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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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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벌어지는 싸움에서 부를 노래

[문화]10년 만의 새 앨범 <노래의 꿈> 내고 5월3~4일 콘서트 여는
한국 노래운동의 산증인 꽃다지가 꿋꿋이 지켜온 꿈
등록 2012-05-05 14:05 수정 2020-05-03 04:26
꽃다지 제공

꽃다지 제공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쉬지 않고 활동 중인 전문 민중가요 노래모임은 어디일까? 정답은 꽃다지. 꽃다지는 1992년 노동자노래단과 예울림이 합쳐져 태어난 민중가요 노래모임으로 20년째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꽃다지의 전신인 노동자노래단과 예울림의 역사까지 합치면 무려 24년. 강산이 두 번은 더 바뀌는 동안에도 꽃다지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렇게 오래 활동을 이어온 노래모임은 결코 흔하지 않다.

이후

그렇다면 꽃다지의 노래는 뭘까? 민중가요를 아는 이들은 분명 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래들은 최소한 15년 이상 된 옛날 노래들. 꽃다지는 그 뒤에도 2000년 얼터너티브 록으로 방향을 튼 3집 를 내놓았고, 통일 문제와 노동 문제를 담은 싱글앨범 와 까지 연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예전만큼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꽃다지의 주된 팬이던 노동자들은 꽃다지의 음악적 변화가 낯설었고, 대학생들은 더 이상 민중가요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꽃다지의 지난 10년은 무척이나 힘겨웠다. 공연 요청은 적었고, 음반은 팔리지 않았으며, 콘서트를 열면 빈자리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꽃다지는 꿋꿋이 현장을 지키며 노래했다.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 무대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에서도 꾸준히 공연을 펼치며 싸우는 사람이자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 했다. 음악적 역량을 높이려고 음악감독 정윤경과 함께 보컬을 연습하고, 대중음악사를 공부했으며, 멤버들 스스로 곡을 쓰고 악기를 연습했다. 그러나 이들의 형편은 오늘까지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꽃다지를 부르는 무대는 여전히 적고, 이들이 꽃다지를 통해 버는 돈은 최저생계비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한국 노래운동의 산증인인 꽃다지는 우유 배달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꽃다지를 지켰고, 지난 연말 드디어 10년 만에 새 앨범 을 내놓았다. 이 앨범이야말로 꽃다지의 최신곡인 것이다.

솔직히 이 앨범을 들으며 참 많이 울었다. 꽃다지 멤버들도 그랬다고 했다. 꽃다지가 얼마나 어렵게 노래의 꿈을 지켜왔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앨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꽃다지는 절대로 똑같은 음악을 안일하게 되풀이하는 팀이 아니었다. 꽃다지의 20년 역사는 끊임없는 음악적 자기부정과 변화의 역사였다. 그들은 서정적인 민중가요와 경쾌한 비트의 노래에 머무르지 않았다. 특정 정파의 담론에 국한되지도 않았고 한국 사회의 모순을 끊임없이 노래로 전복하고자 했다. 그래서 꽃다지는 록에 도전했고, 얼터너티브 록까지 시도하며 동시대의 음악언어를 자기화하며 현재의 음악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려 했다.

은 이러한 꽃다지의 음악적 자존심이 면면에 배어 있는 앨범이다. 꽃다지의 음악감독 정윤경과 가수 조성일·정혜윤·홍소영, 그리고 대표 민정연의 땀과 눈물이 아로새겨진 작품이다. 정윤경은 노래모임 새벽과 유정고밴드 등을 거친 베테랑 뮤지션으로 꽃다지의 음악감독이 되어 고집스럽게 팀의 음악적 토대를 다잡았다. 조성일은 꽃다지의 가수가 2명뿐이던 시절에도 흔들림 없이 꽃다지를 지키며 자신의 곡을 썼고, 그 결과 같은 명곡을 탄생시켰다. 정혜윤 역시 임신과 육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꽃다지로 돌아와 수준급의 보컬을 들려주었다. 새롭게 멤버가 된 홍소영은 꽃다지의 내일이다. 꽃다지에 청춘을 다 바친 눈물 많은 대표 민정연에 대해서는 민중음악을 아끼는 사람들은 고마운 마음뿐이다.

고전적 호흡과 새로운 시도의 결합

은 팬들의 후원 덕분에 태어난 앨범이기도 하다. 이제는 내지르는 방식으로 선언하지 않는다. 숨을 고른 노래는 도무지 좋아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절망과 외로움까지 끌어안으며 지친 이들을 위로한다. 속 깊고 따뜻한 시선을 담은 와 이 앨범의 한 축이라면, 분노와 절망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과 는 조성일의 송라이팅이 빛나는 또 다른 축이다. 각각의 곡이 정윤경과 조성일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꽃다지가 고전적인 호흡과 새로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밖의 수록곡들도 절제된 표현으로 던지는 문제의식의 깊이가 묵직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이 앨범은 지난 10년간의 꽃다지의 역사를 현재화한 소중한 기록인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꽃다지의 옛 노래를 반복하며 운동했던 옛날을 추억하지 말고, 꽃다지의 새 노래와 함께 오늘 벌어지는 싸움에 함께하면 좋겠다. 꽃다지의 노래로 힘을 얻었던 기억이 한 조각이라도 있다면 이들이 더욱 힘차게 오늘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도록 음반을 사고 공연장에서 박수를 보내주면 좋겠다. 때마침 오랜만에 꽃다지의 콘서트가 열린다. 5월3~4일 저녁 8시 서울 홍익대 앞 KT&G 상상마당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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