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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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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는 바보인가 멍청이인가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판단능력 없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혁명
등록 2015-07-24 19:40 수정 2020-05-03 04:28

디지털 혁명은 진보일까 퇴보일까? 구원의 손길일까 멸망의 전조일까?
21세기를 확연히 다른 세기로 만들어준 컴퓨터·텔레비전·인터넷·스마트폰 융합의 디지털 문명 도래는 인간을 이런 양극단의 고민 속으로 몰아넣고 분열시켰다.

<가장 멍청한 세대> 인물과사상사 펴냄. 마크 바우어라인 지음. 김선아 옮김. 1만4500원.

<가장 멍청한 세대> 인물과사상사 펴냄. 마크 바우어라인 지음. 김선아 옮김. 1만4500원.

“디지털 혁명은 진화가 아니라 탈선”

2005년 는 “그들은 젊고, 영리하고, 자신만만하다”고 디지털 세대를 묘사했다. 컴퓨터 마우스를 발명한 더글러스 엥글바트는 “디지털 혁명은 글씨의 발명이나 심지어 인쇄술의 발명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 초·중·고 학교장연합회는 그런 생각을 받아들여 “학생들이 디지털 혁명에서 낙오되게 놔둘 수 없다”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교육의 디지털화를 위한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다. 기성세대는 학생들의 디지털 세계 탐닉을 장려했다. 작가 존 카츠는 “디지털 시대의 젊은이들이 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그들을 세상을 바꿀 혁명가로 불렀다. 그리하여 미국 사회는 디지털 혁명이 차원이 다른 지적·도덕적·예술적 감식안을 지닌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가져다줄 진화라고 믿었다.
에모리대학 영문과 교수로 미국 국립예술진흥회에서 문화와 삶에 대한 연구를 이끌면서 특히 위기에 처한 독서문화를 연구한 마크 바우어라인은 저서 (The Dumbest Generation)에서 디지털 혁명을 이처럼 희망적·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소개하면서 그것을 정면으로 뒤엎는다.
그는 주장한다. 디지털 세대의 형편없는 지식·독서 수준, 지나친 영상문화 탐닉, 역사상 가장 풍성해진 학습 환경을 배반하는 최악의 학습 수준, 전통 가치 거부 등이 미국이 쌓아올린 물적·정신적 자산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토대부터 망치고 있다고. 미국 청소년을 멍청이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이 디지털 혁명이라는 그에게 “디지털 혁명은 진화가 아니라 탈선”이었다.
바우어라인의 책이 나온 게 2008년이니, 미국 사회는 디지털 혁명에 대한 이런 양극단의 평가로 이미 오래전부터 골머리를 앓아온 셈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한 게 2007년이니까, 바우어라인의 책은 스마트폰 초기 역사가 만들어낸 변화까지 담고 있다.
이후 다시 1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 바우어라인의 문제의식과 문제제기에 대해 미국 사회, 나아가 세계는 어떤 답을 내놨을까? 아직도 정답은 없고 문제는 진행 중이다. 그건 곧 바우어라인의 문제제기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가 된다.
바우어라인은 디지털 지식이 온전히 디지털 세대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하고 그저 재빠르게 훑어보며 스쳐지나가는 의미 없는 지식 쪼가리일 뿐이며, 또래들의 반응에 신경 쓰면서 비슷한 디지털 공간을 배회하는 그들의 세계는 동일 차원을 맴돌 뿐이라고 얘기한다. 디지털에 탐닉하면 새로운 지적 확장에 필수적인 어휘력이 늘지 않으며, 미국 젊은이들의 지적 능력 퇴락, 빈곤한 독서·작문 능력도 그 때문이라고 그는 본다. 충분한 지적 정보의 확보와 판단 능력 없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해결책은 아날로그적 독서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아날로그적 독서다. 차분하고 끈기 있게 종이 책을 읽으며 깊이 사색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디지털에 탐닉하면서 세계에 대한 총체적 판단 없이 돈·성공·출세를 향해 무한 경쟁을 벌이며 스펙 쌓기에 미친 듯 골몰하고 있다는 미국 청소년들. 우리 현실과도 별로 다르지 않은 그런 풍토를 바로잡는 처방전으로 아날로그적 독서를 제시한 바우어라인의 주장에 여러분은 동의하는가?
한승동 문화부 책지성팀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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