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왓은 ‘밭’을 뜻하는 제주말이다. 왓을 따라 사람들이 살았다. 해안길을 따라, 중산간 길을 따라 어디든 왓이 있다. 제주 서쪽에 비옥한 왓이, 동쪽에 척박한 ‘빌레왓’(너럭바위가 있는 돌밭)이 있었다. 왓을 지키기 위해 검은 돌로 쌓은 ‘밭담’은 제주의 마을 풍경을 만들었다. 제주 전역의 밭담을 이어붙이면 용이 구불구불 솟구쳐오르는 모습이 보인다고 해 ‘흑룡만리’라는 말도 있다. 오랜 세월 제주 사람들을 먹이고, 살리는 구실도 왓이 했다. 해녀들이 물질로 먹거리를 가져오던 바다는 아예 ‘바당밭’(바다밭)이라고 불렸다. 왓을 따라 제주 여행을 떠나보자. 아직 그 길이 낯설다면, 여기 이 건네는 제주 비밀노트가 있다. 제주의 길과 오름, 자연, 문화, 역사, 맛과 재미를 담았다.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제주랑 손쉽게 친해지는 방법이 있다. 음악을 들어보자. <해녀, 이름을 잇다>는 드물게 해녀들의 삶을 노래한 앨범이다. 미러볼뮤직 제공
제주도에는 어떤 음악이 있을까? 세대마다 떠올리는 음악이 다를 것이다. 40대 이상 성인이라면 혜은이의 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그 아래 세대는 들국화 멤버였다가 지금은 제주도에 사는 최성원의 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그 노래를 성시경의 곡으로 알고 있는 이도 많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신 설문대할망이 만든 섬 제주도에 어찌 이미 노래가 없었을까. 당연히 제주도 원주민들은 제주의 민요들, 가령 나 같은 곡을 한라산 소주 한 잔에 털어놓을 것이다. 예로부터 노래는 사람이 닿는 모든 곳에 깃들었다.
어떤 이들은 노래로 제주를 기억하고 복원하려 했다. 2014년 출시된 음반과 제주 4·3 헌정음반 는 바로 그러한 작업의 결과물이었다. 는 제목 그대로 제주 해녀들의 삶을 지금 활동하는 강아솔, 김목인, 윤영배, 프롬 등 뮤지션들이 노래로 담아낸 음반이다. 는 현대사의 비극이자 저항의 현장이던 4·3의 기록을 노래로 복원한 작업이었다. 두 음반은 제주의 삶과 역사를 제주 안팎의 뮤지션들이 음악으로 재현한 드문 작업이다.
이 음반만이 제주를 노래한 것은 아니다. 사실 제주에는 민요패 소리왓이 20년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민중가요 노래패도 꾸준하다. 서울의 홍익대 앞 인디 신만큼 활발하지는 않더라도 제주에서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는 이는 많다. 데빌이소마르코, 방승철, 사우스카니발, 이디라마, 젠 얼론(Zen Alone), B동 301호를 비롯한 제주도 뮤지션들은 서울에서 알아주건 말건 제주의 인디 신을 만들어 함께 노래하고 놀았다.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과 라이브클럽들이 이들의 근거지였다.
거기에 제주를 주목하는 이가 늘어나면서 제주로 향하는 뮤지션도 함께 늘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중추였던 뮤지션 장필순과 조동익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도 제주로 이주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윤영배도 제주에서 나무하고 불 때고 자전거 타며 산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례는 이효리와 이상순이지만 밴드 허클베리핀과 레게 뮤지션 태히언, 블루스 보컬리스트 강허달림이 제주에서 아침과 밤을 맞기 시작했다는 것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노래패 꽃다지의 조성일도 제주에서 일하며 노래하는 중이다.
제주에서 살다보니 이들의 음악에도 제주의 파도소리와 낙조와 오름이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 민요가 그랬듯 노래는 삶을 따라간다. 또한 제주에서 활동했던 강아솔과 사우스카니발을 비롯한 몇몇 뮤지션은 제주 밖에서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제주에 오면 제주에 몸담고 마음 기댄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자. 그것이 제주와 더 빨리, 그리고 더 깊게 가까워지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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