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덕 감독의 (사진)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76)의 영향을 받았다. 실제 감독이 그렇게 말했거니와, 방송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극중 메시지는 소재만 달리할 뿐 일치한다.
에서 은퇴를 앞둔 앵커 하워드 빌(피터 핀치)은 시청률 하락으로 해고당할 위기에 처하자 생방송 도중 다음주에 자살하겠다고 예고한다. 방송국은 발칵 뒤집힌다. 되레 시청률은 올랐다. 시청률 지상주의자인 프로그램 기획자 다이아나 크리스틴슨(페이 더너웨이)은 한발 더 나아가 독설과 예언과 선동을 일삼는 ‘하워드 빌 쇼’를 만든다. 하워드 빌이 갈수록 죽어가는 민주주의와 비인간화를 떠들자, 한때 50%에 육박하던 시청률은 곤두박질친다. 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하워드 빌을 감싼다. 결론은 단 하나. 다이아나와 간부들은 생방송 도중 청부살인으로 앵커를 영구 해고한다.
방송국 출신의 영화감독으로 언제나 대중의 지성을 존중하는 영화를 만들었던 시드니 루멧은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진실이건 거짓이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방송국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아무리 생각해도, 아카데미 작품상은 가 아니라 가 받았어야 했다).
의 보도국장(이미숙)은 다이아나 캐릭터를 닮았다. 후배 기자 허무혁(조정석)이 터뜨린 특종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시청률을 위해 끝까지 밀어붙인다. 극 후반부 허무혁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하자, “그들이 진짜라고 믿으면 그게 진실인 거야”라는 한마디로 진실을 묵살한다.
‘그들’은 시청자다. 방송은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쇼’를 내놓고, 시청률 장사를 벌인다.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 시청자의 종교가 TV라면 TV의 종교는 시청률이다. 종교는 천국을 약속한다. 현실이 지옥이라는 메시지를 굳이 TV로 접하고 싶은 신도는 많지 않다. TV는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달콤하고,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프로그램으로 신도를 유혹한다.
당연히, 이곳에서 진실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영화에서 시청자는 소설 ‘량첸살인기’에 따라 살인이 일어난다는,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도국장은 진실을 파헤치기보다는 시청률을 끌어올릴 만한 뉴스로 사건을 몰고 간다. 그는 신도들에게 ‘진짜’라고 믿게 만들어 ‘진실’로 통용시켜버린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진 방송국의 민낯이 과연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일까. 시청률에 도움이 안 되는 시사 프로그램은 폐지 수순을 밟는다. 정권을 감시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언론의 사명감은 갈수록 퇴화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뉴스 초대석에는 전직 국회의원 출신 강용석 변호사와 불륜설에 휘말린 여성 블로거가 등장해 시시콜콜한 관계를 털어놓는다.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가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 버젓이 등장하는 현실이다. 시청률만 보장된다면 아무리 욕을 먹어도 막장 드라마를 내보낸다. 신도들은 욕을 하면서 시청한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방송은 삼류든, 막장이든 가리지 않는다.
에 숨어 있는 진짜 제목은 ‘오보: 진실실종기’다. 오보가 특종으로, 특종이 ‘가짜 진실’로 변화하는 과정이 한 편의 소동극으로 펼쳐진다. 블랙코미디로 웃고 넘기면 그만이지만, 최근 한국 방송의 상업적 보도 태도를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짜라고 믿으면 그게 진실’이 되는 현실 속에서 오늘도 ‘진짜 진실’은 얼마나 많이 실종되고 있는가.
에서 하워드 빌은 ‘미치광이 예언자’로 불린다. 그는 “방송은 사창굴이고, TV는 쇼비즈니스요.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모두 환상, 당상 꺼버리시오!”라고 외친다. 39년 전 하워드 빌의 예언은 맞았다. “TV에는 진실(truth)이 없다.”
곽명동 객원기자· 기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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