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소영 기자
2014년 11월27일, 클럽 올댓재즈 무대에 선 김종진의 뒤에는 전태관이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쇼맨십이 뛰어난 김종진의 뒤에서 늘 묵묵히 드럼을 연주하던 전태관의 자리는 젊은 연주자가 대신했다. 전태관은 지금 물리적으로 드럼을 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암과 싸우는 중이다. 그래서 이날의 공연을 기록한 앨범 크레디트에는 전태관의 이름이 빠져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이름으로 첫걸음을 뗀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의 공연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연말마다 해온 ‘와인 콘서트’의 1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였다. 매년 11월에 공연을 해 이듬해 그 공연 실황을 발표해온 와인 콘서트는 후기 봄여름가을겨울을 상징하는 전통이자 브랜드가 됐다. 김종진이 자주 TV에 모습을 보이고 “이승신의 남편으로 활동”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연예인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이같은 공연을 통해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왔다.
10년이라는 시간과 10장의 음반이 쌓인 와인 콘서트는 특별하게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점점 나이가 들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노장 음악가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다. 또 다른 장인 송홍섭과 함께 트리오 록 세션으로 연주한 첫해의 공연을 시작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두 멤버는 매년 새로운 형식의 구성과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애썼다. 김광민, 김효국, 최원혁, 전제덕, 김반장,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등 세대를 넘나드는 훌륭한 연주인들이 10년간의 의미 있는 여정에 동참해왔다.
돌이켜보건대 봄여름가을겨울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늘 의미 있는 시도들을 앞서 해왔다. 연주곡을 타이틀곡으로 하는 당시로서는 정말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모두가 미친 짓이라 말리던 라이브 앨범을 처음 제대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좋은 소리를 얻겠다고 미국에 가서 녹음한 것도, 헝가리에 있는 빈 성을 찾아다닌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누군가 먼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아 우리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이뤄온 성과들이었다. “예를 들어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데, 올라본 사람도 없고 장비도 없던 시절에 ‘아마도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만으로 모든 걸 직접 한 거였다”는 김종진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들은 분명한 선구자였다.
10주년 앨범
마음에 걸리는 건 역시 전태관의 건강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전태관은 삶을 정리하는 듯한 말을 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종진은 전태관의 완쾌를 믿으며 그와 꼭 다시 무대에 서겠다는 약속을 했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함께 활동했던 빛과소금의 장기호와 박성식 역시 전태관이 완쾌하면 과거 넷이 함께했을 때의 무대를 재현할 거라 약속했다. 김종진과 전태관, 둘이 함께해온 30년의 시간 앞에서 전태관이 없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모습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선배 음악가의 모습을 좀더 오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학선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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