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2007년 영국의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곡으로 세계적인 명사가 된 폴 포츠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그의 오디션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1억6천만 번 조회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영국 웨일스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하던 그는 오디션 이후 전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거나 성공담을 들려준다. 첫 음반 는 3500만 장이나 팔렸고, 그의 사연을 담은 는 영화뿐 아니라 자서전으로도 나왔다.
실제 방송 화면 붙여 사실감 강조영화는 학창시절 왕따였던 주인공이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일하다 오디션에 나가기까지 겪었던 일화들을 극영화 기법으로 배치하고, TV 오디션 장면을 다큐멘터리처럼 구성해 실제 방송 화면을 에필로그처럼 붙여 사실감을 강조했다. 영화가 목표하는 점은 명확하다. 평범한 중년 남자가 용기를 잃지 않고 꿈에 도전해 하루아침에 기적을 이루었다고. 그러니 좌절하거나 불평하지 말고, 당신의 ‘원 챈스’를 잡으라고. 하지만 폴 포츠의 성공담을 풍문으로만 들어온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감동에 빠지기보다는 오히려 의구심에 빠져든다. 영화는 의도와 다르게, 우리가 믿고 있던 폴 포츠의 성공 신화를 의아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어찌 된 일일까.
영화는 어린 시절 성가대에서 노래하던 그가 학교폭력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을 리드미컬하게 편집하면서, 어느새 성인이 되어 휴대전화 매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페라가 유일한 낙이던 그는 채팅으로 알게 된 여성과 순박한 연애를 시작하고, 이탈리아 오페라 스쿨로 단기유학을 떠나 파바로티 앞에서 노래하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혹평을 듣고, 이후 동네 장기자랑에서 우승해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지역 아마추어 오페라단의 배역을 맡기도 한다. 하지만 사고와 불운이 겹치면서 그는 번번이 기회를 놓친다. 한동안 노래를 쉬었던 그는 아내의 헌신과 응원에 힘입어 2007년 오디션에 나가게 되는데, 결과는 익히 아는 바다.
이러한 줄거리의 영화를 보고, 그를 ‘평범한 휴대전화 판매원’으로만 알았던 관객은 묘한 실망감에 빠진다. 심지어 그가 독학으로 오페라를 익혔다고 오인했던 사람들은 충격이 크다. 실제 그가 파바로티 앞에서 노래했을 때, 영화와 달리 칭찬을 들었다는 사실을 안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폴 포츠는 음악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음악 교육을 받아왔다. 시간과 돈이 마련되는 대로 레슨을 받아왔고,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로 단기연수를 다녀왔으며, 지역 아마추어 무대와 오디션에 여러 번 올랐던 사람이다. 다만 여러 가지 불운이 겹치면서 성공이 지연된 대기만성형 인물에 가깝다. 하기야 당연하지 않은가. 맨땅에 헤딩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도 왜 그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이 이룬 기적의 성공담’쯤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걸까.
그것은 ‘기적의 성공담’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기계발과 힐링 담론에 꼭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의 역경과 성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그의 생애 중 유독 왕따와 사고가 강조된다. 그 역시 자신을 괴롭혀온 것이 ‘자신감 부족’이라는 내면의 문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왜 왕따를 당했는지는 설명되지 않으며, 영화는 왕따를 학창시절 전체를 채우는 자연재해처럼 묘사한다. 그의 재능이 공교육 과정에서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그는 왜 음악 전공자가 될 수 없었는지 등의 사회적 질문들은 모조리 생략된 채, 아무튼 그는 ‘왕따’였고, ‘평범한 휴대전화 판매원’이라는 뼈대 안으로 이야기를 밀어넣는다.
문화적으로 척박한 환경 속에 고급 예술의 재능을 지닌 소년이란 설정은 를 연상시키지만, 가 품고 있던 계급·지역적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이 에서는 휘발되고 없다. 그의 재능은 왜 기회를 얻을 수 없었는지, 대학원 중퇴의 학력을 지닌 그가 왜 더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했는지, 왕따이기만 했던 그가 어떻게 1995년 지방의회 선거에 자유민주당(중도우파 제3정당) 후보로 출마하고, 1996년에는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지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는지 등을 물을 수 있지만, 영화는 그러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아내의 지고지순한 사랑 덕에 ‘자신감’을 얻어서, ‘원 챈스’를 잡아 성공하게 되었노라고 천진하게 말한다.
그는 왜 한국을 친정처럼 느꼈을까폴 포츠는 2009년 서울광장 공연을 비롯해 지금까지 11번 내한했고, 2013년에는 한국 관광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되기까지 했다. ‘희망의 아이콘’으로 덧씌워진 그의 성공담이 신자유주의의 첨병을 달리는 한국 사회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 뒤 국내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불었고, 그중 한 프로그램은 영화에 나오는 영국의 그 오디션 프로그램과 무대와 심사위원의 자리 배치까지 똑같다. 폴 포츠가 한국을 친정집같이 느낀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것이다.
황진미 영화평론가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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