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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계산해본 27%라는 한국 내 대형 핵사고 확률이 나를 전율케 했다. 핵사고의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는 핵산업계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방사능의 인체 위해성에 관한 너무나 왜곡된 정보가 나의 눈과 귀를 막았었지만, 후쿠시마는 그런 나를 정신 똑바로 차리게 해주었다. 나는 이 사고 이후 정부와 핵산업계가 주장하는 모든 내용을 의심의 눈초리로 다시 살펴보게 되었고, 그 결과 그중 많은 부분이 근거 없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7%, 한국 내 대형 핵사고 확률그 대표적인 예가 방사능의 인체 영향이다. 이 책의 중간 부분에서 나는 방사능의 인체 위해성에 관한 교과서적인 사실들을 기술했다. 그런 내용들은 의학 교과서에 언급돼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제대로 교육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그리하여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핵산업계의 황당한 주장은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한다”는 문장으로 대체되었고, 자연방사능과 병원방사능에의 물타기 논리도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의학 교과서를 다시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후쿠시마 이후 원자력의 주요한 이슈를 다시 살펴보았더니 너무나 많은 사실이 왜곡돼 선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방사능 건강 문제뿐 아니라 원자력의 경제성, 핵폐기장의 안전성, 핵 재처리의 필요성, 핵발전의 세계적 동향 등 수많은 것들이 왜곡돼 있었다. 은 그 왜곡된 것들을 바로잡아주는 근거 자료를 제시했고, 앞으로 한국이 탈핵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와 그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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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장은 핵발전의 대안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원자력발전을 위험하지만 대안이 없는 필요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시각은 핵산업계가 생산해낸 신화에 불과하다. 내가 책에서 ‘탈핵의 두 바퀴’라고 표현한 것이 바로 핵발전의 대안이다. 나의 상상력 속에 갇혀 있는 대안이 아니라 한국만 벗어나면 만연한 증거를 근거로 한 대안이다. 두 바퀴 중 앞바퀴는 바로 전기 수요 관리다. 그리고 뒷바퀴는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이다. 이 중에서도 더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바로 수요 관리다. 1인당 전기 수요 세계 3위인 한국은 그야말로 에너지 당뇨병 중에서도 중증의 환자로 보인다. 현재의 수요도 문제지만 그 증가율이 더 큰 문제다. 이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15년 뒤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1인당 전기 수요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막대한 전기 수요를 화력과 원자력이라는 ‘재생 불능 에너지’에 모두 의존하고 있다.
재생 가능 비중은 0.5%, 세계 꼴찌세계적 추세와 한번 비교해보자. 전세계의 전기 생산량 중 원자력 비중은 11%, 재생 가능 비중은 20%다. 반면에 한국은 원자력 비중 30%, 재생 가능 비중은 0.5%로 세계 꼴찌다. 이 통계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은 탈핵으로 가야 하고 그 대안은 바로 세계적 추세를 따르는 것이다.
제발 연구하지 말라. 연구만 하면 재생 가능 에너지의 단점과 원자력의 장점만 바글바글 튀어나오니까. 연구 대신에 제발 커닝을 하기 바란다. 커닝이야말로 바로 한국탈핵의 유일한 방법론이다. 어느 나라를 커닝해야 하느냐고? 아무 나라나 커닝해도 된다. 우리는 세계 꼴찌니까 누구를 베껴도 성적은 오른다.
김익중 동국대 의과대학 교수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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