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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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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화장품을 바르는 사이

유럽연합 화장품 동물실험 전면 금지 1년, 여전히 동물실험 허용 국가인 한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등록 2014-03-27 08:46 수정 2020-05-02 19:27
화장품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세계적 추세와 소비자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동물실험 허용 국가다. 2013년 3월1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고등학생들이 화장품 실험 동물로 사용되는 토끼 복장을 하고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카라 제공

화장품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세계적 추세와 소비자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동물실험 허용 국가다. 2013년 3월1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고등학생들이 화장품 실험 동물로 사용되는 토끼 복장을 하고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카라 제공

올해는 유럽연합(EU)이 화장품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한 지 1주년이 되는 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장품 시장인 유럽에서 화장품 동물실험 및 동물실험이 시행된 화장품 수입도 금지하면서, 지난 1년간 이웃 국가들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었을까. EU를 따라 인도와 이스라엘도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에 동참했다. 연간 30만 마리의 동물이 화장품을 위해 희생됐던 중국에서는 올 6월부터 자국 생산 화장품에는 대체실험법을 인정하기로 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한국은?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와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9살 이상 남녀 소비자 1천 명에게 설문한 결과 70.2%가 화장품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화장품 동물실험을 허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실상 국내 대다수 화장품 생산 회사가 소비자의 의식 변화, 이미 검증된 원료 사용, 인공 피부조직 실험 대체 등의 이유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줄였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금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동물은 언제든 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동물실험 하지 않으면 부작용 없나요?

지난 3월11일 동물자유연대와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국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촉구를 위한 로드맵과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두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화장품 완제품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을 비동물 실험 방법으로 대체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 △동물실험을 한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에 대한 수입 금지 등을 골자로 정부와 국내 화장품 기업이 국제적 조류에 발맞춰 능동적 변화를 꾀하길 촉구했다.

오래 논의돼온 문제고 국내에서도 동물 사용을 금지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꽤 있지만 실제 구매자들은 여전히 선택이 망설여진다. 실험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광고하더라도 사용하는 원료는 이미 해외에서 동물실험을 마친 채 수입될 수도 있다. 수입 화장품에 대해서는 필수적으로 동물실험을 행하는 중국에 수출해 불가피하게 동물실험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포털 사이트의 한 화장품 사용 후기 카페에 올라온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결국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쓰던 화장품으로 유턴”했다는 하소연에 동의하는 댓글이 이어진다.

카라는 이런 이들을 위해 2012년부터 매년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브랜드를 조사해 업데이트해왔다. 올해는 4월 중으로 1년간 재조사를 마친 리스트가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카라 서보라미 팀장은 “한국은 여전히 화장품 실험이 허용되는 국가지만, 일련의 변화라면 식약처에서 대체실험에 대한 포용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최근 1~2년 사이 동물실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급증해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며 동물실험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문의 전화도 자주 온다”고 전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의 경우 부작용 등 불안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있다. 하지만 동물단체뿐 아니라 화장품 제조업체 또한 위험성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식물성 화장품 브랜드 트리앤씨의 대표 정훈씨는 이렇게 전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식물성 원료는 설령 피부가 민감해 트러블이 생기더라도 동물실험을 요하는 화학제품보다 위험성이 적다.” 영국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러쉬의 홍보 담당 윤예진씨는 “동물실험을 한 원료 대신 한 세기 이상 인류가 써온 검증된 원료를 사용하고, 계란이나 꿀 등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한다”며 동물실험을 피해 화장품을 제조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고통 없는 아름다움도 있다

화장품 동물실험의 무의미함에 공감하지만, 여전히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브랜드를 엄격하게 따지고 그 가운데 자신에게 잘 맞는 안정적인 제품을 찾는 데 피로감을 느낀다면 다음의 방법도 있다. 화학 원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대안 화장품을 사용하는 이들은 윤리적인 이유로 화장품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천연비누공방을 운영하는 김우림(34)씨는 동물실험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는 화학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화장품을 만들어 쓴다. “자기 피부에 맞는 화장품 제조법을 찾아 한 달에 한 번 10분 정도 투자하면 기본적인 화장품은 만들어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접근이 어렵다면 호호바 오일이나 코코넛 오일 등을 크림 대신 사용할 수도 있는데, 누가 써도 트러블이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우리가 화장품을 찍어 바르는 잠깐의 순간, 화장품 실험으로 지구상에서 1초에 3마리의 동물이 죽어나간다. 동물에게 더 이상 고통스러운 희생을 강요하지 않더라도 아름다워지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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