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수덕사 앞 음식촌에서 원조집을 자처하는 중앙식당(041-337-6677)은 그 내력이 무려 50년을 헤아린다. 올해 81살인 최영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전쟁 직후 절 살림이나 마을의 형편이 똑같이 어렵던 때, 쌀을 한되씩 싸들고 절을 찾는 신도들에게 밥을 해주고 잠자리를 제공한 것이 오늘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이후 형편이 풀리면서 가장 손쉬웠던 덕숭산 일대 산채와 들나물을 중심으로 찬을 갖춰낸 것이 산채백반집이 됐고, 지금까지 상차림은 크게 바뀐 게 없다. 최영분 할머니의 음식솜씨와 넉넉한 마음씨는 30년 넘게 시어머니와 함께해온 정금순(55)씨로 이어져, 수십년씩 대를 이어 찾아오는 고객들이 고향집처럼 편안하게 옛 맛을 즐기고 간다. 나물을 캐오던 마을 아주머니들이 이제는 허리가 굽어 손을 놓아야 하지만 대를 이어 나물을 캐러 나서는 젊은이들이 없는 것이 큰 걱정이라고.

음식은 예나 지금이나 산채백반 한 가지다. 소박하면서 푸짐하고 토속적인 맛이 듬뿍 담긴 상차림이 호남의 한정식과도 차별되고, 수저를 들면 몇 가지 찬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비우는 데 무리가 없다. 제철에 말려놓았던 고사리와 혼잎, 취나물 등 산채나물이 주를 이루고, 푸성귀로는 파란 시금치와 갓, 양지바른 들밭에서 캐오는 달래와 냉이가 향긋한 봄내음을 한껏 돋운다. 또 더덕구이와 우렁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를 빠뜨리지 않는다. 그 밖에도 안면도에서 아침에 보내온다는 싱싱한 생굴이 찬으로 오르고, 여기에 젓갈류와 장아찌 등 밑반찬이 어우러져 가짓수가 25가지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래서 인근 홍성이나 예산, 광천에서도 음식대접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가장 손쉬운 곳으로 수덕사 음식촌을 찾게 된다.
음식가격도 주고객이 지역주민들인 만큼 4∼5년 전에 정한 1인분 8천원을 그대로 받고 있고, 찬을 몇 가지 더 손보아 1인분 1만원인 산채한정식을 따로 준비해놓는다. 그러나 기본은 역시 산채백반이고, 가격 때문에 내용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정씨 부부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고객들도 산채백반 이상의 것을 찾는 이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이래저래 중앙식당 산채백반 하면 가장 친숙한 지역별미로 알려지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과 경인지역에서도 손쉽게 맛볼 수 있게 됐다. 아침 일찍 떠나면 가까운 천수만의 겨울 철새를 보고 덕산온천의 온천욕까지 곁들일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을 나서 10분을 달리면 천수만에 닿는다. 홍성에서 수덕사까지는 9km, 수덕사에서 덕산온천은 5.5km. 세곳을 다 거쳐도 서울과 경인지역은 물론이고 군산과 전주, 정읍 등 호남에서도 하룻길로 무리가 없다.
| 나도 주방장/ 냉이와 달래 ![]() 달래 또한 여름에는 땅속에 묻혀 여름잠을 자야할 정도로 열이 많은 나물로, 비타민과 단백질, 철분 등 무기질이 풍부하면서 파와 마늘처럼 날로 먹을 수 있어 영양소와 향을 그대로 얻을 수 있는 알칼리성 나물이다. 들밭에서 캐온 그대로 깨끗이 씻어 고추장과 과일식초를 넣고 매콤새콤하게 무쳐 깨소금을 살짝 뿌려낸 냉이와 달래는 예로부터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고유한 먹을거리다. |
글·사진 김순경/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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