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이야기는 국내 대중문화에서 가장 힘이 센 서사다. 우리 사회에서 ‘인생 역전’과 같은 의미로 통용되는 이 서사는 드라마에선 신분 상승 로맨스로, 예능계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타 탄생기로 변주되며 불멸의 히트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요즘 전성기를 구가하는 국내 메이크오버쇼 프로그램들은 이 신데렐라 판타지를 극단적인 스펙터클로 전시하는 장르다. 이 프로그램들은 이 시대의 요정 대모를 자처하면서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공주님 스타일로 뒤바뀌는 외적 변신에 초점을 맞추며 외모가 곧 ‘인생 역전’의 키라고 말한다.
원래 외모뿐 아니라 행동, 집, 사업 등 다양한 대상을 개선해주는 포맷이었던 메이크오버 장르가 국내에 들어와 미용 프로그램으로 정착된 것도 그러한 외모지상주의의 결과다. 외모의 개선이 곧 삶의 개선이라는 것이다. 국내 메이크오버쇼의 원조 격인 프로그램부터가 단적인 사례다. 미국의 유명 메이크오버쇼 (Extreme Makeover)의 포맷을 수입해 2003년 방영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제목을 달고 원조판보다 훨씬 더 외적 측면을 강조한다. ‘퀸카 프로젝트’라는 별칭을 내세우기도 했던 이 쇼는 미녀가 되는 것과 ‘인생 승리’를 동의어로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이 성형의 극적인 효과다. 가령 의 출연자들은 다이어트, 운동에도 매진하지만 가장 획기적인 변신은 지방흡입, 가슴확대 수술, 쌍꺼풀 수술 등 여러 수술 기법을 거친 뒤에야 절정을 맞는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의 메이크오버쇼 대부분은 사실 ‘성형 버라이어티’로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 정점은 “메이크오버쇼계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이다. 성형외과·피부과·보디클리닉 등 분야별 전문의 11명으로 구성된 의료진, 1억원을 넘나드는 수술비와 같은 물량 공세로 이뤄진 전신 개조 수준의 변신 스펙터클을 집중 전시하는 이 쇼의 본질은 성형 블록버스터에 더 가깝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스펙터클로 치환된다. 기존 성형 버라이어티와의 차별점을 내세우며 질환·장애 등으로 인한 외모의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선별해 단순한 외적 변신이 아닌 내면 치유를 포함한 ‘총체적 힐링으로서의 인생 대반전 메이크오버’임을 주장하나 최종적으로는 다시 스펙터클로 수렴된다는 점에서 더 문제적이다. 출연자의 사연 가운데 가난, 관계의 폭력, 가족 해체 등 상당 부분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관련된 비극임에도, 외모에 대한 노골적인 클로즈업과 반복 편집의 스펙터클 연출을 통해 불행의 근본적 원인을 외적 차원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변신 후’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워진 출연자의 당당한 ‘무대 워킹’, 그녀를 향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진행자와 가족의 모습이 조화된 스펙터클 자체가 ‘새롭고 행복한 인생’을 약속하는 듯하다.
이 극단적인 스펙터클화가 지향하는 것은 결국 성형만능주의다. 메이크오버쇼가 드라마틱한 변신을 강조할수록 그 세계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고 오직 ‘의느님’의 섬세한 손길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공고해진다. 최근 시즌5에서 ‘렛미인 닥터진’이 출연자를 지켜보는 ‘시크릿 룸’이 마치 공상과학(SF) 영화 속 세트처럼 표현된 것은 그들의 초현실적인 힘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한 의도다. 심지어 이들의 다른 호칭은 ‘힐링 멘토’다. 단지 여성만이 아니라 트랜스젠더, 남성으로까지 계속 대상을 넓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형은 현실의 모든 상처를 치유할 해결책처럼 묘사된다. ‘힐링 성형’이라는 기만 속에서 성형 버라이어티는 오늘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선영 TV평론가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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