다 먹더니 좀더 싸오지 그랬냐고 한 게 YZ였다).

곶자왈의 원시림을 만끽하다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은 주차장에서 사이트까지 리어카로 짐을 날라야 한다.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은 주차장에서 사이트까지 리어카로 짐을 날라야 한다.

이윽고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나가사키짬뽕은 적당한 탄력의 면발과 국물이 일품이었다. 무엇보다 참치회덮밥은 잊을 수 없는, 여전히 침이 고이는 맛이었다. 간장 베이스로 버무린 고시히카리 밥을 수직으로 퍼서 그 위에 참치회와 고추냉이, 무순을 얹어 입속에 집어넣었다. 짭쪼름한 밥에 부드러운 참치회가 살살 녹으면서 마지막 고추냉이의 강렬함이 잔향으로 남았다. 여기에 한라산 소맥까지 곁들이니, 캠핑이고 뭐고 계속 퍼질러 먹고만 싶었다. 곽도원은 말도 없이 밥만 먹었다. 그러다 곽도원에서 김준현 된다~.

점심을 먹은 우리는 장비를 차에 실으며 금릉해변에서 캠핑을 할지, 원래대로 교래자연휴양림으로 갈지를 두고 잠깐의 설왕설래를 거쳤다. 결론은 원안 고수. 무엇보다 중산간인 교래보다 바람이 더 부는 해변에서 전기도 없이 캠핑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심비홍은 얼어죽지 말라고, 구안와사 안 걸리게 조심하라고 했다. 핫팩은 없니?

비홍을 뒤로하고 장을 보러 제주 시내로 향했다. 다른 취재 일정으로 먼저 제주에 내려와 있던 사진부 정용일 기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용일 선배는 우리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사이, 교래로 가지도 금릉으로 오지도 못하고 혼자 열일하고 있었다. 마트에 가니 살 게 너무 많았지만 우선 캔맥주와 한라산을 쓸어담았다. 소맥과 제주산 흑돼지, 라면과 커피, 채소, 물을 사서 부지런히 교래로 달렸다.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께였다. 교래는 원시림인 곶자왈 지대에 지은 캠핑장으로 대자연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이맘때 심비홍과 캠핑을 하고서 반해버렸다. 그때처럼 그날도 드넓은 천연 잔디밭에 텐트 하나만 달랑 쳐져 있었다. 입장료(1인당 1천원)와 사이트 이용료(텐트당 2천원)을 내고 한갓진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토캠핑이 아니라 짐을 리어카에 싣고 사이트로 이동했다. 수도권 캠핑장은 이격 거리 없이 다닥다닥 붙어서 텐트를 쳐야 하는 까닭에 옆 텐트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일이 많은데, 이곳에선 술 처먹고 교래교래~ 노래를 불러도 안 들릴 거리였다. 여기에 거저나 다름없는 이용료에 깨끗하고 쾌적한 샤워장과 화장실까지. 단언컨대 제주는 캠핑 천국이었다.

이제 전실과 내실로 나뉜 큰 사이즈의 텐트를 치는 게 급선무. 뼈캠(뼛속까지 캠퍼)인 정 선배가 텐트 설치를 지휘했다. 나와 곽도원은 말 잘 듣는 학생이었다. 한쪽에선 배가 고프다는 Y와 봄봄의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점심 안 먹었니? 이제 캠핑엄마가 나설 때였다. 서둘러 테이블을 세팅한 뒤 버너에 프라이팬을 달궜다(교래자연휴양림은 화재 위험 때문에 숯불을 피울 수 없다). 먼저 소갈빗살을 올렸다. 갈빗살은 금세 익었다. 자식들을 부지런히 먹였다. 자식들은 갈빗살이 질기다고 먹다 말았다. 껌이라고 생각하고 씹어라~. 남은 갈빗살을 씹으며 두툼한 흑도야지를 프라이팬에 올렸다. 목살이 지직 비명을 질렀다. 휴양림에서 제주산 목살에 한라산을 먹으니 목젖까지 행복감이 밀려 들어오는 찰나, 자식들이 외쳤다. “고기 더 구워죠.” 이런 자식들을 봤나~.

성난 들짐승의 무서운 사자후

교래의 밤은 시나브로 찾아왔다. 배를 불린 뒤 늘어져 있는데 정 선배가 기사에 쓸 사진이 필요하다며 텐트 밖 잔디밭으로 나오라고 했다. 구령에 맞춰 3 포인트에 점프를 뛰라고 했다. 잔디에 누워보라고도 했다. 열 맞춰 걸어가라고도 했다. 작가주의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50분을 굴렀다. 아까 우리가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한 복수가 분명했다. 엥간히 하시죠~.

8090 음악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곽도원에게 회심의 카드를 던졌다. “자기가 메인 기사 쓰는 거 알지?” 곽은 남은 목살을 질겅 씹으며 “에이~ 메인은 선배가 쓰셔야죠?”라고 응수했다. 어라~. 옆자리 총체적으로 무난한 Y마저 “선배가 기획했으니까 선배가 쓰는 게 맞죠~”라며 거들었다. 아놔~.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 먹여준 게 누군데~. 안 되겠다. 급 읍소 모드로 전환해야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고 친구를 통해 텐트를 빌렸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Y와 네오 Z는 내 얘긴 듣지도 않고 뭐 먹을 게 없나 짐을 뒤지고 있었다. 내 꾀에 내가 낚인 꼴이었다.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실감됐다. 불효자식들 같으니라고~.

알아서 하나도 득 될 게 없는 진실게임을 끝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추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겨울용 침낭 덕분에 텐트 안은 안온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침낭만 가져올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먼저 자리에 누운 곽도원이 득달같이 코를 골았다.(기민한 넘) 중장비 소리가 원시림의 적막을 깼다. 다닥다닥 붙어 자는 바람에 곽 원시인의 코는 내 귀 옆에 붙어 있었다.(살가운 넘) 입김도 아니고 콧김을 불어넣는 형국이었다.(다정한 넘) 나머지 인간들은 다 곯아떨어진 듯 조용했다. 참다못해 발로 곽시인을 밀었다. 건들면 코를 덜 골기 마련인데 곽시인은 마치 성난 들짐승처럼 코를 더 세게 골았다.(예민한 넘) 코로 짜증을 내는 건 처음 봤다.(무서운 넘) 사자후가 따로 없었다. 메인 기사만 쓰면 코로 땅을 파도 다 이해하겠건만. 얄미운 곽시인은 드렁드렁 잘도 잤다.(무심한 넘) 난 결국 180도로 방향을 바꿔 누웠다. 도긴개긴이었다. 동이 터올 무렵 겨우 잠이 들었다.

숙면을 취한 곽시인은 아침 댓바람부터 바스락거렸다. 아놔~. 미안하다고 사과해~. 메인 기사를 쓴다고 어서 말해~. 곽시인은 아침 밀어내기 한 판을 위해 뒤도 안 돌아보고 화장실로 직행했다.(야속한 넘) 원시림의 공기 덕분인지 잠을 설쳤는데도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날은 맑게 개어 있었다. ‘아, 살아 있다!’ 기지개를 켜며 아침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는 순간, 정 선배가 말했다. “라면 물 올려야지~.” 식모살이가 따로 없다.

감칠맛이 폭발하는 무늬오징어
10월13일 오전, 제주 교래자연휴양림에서 텐트를 걷다 말고 정용일 기자와 X·Z가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다.

10월13일 오전, 제주 교래자연휴양림에서 텐트를 걷다 말고 정용일 기자와 X·Z가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게으름을 폈다. 쭈쭈바와 탄산음료를 빠니까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면서 깨방정이 절로 나왔다. ‘그래 마감은 어떻게 되겠지’라는 정신승리의 기운이 밀려왔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낚시와 해루질 체험을 해야 한다. 서둘러 텐트를 걷고 다녀간 흔적이 없도록 쓰레기를 주웠다. 맑은 날의 교래는 더 싱그러웠다. 낚시만 아니면 하루 더 묶고 싶었다.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교래를 뒤로하고 서귀포로 이동했다.

밀면으로 유명한 서귀포 산방식당에서 현지 낚시꾼 오재미(별명)를 만나기로 했다. 1년 전 를 퇴사하고 지금은 서귀포에서 자연과 벗하며 가족과 재미있게 살고 있는 그가 낚시 초보자인 우리들의 현지 지도를 맡아주기로 했다. 지난번 통화할 때는 “무늬오징어 1㎏짜리를 무시로 잡았다”고 하더니 막상 우리가 제주에 낚시 체험하러 간다니까 “요새 입질이 좋지 않다”며 걱정을 하더랬다. 나름 귀여운 데가 있어~.

수육과 밀면에 한라산을 곁들였다. 달짝지근한 육수에 쫀득한 면이 여전했다. 제주의 다른 밀면에 비해 육수가 덜 자극적이어서 좋다. 수육은 이날따라 더 퍽퍽해서 아쉬웠다. 오 어부는 저녁을 자신의 집에서 하자고 했다. 무늬오징어 낚시는 보통 자정께 나가니까 본인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물때를 보고 낚시와 해루질을 하자는 것이었다.

어차피 해가 지길 기다려야 하는 우리는 낮술을 마시고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 저녁 무렵, 숙소 근처에 있던 오 어부의 집으로 갔다. 오 어부는 무늬오징어를 못 낚을지 모르니 먼저 맛이라도 봐야 한다며 인근 시장에서 무늬오징어 1㎏짜리를 사왔다. Y는 “굿 아뎌~ 선배 짱!”이라며 반색했고, 곽시인은 “먼저 맛을 봐야 잡을 마음이 생기지 않겠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낚시할 마음은 있는 거니? 하긴 우리한테 잡히는 무늬오징어가 있겠냐. 그나저나 이것이 말로만 듣던 무늬오징어라더냐. 은갈색 바탕에 노란색 무늬가 점점이 박혀 있었다. 요리 솜씨가 좋은 오 어부는 머리와 몸통 등 부위별로 회를 떠 내왔다. 생고추냉이까지, 일식집이 따로 없었다.

오 어부는 “육지에서는 맛보기 어렵고, 고급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무늬오징어회는 제주 여름 한치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며 “식감이 훨씬 풍부하고 잘 숙성된 선어회(피와 내장을 없애고 저온에서 보관한 횟감으로 만든 생선회)와 같은 감칠맛이 폭발한다”고 예찬했다. 한 점 먹으니 오 어부의 찬사가 빈말이 아니었다.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식감이 늘 먹어보던 오징어회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도 모르게 계속 집어먹게 되는 맛이었다.(이런 그뤠잇!) 정 선배와 동료들의 탄성도 이어졌다. “와, 대박~.” “가자~ 무늬오징어 잡으러!” “한 박스 잡아서 회사로 부치죠~.” 궁극의 맛에 실성한 이들이 던지는 아무 말 대잔치였다.

우리는 돌아가는 배를 불살랐다
10월13일 자정께, 제주 서귀포항에서 X와 Z가 Y의 낚시하는 모습을 품평하고 있다. 셋은 같은 초보다.

10월13일 자정께, 제주 서귀포항에서 X와 Z가 Y의 낚시하는 모습을 품평하고 있다. 셋은 같은 초보다.

밤 10시,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닥쳐왔다. XYZ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오 어부의 차에 올랐다.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월척! 무늬오징어와 문어를 잡지 못하면 귀경은 없다. 돌아가는 배를 불살랐다. 우리에겐 전진만 있다. 우리는 그날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그래도 궁금하신 분들은 뒷장 곽시인의 기사(표지이야기 이 바다에 나와 게, 보말만 남았다)를 참조하시얍.

제주= X기자 xreporter21@gmail.com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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