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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당신의 의견은?

신간 할인율 제한폭 10%로 좁히고 규제 범위 구간까지 확대한 개정법, 알라딘 등 반대에 출판사는 책 공급 중단 대응
등록 2013-01-29 13:10 수정 2020-05-02 19:27

10여 년 전에도 이런 논쟁이 있었다. 2000년 문화관광부가 책 할인 판매 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 등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PC통신 토론방은 찬반 논쟁으로 달아올랐다. 언론은 소형 서점 도산 위기를 우려하는 한편으로 시장의 자유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법안을 지지하며 인터넷 서점에 책을 납품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난항 끝에 2003년 2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 출간 1년 미만의 새 책에 대해 10%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었다. 2007년 한 차례 개정된 법안은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신간을 10% 이내에서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신간의 범위를 18개월로 확대했다.

도서정가제 강화를 목적으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두고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반대 성명을 내자 국내 주요 출판사가 출고 정지로 맞대응에 나섰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도서정가제 강화를 목적으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두고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반대 성명을 내자 국내 주요 출판사가 출고 정지로 맞대응에 나섰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문학 신간이 실용 코드 매겨져 할인”

지난 1월9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도서정가제 강화를 목적으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행일로부터 18개월 미만 도서(신간 도서)는 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구간 도서와 실용서, 초등학습 참고서,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한 현행법상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한 실정”이라는 것이 제안 이유다. 개정 법률안은 정가의 10% 이내에서만 할인 판매할 수 있고, 국가기관 중 도서관에 판매하는 간행물, 전자출판물 등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들고일어났다. 알라딘은 1월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간에 대한 할인 제한을 구간에까지 확대하면 독자의 손해는 물론이고 판매 권수 감소로 저자의 인세 수입도 감소한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법 개정 반대 서명을 받는 게시판을 열었다. 1월22일부터는 찬성 및 기타 의견을 받는 게시판도 개설했다. 1월24일 현재 개정 찬성과 반대 의견 비율은 1 대 5 정도다.

김영사, 창비, 돌베개, 마음산책 등 주요 출판사 10곳은 1월21일부터 교과서를 제외한 모든 단행본의 출고 정지를 알라딘에 통보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온갖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예컨대 구간과 실용·어학 도서의 경우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용해서 신간 문학서가 실용 코드로 매겨져 대폭 할인가에 공급되기도 한다. 가격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이 무너진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 서점 운영자들의 모임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1월23일 이사회를 열고 완전정가제를 지지하되, 10% 할인은 받아들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 앞에서 장사하는 서점들은 아침 6시에 나와 밤 11시까지 일해도 매출이 1만원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공급가부터 차이 나는 동네 서점이 인터넷 서점이 파는 대로 할인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할인을 전제로 매겨진 책값에서 거품을 빼야 한다.”

“책값, 물가 인상률의 절반만 올랐다”

반대 성명을 낸 알라딘 쪽은 인터넷 서점이 도서 정가 인상을 주도해왔다는 주장에 대해 “2011년 도서 평균 정가는 1만3010원으로 2003년에 비해 18.5% 늘어, 10년 전 대비 전체 물가 인상률 36%의 절반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일본에서는 2003년 이후 10년간 4483개 서점이 폐업하고, 하루에 1.2개꼴로 폐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 성명 발표 이후 출판계 등의 완강한 대응에 대해서는 “오해와 왜곡의 여지가 있어 팩트 확인 외에는 입장이나 주장을 밝힐 수 없다”며 “앞으로 출판계와 협의점을 찾고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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