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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는 인디 스타일?

3대 아이돌 기획사 대표 등이 심사위원 하는 SBS , 오히려 인디 스타일 원석 선호… 악동뮤지션의 <다리 꼬지 마> 하루 조회 100만여 건에 잠재력 중시로 ‘반전’ 효과 내며 <슈스케>와 쌍벽 이뤄
등록 2013-01-05 00:30 수정 2020-05-03 04:27

“시즌1은 충격적이고 신선했는데, 시즌2 때는 우리도 눈이 높아져버리니까 어려워.” SBS 의 코너 의 심사를 맡은 가수 보아의 말은 가 처한 상황만이 아니다. …. 시즌을 거듭하며 자기복제 운명에 처한 오디션 프로그램 전체의 딜레마다. 그런데 는 2012년 11월18일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반전을 꾀했다.

SBS 에서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참가자보다 자기 색을 가진 이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개성 있는 곡과 기타 연주를 선보인 이찬혁과 이수현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SBS 제공

SBS 에서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참가자보다 자기 색을 가진 이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개성 있는 곡과 기타 연주를 선보인 이찬혁과 이수현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SBS 제공

퍼포먼스 능하거나 악기 연주하거나
조회 수 1660만 기록을 가진 유튜브 스타 제니석, 각종 청소년가요제를 석권한 김우진 등 기대주들이 줄줄이 탈락한 참이다. 기획사 앞에서 긴 줄을 섰던 가수 지망생들이 재빨리 오디션 프로그램형으로 자신을 바꿨던 것처럼 많은 참가자들이 이전 시즌 톱3였던 백아연·박지민·이하이를 흉내 낸 스타일로 노래한다고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음악’이라는 말처럼 막연한 말이 어디 있을까? 그것은 심사위원이나 대중의 새로운 취향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보아,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영,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양현석 등 3대 거대 기획사가 심사를 맡아 시즌1부터 ‘우승 즉시 데뷔’라는 매력적인 떡밥을 던졌다. 화석화된 아이돌 위주의 음악시장과 포화상태의 오디션 시장에 동시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거대한 아이돌 군단을 양산해온 심사위원들은 이제 부담 없이 “아이돌을 능가할 수 있는 가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K팝스타표 걸그룹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늘어놓고 있다.
방송 6회, 순위 경쟁에서 남은 16명을 보면 대중음악계가 작심한 듯한 방향이 읽힌다. 심사에 들어가기 전 양현석 대표가 “대한민국 가요시장은 아이돌 홍수”라고 할 만큼 대중음악 시장에는 아이돌 피로감이 쌓였다. 아이돌 위주의 한류가 지속 가능한 시장인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심사위원들은 청아한 목소리, 화려한 고음이나 기교 대신 직접 곡을 쓰고 기타를 연주하는 이찬혁(17)과 색깔 있는 음색을 지닌 보컬 이수현(14)으로 이루어진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 마이클 잭슨을 닮은 미성을 구사하는 방예림(11), 직접 편곡한데다 연주 실력이 뛰어난 최예근(16), 유준석(21), 최희태(20) 등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10~20대 초반으로 어리고, 퍼포먼스에 능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참가자들을 선호하는 인상이다. 특히 “아이돌 가수가 안 되면 어떠냐. 실력을 키워서 아티스트 되면 된다”는 양현석의 말처럼, “뮤지션들은 작사·작곡이 완전히 가능하고, 천재들은 더 어린 나이에 가능하다”는 박진영의 믿음처럼, 직접 곡을 쓰는 싱어송라이터를 노골적으로 총애한다. 그래서일까. 히트곡 대량 생산을 주도하는 그들이 뽑은 예비가수들은 하필 인디밴드를 닮았다. TV평론가 김선영씨는 “가장 성공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시즌2와 시즌3의 학습효과라고 볼 수도 있다”며 “보컬로만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우니까 장재인, 김지수, 버스커버스커처럼 자기 색을 갖춘 팀이 주목받는다. 그러나 인디 스타일이라고 하기에는 패턴화되는 인상이 있다. 버스커버스커는 안에서는 신선했을지 모르지만 전체 음악시장에서는 수많은 음악인들이 그를 따라하고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즌1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하이는 음원 차트와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한 ‘K팝표 스타’다. 는 3대 기획사의 훈련 효과를 내세우지만 실은 이하이처럼 훈련 한번 받지 못했어도 그 자체로 빛나는 재능을 가진 원석을 선호한다는 역설도 드러났다.
‘인디 스타일’을 선호한 결과 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 가 실력 있는 출연자를 선보이지 못하고 부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첫 회에서 선보인 악동뮤지션의 노래 는 하루 만에 조회 수 100만 건을 넘겼다. 또 신지훈·최예근의 노래 등 매 방송에서 화제가 되는 음원을 낳았다. 출연자들의 캐릭터나 이미지를 부각하는 대신 그들의 음악이 주는 반전 효과만을 노린 덕분이다.
갈수록 커지는 오디션 프로 딜레마
김선영씨는 “는 초반부터 톱3를 예측할 수 있는 반면 는 잠재력만을 보기 때문에 최후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에서 극적 재미를 던진다”고 했다. 문화평론가 윤이나씨도 “심사위원들의 균형감, 실력 있는 참가자들의 선호를 볼 때 오디션 프로그램은 와 구도로 정리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의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오디션 시장의 지원자 수는 12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중 제2의 이하이, 좀더 신선한, 때 묻지 않은 원석은 얼마나 될까. 윤이나씨는 “연습생 공개 선발이라는 프로그램 콘셉트가 10대들에게 먹혔지만 성인들에겐 어린애들 장기자랑처럼 보일 수 있고 대국민 오디션으로 자리잡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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