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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귀 뜨거!

스마트폰의 번들 이어폰, ‘옵티머스 G’의 ‘쿼드비트’ 이어폰과 아이폰5의 이어팟의 고음질 경쟁
등록 2012-12-21 18:59 수정 2020-05-03 04:27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귀가 뜨겁다. 스마트폰이 화면 해상도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고음질 경쟁에 나선 탓이다. 게다가 2년 새 25% 넘게 성장한 이어폰 시장이 밑불을 땠다. 음악 사용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자 스마트폰을 사면 끼워주는 저가 이어폰에도 고급화가 시작됐다.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 G’에 들어가는 ‘쿼드비트’ 이어폰에 고품질 오디오 장치를 탑재해 발매했다. 아이폰은 아이폰5 발표 4개월 전부터 새로 개발한 이어폰인 이어팟 성능을 미리 발표했다. 고품질 스마트폰 이어폰 개발 트렌드를 보여주는 두 이어폰을 정보기술(IT) 전문기자인 최호섭, 오디오 평론가인 이현준, 녹음 엔지니어 최정훈 등이 비교·분석했다. _편집자
941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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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듣거나 안 듣던 걸 듣거나

귀에 쏙 들어가는 ‘커널형’ ‘강한 저음’, 그리고 ‘착한 가격’ 등 한국 소비자의 선호에 맞춘 이어폰이라는 게 쿼드비트를 설명할 수 있는 열쇳말이다. 그 자체로 딱히 ‘아주 좋다’라고 생각할 정도의 소리는 아니다. 대신 값이 좀 나가는 폼팁 등을 끼우면 소리가 확 좋아진다. 특유의 저음은 더 강조된다. 클럽이나 힙합 음악, 그리고 아이돌 음악을 들을 때 신이 난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10만원 넘는 리시버들을 뛰어넘지는 못해도 2만원 안쪽에서 살 수 있는 이어폰 중에서는 경쟁 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다.

반면 이어팟은 쿼드비트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본래의 소리를 편하게 들려주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편안함’ ‘균형’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귀에 오래 끼우고 있어도 아프지 않은 건 별점 하나를 더 주어도 아깝지 않다. 이어팟은 처음 보는 생김새인데 이건 인이어도 아니고 일반 이어폰도 아니다. 하지만 인이어처럼 소리가 귀 안쪽에서 나고 일반 이어폰처럼 주변의 소리도 완전하게 차단되지 않는다. 소리는 균형이 잘 맞춰져 있는데 밋밋한 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시원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어폰들이 각 스마트폰의 성향과 비슷하게 연결된다는 점도 재미있다. 쿼드비트와 궁합을 맞추는 옵티머스G도 소리를 듣기 좋게 매만진다. 아이폰은 ‘플랫’(flat)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심심하다는 느낌도 들수 있는데 계속 듣다 보면 다른 기기들이 오히려 조미료를 친 것처럼 들린다.

최호섭 블로터닷넷 기자LG 쿼드비트 값에 비해 좋지만 거기까지… ★★★☆
애플 이어팟 심심함과 담백함 딱 그 사이 ★★★★
관습의 전복, 자극제 되다

애플은 일찍이 높은 수준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며 팬덤을 형성해왔다. 그런 애플이 최근 아이폰5를 내놓으며 번들 이어폰을 이어팟으로 교체했다. 수십만원대 하이엔드 이어폰에 비견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해한 이어팟의 음질은, 확실히 이전의 이어버드에서 두어 수 올랐다. 따뜻하면서도 나긋한 성향은 그대로 유지하고 이전보다 해상력, 분리도, 사운드 스테이징 모두 일취월장했다. 다만 이전처럼 여러 악기가 한번에 표현될 때 다소 소란스럽고 거친 성향은 같아서 고가 이어폰과 비견될 수준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애플 이외에 음질을 신경 쓴 스마트폰 제조사는 대만의 HTC가 유일했다. 헤드폰 전문 제조사 닥터드레를 인수하는 용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제조사는 중국에서 생산된 원가 몇천원도 되지 않는 번들 이어폰을 패키지에 넣어주는 것으로 생색을 내려 한다. LG의 쿼드비트는 바로 이러한 관습을 전복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제품 출시 전에 음향기기 전문 리뷰 사이트에서 평가를 받고, 번들 이어폰을 단품으로도 판매하며 이미 거대한 팬층을 형성했다.

쿼드비트의 음질은 확실히 이전 번들 이어폰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로 우수하다. 특히 해상력 부문이 그렇다. 하지만 더 듣다 보면 거칠고 덜 다듬어진 듯한 음색이 점점 거슬리게 된다. 최근의 10만원 내외 이어폰들과 비교하면 워낙 뛰어난 제품들이 포진돼 있는 터라, 이들보다 쿼드비트가 낫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쿼드비트를 시작으로 다른 제조사들도 이를 능가하는 번들 이어폰을 내놓겠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이 희망이다.

이현준 오디오 평론가

LG 쿼드비트 번들 이어폰 전쟁의 서막을 연 원흉 ★★★☆
애플 이어팟 번들 이어폰 디자인 혁명에 주목하라 ★★★★
케이팝 꽉 찬 느낌 vs 어쿠스틱 재생력

몇 년 전부터 많은 레코딩 엔지니어 혹은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이 최종적으로 작업된 음원을 모니터링하는 데 아이폰의 번들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폰의 이어폰에서 제대로 된 소리가 나는 걸 기준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 사용자의 처지를 고려해서기도 하지만, 음악을 만들 때는 맥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친숙한 애플의 새 이어폰 이어팟으로 들어보니, 기존 아이폰4까지의 번들 이어폰이 지니고 있던 평탄한 주파수 대역이 먼저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듣는 팝 음악 외에도 재즈·클래식 등 어쿠스틱 음악의 재생력이 좋으며, 내가 작업한 음원을 들어보면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것에 비해 크게 밸런스가 달라지지 않는 점이 훌륭하다.

LG의 쿼드비트는 이어팟과는 소리의 성향이 확연히 다르다. 먼저 저역이 더욱 다이내믹하고 고역도 화려해서 귀로 들리는 느낌이 참 좋다. 특히 케이팝 음악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케이팝에서는 소리가 꽉 차게 들린다. 팝 음악만 듣는 사람이라면 이쪽이 확실히 더 매력 있다. 젊은 층에게는 이것이 더 좋은 소리로 여겨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사람이 연주하는 어쿠스틱 음악을 재생하면 소리가 인위적으로 들리고 오랜 시간 들으면 피로도가 좀더 높은 편이다.

최정훈 레코딩 엔지니어

LG 쿼드비트 팝 음악 듣기엔 귓맛이 좋은 사운드 ★★★☆
애플 이어팟 음악 제작 때 기준이 되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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